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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에 랜드마크 짓는 현대건설

도시 고속도로 개보수에 구슬땀…명품 조형물 설치에 왕실도 관심

카타르 도하의 공사 현장. (현대건설 제공)

 

지난 10일 도착한 카타르의 수도 도하는 거대한 공사장을 방불케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턱없이 부족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대형 인프라 공사가 한창이었다.

도하의 인프라 시설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것은 도로 사정이다.

도로망 자체가 많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의 교차로가 영국식의 로터리(roundabout) 방식이어서 출퇴근 시간대 교통은 거의 마비 상황에 가까울 때가 많다.

이 중에서도 현대건설이 수주한 도로 공사는 월드컵 주경기장이 들어서는 루사일과 시내 중심가인 웨스트 베이를 잇는 총 15㎞, 16차선의 도시고속도로다.

이 공사는 12억 2,000만 달러 규모에 오는 2016년 9월 완공(공사기간 52개월)을 목표로 하고있고, 현재 공정율은 23% 정도로 순조롭게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좁은 도로를 넓히고 각 로터리를 입체적인 교차로로 전환하는 것으로 공사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수도의 핵심 도로를 완전히 개보수하는 것인 만큼, 각종 민원을 최소화하면서 임시 우회도로를 건설하는 게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구 도로와 나란히 임시 도로를 만들어야 하고 고압전선에서 군통신선, 냉수로에 이르기까지 15종류에 달하는 각종 지중매설물까지 임시 이전한 뒤 새로 설치해야 하는 공정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도로가 지나는 곳은 왕궁과 각국 대사관 등이 모여있는 카타르의 최고 부촌 지역이어서 공사 중에 벌어질 수 있는 잠깐의 단전, 단수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본공사에 앞서 250㎞에 달하는 각종 지중물 이전과 우회도로 공사를 위해 협의해야할 기관만 25개, 받아야 할 인허가만 200여개에 이르렀다.

하영천 현장소장(상무)은 "32년 회사생활과 20년 해외근무 경험 중에서 최대 난제"라면서도 "그러나 이제 5부 능선은 넘었고 다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번 공사가 다른 도로공사와 다른 점 중에 하나는 도로 곳곳에 각종 액세서리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타르 도하의 공사 현장. (현대건설 제공)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국가를 상징할 만한 랜드마크적 조형물을 세우는 공사는 그 자체가 고난이도의 작업이다.

아트 스케이프(Art Scape)로 불리는 이 조형물은 높이 100m의 철제 아치를 세운 뒤 케이블로 무게 3,000t의 건축물을 공중에 매다는 형태다.

공중 부양 건축물은 영화관과 전망대 등이 있는 비지트 센터(Visit Center)로 한 번에 500여명을 수용하게 된다.

카타르는 온통 사막뿐인 나라로 이렇다 할 볼거리나 명물이 없기 때문에 이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영천 소장은 "카타르 국왕이 '현대를 믿겠다. 꼭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향후 카타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동 사막국가에서의 건설 공사는 정치·경제적 요인 외에 자연적 환경의 제약도 크다.

현재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는 하루 최대 1,900여명의 다국적 인력이 투입된다.

그런데 여름에는 한낮 최고 기온이 50~60도를 넘고 쉴 새 없이 부는 모래바람에 실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크게 제한된다.

더구나 카타르는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 탓에 사막이면서도 습도가 높다. 악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하지만 1인당 소득 10만달러가 넘는 풍부한 오일달러에다 월드컵을 앞둔 건설특수까지 겹치면서 세계적인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 10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공사 발주가 예상되며 월드컵 관련 호텔 및 리조트, 선수촌 등 다양한 건축 공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따라서 시공사는 물론 엔지니어링 업체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컨설턴트, 감독기관들까지 카타르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핵심 공사를 수주하는데 성공하는 이유는 오랜 신뢰 덕분이다.

특히 1982년에 지은 도하의 쉐라톤호텔은 여전히 현지인들이 꼽는 최고의 랜드마크일 정도다.

현대건설은 쉐라톤호텔 건설을 시작으로 그간 카타르에서 총 11개 공사, 총 50억 달러 이상의 공사를 진행했고 현재는 루사일 고속도로를 비롯해 5개 현장에서 총 28억 4천만 달러의 공사를 수행중이다.

재활병동과 여성병동 등 하마드 메디컬 시티 공사(5억9,000만 달러), 카타르 국립 박물관 공사(4억3,800만 달러), 왕궁 집무동과 경호동 등의 공사(3억4,500만 달러) 등이다.

현대건설은 과거 30년의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카타르에서 선두주자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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