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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숙집이 사라진다"…기숙사에 몰리고 원룸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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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떠나온 학생·직장인 ''엄마표'' 밥상 차려주던 곳...시설·가격 경쟁서 열세 찾는 이 없어 존폐기로

    하숙집

     

    "학생 일어나야지! 아침에 수업있다면서? 어서 일어나!"

    이른 아침 귓전을 때리는 기상 소리와 함께 어머니를 대신해 따뜻한 밥상을 차려줬던 하숙집 아주머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부산 서구에서 12년째 하숙집을 운영하는 최모(여·57)씨는 최근 업종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최씨는 "몇년 전부터 학기 초 몰리던 하숙생들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며 "특히 여학생이 있는 하숙집은 ''하숙의 명가''로 통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대학가에 불어닥친 개인주의 열풍으로 원룸 고시원(고시텔) 등 ''독방''이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하숙촌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인터넷 깔고 TV 놓고 학생발길 붙잡기 안간힘

    20일 부산 남구청과 인근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원룸 등을 포함한 다세대 주택은 500세대가 넘고 고시텔만 10여개를 헤아린다.

    하숙집에 비해 저렴한 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운 고시텔은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고 싶어하는 신세대 대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산지역 대학들이 기숙사를 증축해 하숙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성대학교는 다음달 1학기 개강에 맞춰 정원 660명인 기숙사 ''누리관''이 개관함에 따라 지난 10일까지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입실 신청을 완료했다.

    부산외대도 1056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지난 2002년 준공했고, 현재 424평과 310평 규모의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부경대학교는 오는 2008년까지 1650명 규모의 대단위 기숙사를 대연캠퍼스 내 영남제분 인근 부지에 착공할 예정이다.

    최근 개관한 경성대 기숙사.

     

    이에 따라 대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대학가 하숙촌의 눈물겨운 몸부림도 시작됐다. 신세대들의 입맛에 맞는 식단은 물론, TV 소형냉장고 등 필수 가전제품을 비치하거나 LAN선을 각 방마다 설치해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도 등장했다.

    하지만 떠나간 대학생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학교 인근 전봇대에 전단지를 붙이고 생활정보지에 광고도 내봤지만 연락은 뜸하다. 기존 이용 학생들을 통해 하숙 희망 학생을 알아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10년 전 남편의 정년 퇴임 이후 쌈짓돈을 모아 하숙을 치기 시작했다는 김점례(65)씨는 "방학 동안에 방음시설을 보강하고 도배도 새로 했지만 문의하는 학생은 없다"며 "경성대에 기숙사까지 들어서면서 앞으로 운영이 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하숙집에는 할머니 집에 온 것 같은 따뜻한 정이 있다"면서도 "변화하는 대학생들의 입맛에 맞춰 원룸처럼 개인 화장실을 만들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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