장기밀매
장기 밀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브로커들과 실제로 장기를 사고 팔거나, 이를 시도한 사범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장기 이식은 그것이 필요한 환자나 가족들에게는 생명이 걸린 간절한 것이기 때문에, 갖가지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또 이 같은 장기 밀매 범죄가 국내에서는 물론, 중국과 미국 등을 통한 원정 장기매매까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고, 그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더욱 문제다.
하지만 인간의 장기를 돈으로 사고 파는 끔찍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할 만한 제도적 장치의 허술함과 문제점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밀매 사례▲①직장인 A(29)씨는 날로 수백만 원의 카드 빚을 갚지 못하고 고민하다,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인터넷 장기매매 카페에 자신의 신장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며칠 만에 전화 연락이 와 서울로 간 A씨는 장기매매 전문 브로커 B씨를 만나 2천만 원에 자신의 신장을 팔기로 했다.
브로커 B씨는 신장을 사길 희망하는 C(47)씨에게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A씨를 친척 사이로 위장하기로 하고, 중국의 위조 신분증업자를 통해 A씨의 위조 호적등본을 만들었다. 두 달 만에 수술 날짜가 잡혔고, 국내 모 병원에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브로커 B씨로부터 3천500만 원을 받아 자신이 사례비 명목으로 1천500만 원을 받아 챙기고 나머지 2천만 원을 A씨에 건네 줬다.
②갑자기 집안 형편이 기울면서 급전이 필요했던 대학생 D(25)씨도 역시 인터넷을 통해 브로커 E씨를 만나게 됐다.
D씨는 2천만 원에 신장을 팔겠다고 계약했고, 브로커는 미국 LA에 사는 교포에게 신장을 사겠다는 연락을 받자 마자, 둘 사이가 친척임을 증명하는 가짜 주민등록증을 중국에서 위조했다. 브로커는 석달 뒤, D씨를 미국 현지의 한 병원으로 데려가 신장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게 했고, D씨는 약속한 돈을 받았다.
▲장기 밀매의 유형▲ 장기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친인척 관계가 증명되거나, 순수한 장기기증 의사를 가진 기증 희망자가 나타나야, 국립의료원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승인 후 최종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다.
[BestNocut_L] 지난 6년 동안 장기 이식수술이 가능한 국내 75개 병원에서 장기이식 수술이 이뤄진 8천여 건 가운데 친인척 명의로 된 것이 6천여 건에 달하는 만큼, 불법 장기 매매의 유형도 위의 사례에서 보듯, 친인척을 가장한 장기밀매가 가장 많다.
이 경우, 주로 중국 등에서 위조한 위조주민등록증 등을 이용하거나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사진을 바꿔 달아 제출해 주민증을 위조한다.
다음으로, 장기이식 등록기관인 종교단체의 신도로 가장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찰의 신도로 가장해 기증하는 방법과, 평소 알던 지인이거나, TV를 보고 순수하게 기증하려는 사람인 척하며 밀매하는 경우가 있다.
또 해외원정 장기 밀매로는 인터넷 카페를 이용해 매도자 등을 선정해 국내에서 매매를 하고, 중국 현지에서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국내브로커가 미국 LA의 의뢰자로부터 장기 매매 알선을 부탁받아 국내 매도자를 미국으로 직접 데려가 미국에서 시술하는 유형도 있었다.
▲장기밀매 수법▲ 장기밀매 사범들의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
과거 1대1로 개별 접촉하던 방식에서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매도자와 브로커와의 연결도 한편으론 손쉽게 이뤄지며, 다른 한편으로는 대부분 대포폰을 이용해 연락을 취하며 더욱 은밀하게 만난다.
브로커들은 병원에서 장기 기증자의 기증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 이뤄지는 ''순수성 평가'' 면담에 대비하기 위해 도청기까지 동원해 면담 문항을 입수한 뒤, 장기매도자에게 이 내용을 암기하도록 해, 면담에 결격되지 않게 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한다.
또 위조된 신분증이 매우 중요한 서류가 되기 때문에, 중국이나 동남아의 신분증 위조 업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기 매도자와 매수자를 친인척으로 가장하기 위해 장기 매매자와 기증 명의자의 얼굴 합성 사진으로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거나, 기증자와 닮은 사람을 그대로 수술대에 올리는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브로커들은 조직검사와 관련한 다량의 서류를 갖고 있다. 장기 밀매를 하려고 해도, 매수자와 매도자의 신체 조직이 맞지 않으면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구속된 장기밀매 브로커 김 모(47)씨는 자신도 신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 장기 매매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등 이 바닥(?)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데, 김씨 역시, 방대한 양의 관련 서류와 장부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장기매매를 원하는 자들의 간과 신장에 대한 조직형 검사 결과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가, 나중에 이를 대조해보고 밀매자를 선정하게 된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한편, 매매되는 장기의 가격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간의 경우, 매수자에게 6천에서 6천5백만 원을 받아 매도자에게 3천만원 안팎을, 브로커가 나머지를 챙긴다. 신장은 매수자에게 3천에서 3천5백만 원을 받고 역시, 브로커가 60%를 챙겼다.
▲불법 장기 밀매의 현실과 문제점▲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장기이식 대기자는 1만 7천43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기기증희망자는 4천341명으로, 대기자의 4분의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장기 기증자보다 대기가 보다 월등히 높은 기형적인 수급 구조 때문에 중간에서 이를 악용하려는 장기 매매 브로커들이 성행하고 있다. 그만큼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 친·인척 간의 장기 기증에서 호적등본만 제출하면 가능한 허술한 체계로 되어 있는 데다, 종교단체를 이용하거나 순수기증을 가장한 밀매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같은 허술한 체계에서 장기기증센터의 기증자와 수혜자의 신분을 철저하게 재확인·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 인터넷을 통해 중국 등 해외 병원을 소개하고 알선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 의료법 상으로 처벌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어서, 처벌 규정 마련과 함께 보건복지부의 장기 기증과 관련한 관리·감독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불법 장기 매매는 근본적으로 장기기증자의 절대적 부족 현상에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뇌사자의 장기기증 등 양성적인 장기 기증 활동이 활성화되고, 사회적으로 정착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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