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1 전투장갑차. (사진=국방부 플리커 화면 캡처)
땅과 물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기동해 적을 타격하는 K21 전투장갑차, 터키에 수출까지 한 K9 자주포, 그리고 뛰어난 기동성과 유도교란 시스템을 갖춘 K2 전차.
모두 우리 군이 국산 기술로 만든 '명품' 무기라고 홍보해 오던 기동화력장비다.
하지만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이 17일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최근 7년간 납품된 군수품 관련 공인시험성적서를 검증한 결과 K21을 비롯해 국산무기에 모두 2,749건의 위·변조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대해 기품원은 "그동안 공인성적서 검증활동이 미흡했다"며 관리·감독 책임을 인정했지만 동시에 무기체계에까지 무분별하게 적용된 '규제 개혁' 바람이 이같은 짝퉁 부품 사태를 부른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 무기체계에도 경제논리 적용해 무분별한 '규제 개혁'기품원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06년부터 군납품 가운데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위험도가 낮은 품목들에 대해서는 품질관리를 계약업체에 위임했다.
민간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품질관리를 굳이 국가가 도맡아서 하는 것은 인력이나 비용 측면에서 낭비라는 이유 때문으로 규제개혁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납품 업체들은 규제개혁으로 관리·감독이 느슨해진 점을 파고들었다. 규격 미달의 부품을 납품하기 위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납기일에 맞추기 위해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다.
이 과정에서 최종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기품원은 이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원전비리가 터진 뒤인 지난 6월에야 허겁지겁 지난 3년간 납품치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34개 업체가 모두 125건의 공인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실을 적발했고 그 이후 다시 최근 7년간 납품치를 전수조사한 결과 20배가 넘는 2,749건의 위·변조 성적서를 적발한 것.
결국 경제논리에 따라 진행된 규제개혁 바람에 발맞춰 무분별하게 이를 추진한 결과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군수품에도 짝퉁 부품이 사용되는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21 전투장갑차. (사진=국방부 플리커 화면 캡처)
◈ 폐쇄적인 군납 시스템도 짝퉁 부품 사태 한 몫무분별한 규제개혁과 함께 높은 진입장벽에 따른 폐쇄적인 군수품 납품 시스템 역시 이같은 짝퉁 부품 사태를 부른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된다.
기품원에 따르면 한정된 국산 무기 생산량과 까다로운 규격 등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납품 능력을 갖춘 업체들의 수가 한정돼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원전비리 사태와 마찬가지로 일부 업체들이 주요 품목에 대한 사실상의 납품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