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는 ''명실상부한 실세 총리'', ''노무현 대통령 다음의 2인자''로 불린다.
이런 이해찬 총리 체제의 내각이 구성된 이후 국회 대정부질문 때마다 빠짐없이 벌어지는 풍경 가운데 하나가 이해찬 총리와 한나라당 의원들 간 치열한 기세 싸움이다.
28일 교육ㆍ사회ㆍ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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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한나라당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나선 홍준표 의원이 총대를 멨다.
이해찬 총리를 겨냥한 홍준표 의원의 무기는 거물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와 이해찬 총리의 관계였다.
이 총리와 윤씨의 관계는 이번 2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내내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중 거론한 단골 메뉴였고,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윤씨와 몇 번 골프를 친 적이 있었고 합법적인 후원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준표 의원은 "이해찬 총리가 브로커 윤씨와 놀아났다"고 거칠게 몰아붙이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국의 총리를 상대로 제1야당 의원이 ''놀아났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골프 문제로 잦은 구설에 휘말렸던 이해찬 총리이고 보면 윤상림씨와 ''골프''도 치고 후원금도 받았으니 홍 의원의 공세에 이 총리가 뒷걸음질을 칠 법도 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적어도 홍준표 의원에 대해서는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13대 총선부터 내리 5선을 기록한 이 총리는 ''브로커와 놀아났다''고 기세를 올린 홍 의원을 향해 "홍 의원님은 선거법을 위반해서 의원 자격이 박탈된 적이 있어도, 저는 5번 총선을 치르면서도 단 한 번도 선거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응수했다.
홍준표 의원이 1996년 4월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선거운동 조직에 2천4백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5백만원 형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던, 홍 의원에게는 ''뼈아픈 과거''를 들춘 것이다.
이후 두 사람 간 팽팽했던 힘의 균형추는 이해찬 총리 쪽으로 급속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홍준표 의원의 예봉을 꺾은 이해찬 총리는 "정책질의를 하라"고 홍 의원을 몰아 세웠다.
당황해서였을까, 홍 의원은 이 총리에게 비록 선거법 위반 시비는 있을지언정 아직 선관위의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이재용 환경부 장관과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 파면을 요구할 의향이 있는 지를 따졌다.
이 총리는 예상대로 "선관위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홍 의원은 그러나 "조사 결과를 보고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하면 파면할 생각이 있냐"며 논쟁을 끌어가려 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원기 국회의장이 "자 이제......"하며 제지에 나서자 홍 의원은 느닷없이 이해찬 총리의 총리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브로커 윤상림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대한민국 2인자인 총리가 그 피의자와 친분이 있었고 후원금도 받은 상황에서 수사가 제대로 되겠냐"는 주장이었다.
이해찬 총리는 "언론 보도만 봐도 검찰이 윤상림씨에 대해 몇 달째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다"며 "''총리 사임''을 주장해서 정치적으로 무엇을 얻으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의를 표명할 이유도 없고 도덕적ㆍ법률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받을 만한 일이 결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제서야 홍 의원은 "총리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 문제는 그 정도로 넘어가겠다"며 주공 아파트 폭리 문제에 대한 ''정책질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