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지난 2일 오후 10시. 대전서부경찰서 생활질서계 단속반이 서구 롯데백화점 인근에서 노래방 도우미 ''''퇴치작전''''에 나서기로 한 시간이다.
단속과정에서 있을 법한 손님의 저항을 대비해 내동지구대 직원을 지원받아 평소 도우미 관련 신고가 잦다는 M노래방으로 향했다.
업소에 들어서자 7~8개 방 가운데 단 1곳에서만 50대 가량의 남녀 손님 4명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신분증을 보여주며 ''''서로 아는 사이입니까?''''라고 묻자 일행 중 1명이 ''''그런 법(음악산업진흥법)이 생겼어도 그렇지 다짜고짜 손님방에 들어오는 법이 있느냐?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로 걸릴 게 없다''''고 짜증을 냈다.
그러면서 흥이 깨졌는지 부랴부랴 짐을 챙기면서 카운터에 있는 업주에게 ''''다시 못 올 곳이네. 단속이 나올 정도로 영업하면 어떡하느냐?''''라며 핀잔을 줬다.
단속반의 두 번째 타깃은 300m 떨어진 L노래방으로 정해졌다. 이곳도 남자끼리인 손님만 있을 뿐 도우미로 의심할 만한 여자 노랫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기자 머릿속에 ''''경찰이 단속 나왔다는 소문이 퍼져 도우미들이 잠적한 것일까, 아니면 법 제정취지를 이해한 남성들이 도우미를 더 이상 찾지 않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단속반은 또 다른 노래방으로 향했다.
업소 안에 들어가자 남녀 노랫소리가 유난히 어지럽게 들렸다.어쩌면 관련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도우미 단속에 성공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속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업소 영업허가증을 꼼꼼히 확인한 뒤 문틈 사이로 손님방을 유심히 살폈지만 도우미는 없었다.
업주는 ''''우리는 도우미 안 쓰고 법대로 하는 집으로 유명하다. 오히려 상을 받아야 할 곳''''이라며 단속반에 넋두리를 했다.
순간 한 무리의 남녀 손님이 노래방에 들어오자 업주가 반갑게 맞았으나 손님들은 이내 ''''경찰단속이 나왔네. 다른 곳으로 가자''''며 사라졌고 업주는 아쉬운 마음을 애써 감추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도우미 단속에 나선지 1시간 30분이 지났지만 실적이 없자 단속반 얼굴에서 ''''오늘은 안 되겠구나''''라는 허탈한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자정 무렵,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은 S노래방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 2명이 있는 방을 발견했다.
단속반은 이들이 소파 사이로 맥주를 숨기는 것을 포착하고 혹시 남자가 도우미를 부르지 않았을까 의심을 하며 방 문을 열였다.
단속반은 남자와 여자에게 각각 ''''상대방의 이름, 휴대폰 번호, 주거지가 어디냐?''''라고 물었지만 손님들의 대답은 일치했으며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데 슈퍼에서 맥주를 사왔다. 단속도 좋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라는 불평만 들었다.
이렇게 해서 2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단속은 빈손으로 끝났다.
단속반 관계자는 ''''도우미 단속은 자칫 손님들에게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핀잔만 듣기 일쑤며 현장에서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경찰 입장도 민망하다''''며 도우미 단속의 어려움을 실토했다.
그러나 정확한 첩보를 토대로 노래방 도우미를 속속 적발하고 있는 타 경찰청처럼 보도방 차량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등 심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긴 이날 단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