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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만 박사 ''''야생동물, 최후의 순간까지 절대 허점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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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만 박사 ''''야생동물, 최후의 순간까지 절대 허점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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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김정만 동물박사

    김정만

     

    아마존 밀림에 ''''타잔''''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동물박사''''가 있다.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며 동물과 우정을 나누는 타잔처럼, 동물원을 누비며, 아픈 동물을 보살피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

    그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동물을 좋아해서 길거리를 헤매는 버려진 강아지는 물론이고 배설물 묻은 돼지까지… 모두 품에 안았다

    결국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옛 창경궁 동물원의 수의사가 되었는데, 그곳에서의 일상이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사고가 끊이지를 않았다.

    우리를 탈출하는 맹수가 있는가 하면, 지난밤에는 멀쩡하던 동물이 아침에는 끙끙 앓고 있고, 사람들의 부주의로 사고가 나기도 하고. 그때마다 앞장서서 일을 처리해야 했다.

    동물원을 찾는 아이들에게는 자상한 ''''동물 아저씨''''로, 그들의 부모에게는 ''''동물원 선생님''''으로, 때론 포마드를 바른 헤어스타일 때문에 ''''포마드 김''''이라고 불리는 이제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동물원을 즐겨 찾는다는 김정만 동물박사를 14일 CBS 손 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표준FM 98.1Mhz 월~토 오후 4시 5분)에서 만났다.

    (인터뷰 전문)

    동물에게 냄새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50여 년 바른 ''''포마드''''

    ▶ 칠순이 훌쩍 넘으셨는데도 너무 정정하시고 머리숱이 조금 없어지기는 하셨지만 아직도 포마드를 바르시나 봐요.

    - 제가 포마드를 바르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1958년에 처음 동물원에 갔는데 동물들이 나를 못 알아봐요. 동물은 후각, 청각, 시각 순으로 발달이 되어 있기 때문에 포마드를 발랐더니 그다음부터는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그래서 37년 4개월 동안 쉬는 날 없이 늘 똑같은 포마드를 발랐지요. 지금도 조금 발랐고요...(웃음)

    ▶ 언제 은퇴를 하신 거죠?

    - 1995년에 은퇴를 하고 십여 년이 넘는 동안 동물원에서 계속 일해 왔기 때문에 사실, 월급쟁이 정년퇴임은 2004년에 했습니다. 그러니까 47년 4개월을 일한 거죠. 서울대, 건국대, 충북대, 충남대에 강의도 나가면서 대전 동물원 고문으로 2002년의 개원을 도왔어요.

    ▶ 우리나라 창경원이 동물원으로는 제일 처음인데 그때 들어가신 건가요? - 1909년 11월 1일이 우리나라 창경원 개원일입니다. 저는 58년 6월에 입사를 했는데 대학 졸업하고 시험을 봐서 들어갔지요.

    ▶ 그때 동물은 많았나요?

    - 서울 수복 이후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54년에 동물원재건위원회를 발족하여서 큰 기업체의 후원으로 55년에 호랑이, 코끼리, 흰곰 등 30종 71마리가 1차로 들어왔지요. 제가 근무할 때는 80종 700여 마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갔을 당시 수의사가 3명 있었는데 전부 옛날 분들이라 제대로 된 장서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규장각에서 영문으로 된 ''''애니멀 킹덤''''을 찾아서 밤새 외우면서 혼자 공부했어요. 그리고 1920년부터 일제치하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동물들을 사육해 온 박영달이라는 사육사를 선생님으로 모셨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론적으로 학술적으로 정리를 했고 그분은 동물 다루는 것을 가르쳐주셨지요.

    잘려나간 사슴뿔 도둑 4년 만에 찾고 탈출한 침팬지와 재규어로 초긴장

    ▶ 동물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별별 일들이 다 많을 텐데 몸보신으로 동물을 훔쳐가는 사람도 있다면서요?

    - 1961년 10월 1일에 사슴의 목이 잘려서 뿔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내부 소행이라는 오해 속에서 해결도 못 하고 4년이 흘렀는데 어느 날 술집에서 한 관상가가 술에 취해 자신이 저지른 일을 말하게 되고 그것을 들은 형사가 일주일간 미행한 끝에 범인을 잡게 되었죠. 외팔 잡이였던 범인이 ''''경세지도''''라는 책을 통독하고 사슴뿔을 고아 먹으면 천하장사가 되어서 북진통일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범행을 저질렀던 거예요. 책에 나온 데로 활을 쏘았지만 잘 안되자 고춧가루를 사슴 눈에 뿌려서 목을 칼로 잘라 일주일 동안 정릉 뒷산에 묻었다가 뿔을 고아 먹었다는 거예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완전범죄로 끝날 뻔하다, 4년 만에 해결된 겁니다.

