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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 통신·교통 최악…IOC도 포기했다?

    • 2004-08-1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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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 교통문제, 근대 정책 잘못세운 탓…"랜 개념도 없어"

    아테네=노컷뉴스 이서규기자

     


    (아테네=CBS특별취재팀)이서규기자= 제 28회 올림픽이 개최되고 있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주소체계 부재와 도로시설 미비로 인해 극심한 교통체증일 일어나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크레타왕 미노스가 만든 미궁이 아테네시내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올림픽 이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아테네의 미비한 교통시설이었다.

    아테네 교통·통신망 최악..."랜(Lan) 개념도 없어"

    출퇴근 시간이 한마디로 지옥을 방불케 하는 아테네에서 더운 여름의 열기까지 더해질 경우 그야말로 30억달러(약 3477억원)라는 거금을 투자한 IOC로서는 적자올림픽이라는 참담한 일까지 벌어질 판이었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방안이라면 올림픽관계자나 보도관계자 신분증을 가진 사람에게는 모든 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고 올림픽선수촌을 순환하는 셔틀버스를 투입, 모든 도로의 1차선은 우선적으로 이 순환버스에게 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응급처방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의 복잡한 도로체계는 이미 여러 가지 헛점을 드러내고 있다.

    아테네시의 경우 우회도로가 거의 없고 일방통행이 대부분인데다 육교와 건널목도 찾지 어려워 보행자역시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아테네 현지인들도 불만, 올림픽 관계자들에 양보

    지난 13일 올림픽 개막식과 다음날인 14일에는 카퍼레이드와 올림픽행사를 위해 차도는 물론 인도까지 봉쇄돼 보행자들조차 가까운 곳을 갈 때도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감수했다.

    실제로 이런 현상에 대해 현지에서 일하는 외신들 사이에서는 이미 불만이 팽배해 13일 자크 로게 IOC위원장은 기자회견장에서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엄청난 돈을 들이고도 열악한 인터넷망과 도로설비를 고치지 않았다"는 쓴소리를 듣는 수모를 겪었다.

    현재 세계 각국 기자들이 일하는 MPC(Main Press Centre)역시 전화선을 이용한 모뎀으로 기사를 전송하는 실정인데 그리스에서는 올릭픽 이전에는 Lan선이란 개념조차 없었다고 해 한마디로 교통과 통신이란 면에서는 낙후지역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사태가 이쯤 되니 현지경찰들 역시 외국인소유 차량이 불법유턴을 해도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당부인사까지 할 정도로 아량(?)을 베풀어야 통행이 가능한 실정이다.

    아테네 교통문제, 근대 정책 잘못세운 탓 "교통·통신 신화적"

    이런 아테네의 교통문제는 이미 19세기부터 시작됐다. 19세기 초 오스만투르크로부터 독립한 그리스정부는 투르크령 소아시아에 거주하던 자국민들을 본국으로 송환했고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피난민들이 아테네에 정착하게 됐다.

    그 뒤 새로운 독립국 그리스는 수도 아테네에 대한 대대적인 도시계획을 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도시설계자들을 초빙했지만 몰려오는 피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이들 프랑스기술자들이 건의한 도심공원계획을 백지화하고 그 자리에 피난민을 살게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한마디로 도시 한 가운데가 판자촌이 돼 버린 것으로 당시 거주하던 피난민들의 판자촌 사이 샛길이 오늘날의 도로가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올림픽을 위해 도로를 외국인들에게 내준 아테네시민들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올림픽행사를 위해 자원봉사하는 데살로니키대학 경제학부 학생인 크리스토스는 "여기 교통사정은 마음에 드느냐"며 "현재 아테네시민 절반정도가 휴가를 가 있기 망정이지 계속 1차선을 순환버스에게 내주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도로미비현상에 주소체계마저 잘 정착하지 못해 더욱 외국인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그리스 신화'' 크레타왕 미노스가 만든 미궁 재현?

    한 예로 20세기 초 그리스에 최초로 민주헌법을 만든 국민적 영웅 엘레페리오스 베니젤로스의 이름을 딴 거리만도 10군데가 넘는데 이들이 모두 시내 주요 공공기관이 위치한 지역에 있어 택시운전사마저도 주소만으로는 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마디로 서울에 세종로나 충무로같은 거리가 수십개가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시내 곳곳에서는 택시운전사와 행선지를 두고 실강이를 벌이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옛 로마시인 베르질리우스가 "그리스인 100명이 모이면 100가지 의견이 나온다"고 말한 것처럼 남과의 타협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그리스인의 기질때문인지 이들의 실강이는 오래 지속된다.

    남의 의견을 듣거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기질 탓인지 이들은 인터넷에 대해서도 그다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정보강국 한국에서 온 보도진을 더욱 당혹스럽게 한다.

    결국 2000년 전 로마시인이 한 말이나 그리스신화에서 자신의 왕비가 머리가 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자 이 괴물을 가두기 위해 미로로 만들어진 미궁을 만든 크레타왕 미노스의 이야기가 21세기 아테네에서 재현되는 것 같아 역시 그리스는 신화의 나라라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아테네=노컷뉴스 이서규기자 wangsob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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