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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역사 새로쓰는 ''日 도공''…"한국인 자체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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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한·일역사 새로쓰는 ''日 도공''…"한국인 자체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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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도공 ''고이에료지'' 아주미술관서 작품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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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8년생. 히끗 히끗한 머리, 흰 수염. 청바지에 소매를 걷어올린 청남방 차림의 한 사내. 낙엽이 무수한 가을 오후,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세계적인 도공 고이에료지(鲤江良二)를 만났다.

    아주미술관에 있는 전통 한옥 항여조(恒如朝) 대청마루에서 마주한 그는 동그란 안경 너머로 보이는 따뜻한 눈동자로 인사를 건넨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도예 작품 전시를 펼치다가 대덕특구와는 지난 6월이후 새로운 연(連)을 맺었다. 아주미술관 초청으로 약 4개월여 동안 한·일 사이에 존재했던 비극적인 역사를 테마로 작품을 전시하기로 한 것.

    고이에료지는 전쟁의 상흔 속에서 자라났다. 전쟁과 비극적인 역사의 희생자 재일동포들의 고난을 지켜봤다.

    20여년 동안 50여 차례의 한국 방문. 우연히 독립기념관을 찾은 고이에료지는 일본이 너무 심하게 한국 사람들을 핍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일본인임을 반성했다. 일본인의 눈으로 한국 땅에서 본 한·일간 역사의 진실. 그는 이번 전시 작품에 일본과 한국의 역사를 표현했다. 마치 역사서를 써내려가듯 그는 작품 마다 연대와 날짜를 새겨넣었다.

    월드컵이 열릴 때에는 붉은 옷을 입고 한국을 응원했다. "한국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그 자체가 아름답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사람과 만나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사람과 만나는 것이 좋다"는 고이에료지. 많은 사람들 중 이번 아주미술관 전시회에서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남겼다.

    그의 작품에는 딱 떨어지지 않는 삶.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연속인 삶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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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자기 표면을 타고 흘러넘친 유약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 가마 속에서 불이 닿은 흔적 그대로를 담아낸 작품. 서로가 붙어버려 기형적인 형태가 하나를 이루게 된 작품. 그는 흙과 불에 자유를 부여했다.

    그의 작품은 흙으로 귀결된다. 사람이 태어나고 묻히는 곳. 그는 ''흙의 소리를 들으라''고 주문하고,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죽어가는 사람의 얼굴을 지켜보라''고 작품으로 이야기한다.

    "우리 선생님은 호기심 대왕입니다. 소년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아요" 고이에료지 제자들의 설명이다. 늘상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고이에료지.

    그는 불을 가지고 세상을 만들어간다. 이번 아주미술관 전시회의 주제를 ''불을 훔친 소년''이라고 붙인 이유도 이 때문.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는 그의 불은 흙만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녹인 알루미늄을 흙 도기 안에 붓고 다양한 오브제를 결합했다. 한지에 먹으로 드로잉을 시도하기도 하고 얼굴 마스크를 뜨는 작업도 했다. 항여조 뒤뜰에는 손으로 빚은 흙 벽돌을 쌓아올려 자연과 하나가 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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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눈빛으로 세상을 보고, 천진난만한 호기심으로 세상을 표현해내는 고이에료지. 아내의 사랑을 얻기 위해 수 많은 편지를 썼을 정도로 순정파이지만 작품에 있어서 만큼은 매서운 눈초리를 가진 사내다.

    기자가 고이에료지를 찾아간 날은 흙이 구워지는 동안의 변화 상을 살펴보기 위해 가마에 불을 지피던 날. 불 가장자리를 벽돌들이 둘러싼다. 층층이 쌓아올려진 벽돌을 가마가 뒤덮는다. 가마는 열을 움켜쥔 채로 고스란히 가을비를 맞고 섰다.

    흙을 집어 넣을 차례가 되자 그의 눈빛이 번뜩인다. 불과의 거리, 방향 등을 고려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흙을 가마에 넣는 과정. 그만 흙을 내려뜨리고 만 제자에게 매서운 눈빛이 향한다. 그리고는 조용히 가마 옆을 지킨다. 작품을 진행하는 동안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갖는다. 진지한 표정과 눈빛으로 가마를 지켜본다.

    아주미술관은 250여평의 전시장 내부와 외부 공간을 고이에료지의 작품 90여점으로 가득채워, 오는 12월 17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고이에료지는 누구?

    60년대 서구 현대미술의 다양한 이론과 개념이 유입되고 각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일본 미술계의 상황 속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흙과 불, 자연에 대한 동양인의 전통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되 그 위에 서구 현대미술의 기법과 경향을 받아들임으로써, 도자기라는 한정된 영역을 뛰어넘어 탈장르화를 시도한 제 1세대로 작가로 손꼽힌다. 1938년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출생이다.

    주요전시 1970 여섯명의 젊은 일본 도예가들, 스크립스대학 초대전, 로스앤젤레스, 미국 1972 제30회 국제도예전, 파엔차, 이탈리아 1976 일본의 도예가들, 드레스덴국립미술관, 독일 1982 오늘의 도자예술 흙과 불로 무엇이 가능한가?, 야마구치현립미술관, 일본 1986 일본의 아방가르드 1910-70, 퐁피두센터, 파리, 프랑스 1987 Europalia 89''Japan 전통과 아방가르드, 몽스미술관, 벨기에 1993 일본의 현대미술,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도쿄, 나고야 등 1996 땅에서부터 땅으로, 순수미술관, 기후, 일본 1998, 2000, 2002ACAF6, 멜버른 아트 페어, 오스트레일리아 2000 Made in Seattle, 야마키 갤러리, 오사카, 일본 2003 전환점 Oribe와 16세기 일본의 도자작품,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뉴욕, 미국 2004 고이에 료지, 크리스틴 아브라함 갤러리, 멜버른, 오스트레일리아 2005 현대 도예가들, 야마키 갤러리, 오사카, 일본 2006 불을 훔친 소년 - 고이에 료지, 아주미술관, 대전, 한국

    주요작품 소장처 빅토리아국립미술관, 멜버른, 오스트레일리아 국립현대미술관, 도쿄, 일본 국립현대미술관, 교토, 일본 야마구치현립미술관, 일본 현대미술관,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시가라키 도자 문화공원, 일본 서울시립미술관, 한국 히로시마 시립 현대미술관, 히로시마, 일본 기후현립미술관, 기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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