    ▶ 호랑이 원숭이 같은 것들이 탈출을 하는 일도 종종 있다면서요.

    - 69년에 동물원 60주년을 맞아 철책을 없애는 작업을 하면서 웅덩이가 파진 곳에 수도꼭지를 대 놓았더니 그것을 타고 침팬지가 탈출을 한 거예요. 번개처럼 뛰어내려 가보니 침팬지가 한 여학생의 치마를 들치면서 다니는 거예요. 침팬지는 자기 말을 잘 안 들어주어서 화가 나면 잔인하게 물어 죽여요. 그 여학생이 아마도 한 달에 한 번 하는 그것이구나 직감적으로 눈치를 채고 여학생에게 따라와 달라고 당부하고 먹을 것으로 축사까지 유인해서 재빠르게 구했지요. 그 여학생이 얼마나 놀랐던지 오줌을 다 싸더라고요. 저희는 미안하고 걱정이 돼서 병원에 갈 것과 추후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책임져주겠노라고 했지요.

    ▶ 침팬지나 그런 동물들이 선생님을 못 알아보나요?

    - 알지요. 그러나 일단 밖으로 나오면 적입니다. 내실에 있을 때는 저에게 굽실대는데 일단 밖으로 나오면 안면 싹 바꾸고 야생동물의 본능으로 돌아가는 거지요.▶ 호랑이도 탈출한 적이 있다면서요?

    - 호랑이가 아니고 자가라고 재규어라는 맹수인데 1978년에 밤사이 비가 200㎜가 온 적이 있어요. 그 비에 청계산 자락이 무너지면서 동물원을 덮쳤죠. 그 바람에 표범 두 마리와 재규어 한 마리가 없어졌는데 표범은 잡았지만 재규어만 없어진 거예요. 낮에는 동네 닭도 잡아먹고 저녁이면 토끼도 잡아먹는데 도저히 잡을 수는 없고 워낙 민첩하기 때문에 수렵협회에 연락해서 명사수와 명견을 지원받고 경찰병력 700명과 합동으로 재규어를 쫒았지만 결국 못 잡았어요. 재규어는 사람을 한 번 죽이면 계속 죽이기 때문에 더 위험 합니다. 그러다 삼일 째 되던 날 사냥개가 쫒는 것을 우리 직원이 사살을 했지요. 그때 왜 마취를 시키지 않았느냐고 말이 많았는데 마취 총을 맞으면 보통 10분에서 15분 사이에 잠이 듭니다. 그 15분 동안에 사람을 해치면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사살이 불가했지요.

    술 취한 목수가 호랑이 우리에서 팔 잘려나가기도 해

    ▶ 급체한 코끼리를 살리신 적이 있더라고요.

    - 1955년에 삼성 이병철 씨가 코끼리 두 마리를 기증했는데 지금도 살아 있어요. 새벽 4시에 코끼리가 누어서 설사만 한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6.5톤짜리가 아파서 누워 있는데 그래도 사육사가 사과를 주니까 좋다고 받아먹어요. 탈진 상태라 일어나지를 못하는데 코끼리는 무게 때문에 누워있으면 한쪽 폐가 망가져서 죽습니다. 그렇지만 깔릴 수가 있으니까 함부로 접근할 수도 없어서 사람들이 줄 하나 내려놓고 코끼리가 코로 감아서 일어나기만 기다리는 거예요. 그래서 3시간 동안 로프를 들고 네다리를 엮어서 체인블록으로 들어 올렸어요. 그리고 공중에서 보름 동안을 약 먹이고 회복을 시켜서 살렸지요. 지금도 제 목소리를 알아듣고 반가워해요.

    ▶ 옛날에 신문에도 났지만 창경원에서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다가 팔 잘린 사람도 있지요?

    - 1976년에 정말 제가 일을 못하게 될 뻔했던 사건인데요. 오후 3시쯤에 호랑이 우리에서 사람이 팔이 잘렸다고 연락이 와서 달려가 보니 어떤 사람이 팔이 잘려나가 있는 거예요. 이 사람이 충청도에서 서울구경을 와서 대낮부터 소주 세 병 반을 먹고 취해서 호랑이 우리에 과자를 준다고 팔을 넣은 건데 공교롭게도 3시에서 반 사이가 호랑이 먹이를 주는 시간이라 먹이를 기다리던 호랑이가 덥석 물어버린 거였죠. 이제 난 끝났구나 하고 서울대응급실에 갔는데 벌써 사람들이 신고를 해서 기자들이 쫙 깔린 거예요. 그래서 플래시를 터트리고 그러는데 팔이 잘린 사람이 만취상태라 기자들을 때리고 행패를 부린 거예요. 그것이 신문 8단에 나면서 저를 살려주었죠.

    129일 사투 끝에 살린 과부 황새, 기네스북에 오르다

    ▶ 기네스북에 올라간 사연도 있으세요?

    - 1971년에 우리나라 음성 과부 황새 한 쌍이 알을 품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엽사가 몰래 가서 수놈을 쏴서 죽였어요. 혼자 남은 과부 황새가 무정란을 품고 십 년 이상을 살았는데 83년에 이 과부 황새가 노쇠해서 쓰러진 것을 문화재 관리인이 우리한테 가지고 온 거예요. 조류학자는 죽는다고 했는데 제가 밤새도록 가슴에 안고 산 미꾸라지를 입에 넣어 주면서 129일 동안을 돌봐주었어요. 그래서 완전히 회복되어서 서울대공원으로 옮겼는데 보통 황새는 15년에서 16년을 살면 천수를 다한 것인데 이 황새는 26년 3개월을 살고 자연사를 했어요. 그래서 기네스북에 올랐지요. 지금도 제가 그 황새를 돌보면서 밤새 먹이는 몇 번 먹고 똥은 몇 번 누었는지 기록한 일지가 남아있습니다.

    ▶ 그 사랑은 어떤 사랑인지.. 가족들에게도 그러세요.

    - 제가 아들만 둘인데 아들이 아프면 병원에 가라고 그래요. 하지만 동물이 아프면 밤이고 새벽이고 안 가리고 그냥 뛰어나가는 거예요. 또, 동물원은 쉬는 날이 없어서 가족들에게는 정말 빵점짜리 아빠고 남편이죠.

    ▶ 가족들도 동물을 좋아하나요? 혹시 애완동물도 키우시는지요?

    - 제가 너무 동물에 대해서 유별나서 그런지 가족들은 덤덤해합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동물을 키우지 않습니다. 아파트라서 키울 수도 없고요.

    ▶ 박사님은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하셨나요?

    - 제가 고향이 인천인데 그때는 뒷산에 동물농장이 있었어요. 닭과 돼지를 키우는 곳이었는데 학교가 끝나면 늘 그곳에 갔어요. 한 번은 돼지가 우리를 탈출했는데 다른 아이들은 더럽고 냄새 난다고 도망쳤는데 저만 붙잡고 놀았지요. 냄새가 나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인천 부두에서 왜 갈매기는 날면서 떨어지지 않는지 늘 궁금했어요. 동물도 좋아했고 동물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지요.

    작별인사도 없이 자신의 죽음을 숨기는 야생동물의 생리가 제일 서운해

    ▶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동물은 뭔가요?

    - 많이들 물으시는데 저는 다 똑같습니다. 다 좋은데 싫은 것이 하나 있어요. 야생동물이 매정한 것이 최후에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허점을 보이지 않습니다. 저녁까지만 해도 잘 먹는 척하다가 그 이튿날 아침이면 그만 뻣뻣한 시체로 죽어버려요. 죽을망정 자기의 허점을 사육사나 누구한테 보여주면 안 된다는 것을 지키고 고수하는 거죠. 한마디만 알려줘서 작별인사라도 할 수 있게 해주면 얼마나 좋아요. 자연의 진리인데 그래도 저는 그게 제일 서운해요.

    ▶ 세계 여러 나라 동물원에 다니셨는데 가장 인상적인 동물원이 있으실 것 같아요.

    - 미국의 샌디에고 동물원이 정말 멋있습니다. 시설과 관리가 세계에서 최고예요. 그리고 세계에서 품종이 제일 많은 것은 독일의 베를린 동물원입니다. 천백 종에 만 마리가 넘습니다. 70명의 석학이 있고 굉장히 많은 연구를 하지요.

    ▶ 부인하고 세계 일주 중이라고 들었어요.

    - 저야 정년퇴임 전에 세계를 거의 다 가보았지만 집사람은 그렇지 못했죠. 어디 한 번을 가족과 함께 제대로 다녀 본 적이 없었어요. 늘 미안해서 1995년 정년퇴임 후에 집사람을 세계 일주를 시켜주자고 결심을 했지요. 그래서 십 년 동안 다녔고 금년에 인도만 갔다 오면 세계 일주가 끝납니다. 남극과 북극만 못 갔지요.

    ※CBS ''손 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표준FM 98.1MHz)''는 월~토 오후 4시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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