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4명 살리고 떠난 4살 짜리 천사 '진아' 이야기



사회 일반

    4명 살리고 떠난 4살 짜리 천사 '진아' 이야기

    "보름내내 울던 엄마,아빠...다른 생명 살리려 힘든 결단내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 박성광 센터장

    한 아이가 자신의 장기를 4명에게 나눠누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아이는 올해 고작 4살밖에 되지 않은 여자아이였는데요. 물론 아이의 목숨을 잃은 상태에서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경우도 대단합니다마는 이 아이의 경우는 아이가 산소호흡기를 단 채 뇌사상태에 빠진 경우였습니다. 4살 아이의 산소호흡기를 부모가 뗀다. 이게 언뜻 생각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요. 부모는 아이가 짧은 삶을 살고 떠나지만 값진 인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라고 말을 했답니다. 새해부터 정말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이 사연, 저희가 부모께 인터뷰 요청을 했습니다마는 이 부모님은 정중히 사양을 하셨고요. 대신 이 부모의 장기기증 결정을 지켜본 전북대학교 장기기증센터 박성광 센터장 오늘 화제인터뷰로 연결해보죠.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 박성광>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이의 이름이 진아예요?

    ◆ 박성광> 네 정진아입니다.

    ◇ 김현정> 4살 정진아. 도대체 아이가 무슨 일을 당한 겁니까?

    ◆ 박성광> 아이가 전날 저녁까지는 괜찮았어요. 통닭도 먹고 그랬다고 하는데 새벽에 갑자기 청색증이 오면서 심장마비가 와서 그때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에 들어왔습니다.

    ◇ 김현정> 아니, 전날 치킨까지 먹은 사람에게 갑자기 그렇게 심장마비가 올 수 있습니까? 그것도 아이인데?

    ◆ 박성광> 그럴 수가 있습니다.

    ◇ 김현정> 소아에게 나타나는 심장마비가 있나보죠?

    ◆ 박성광> 네.

    ◇ 김현정> 그러면 병원에 올 때부터 의식을 잃은 상태였어요?

    ◆ 박성광> 네, 의식이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상태로 병원에서 며칠이나 있었던 거죠?

    ◆ 박성광> 병원에 15일간 있었는데 제일 마지막 2일은 뇌사조사를 하고 장기기증 수술할 때 있은 것이었고 13일 동안 혼수상태로 있었습니다.

    ◇ 김현정> 13일 동안 혼수상태라는 게 어떤 상태인 거죠?

    ◆ 박성광> 의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 김현정> 산소호흡기 떼면 자가호흡이 안 되는 상태?

    ◆ 박성광> 제일 처음에는 본인호흡이, 자가호흡이 있었습니다. 점점 약해지면서 뇌사에 빠지기 직전에는 전혀 없었습니다.

    ◇ 김현정>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뇌사면 어쨌든 산소호흡기로는 숨을 쉬는, 목숨이 붙어 있는 상태인데. 그걸 부모 손으로 생명줄을 놓는 결정을 한다는 게, 이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 박성광> 절대 쉬운 일 아닙니다. 이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봅니다.

    ◆ 박성광> 형제도 아니고 부모가. 그런데 이 부모님은 어떻게 결정을 하신 걸까요?

    ◆ 박성광> 만나보니까 두 분이 아주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본인들도 두 분이 다 장기기증서약을 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딸아이가 짧은 생애였지만 값진 의미를 주고 좋은 일을 하고 보내고 싶다 하는 말씀을 먼저 꺼내셨습니다.

    ◇ 김현정> 의료진이 권한 게 아닌거죠, 전혀?

    ◆ 박성광> 의료진은 회복 불가능해서 생존이 불가능하다 하는 얘기까지(만) 드렸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로 보겠습니다.

    ◇ 김현정> 4살이 아니라 20살, 30살인 경우도 부모님이 이런 결정하기는 어려운 건데요. 그래서 아이에게 값진 인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라는 말과 함께 이런 결정을 내릴 때 부모님 심경은 어땠을까요?

    ◆ 박성광> 아주 힘들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아기가 사망을 하면 아기를 대개는 화장을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인데 장기기증을 함으로써 진아의 간장과 심장이 어느 누구인지는 모릅니다마는 몸속에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보다는 그래도 위안이 되지 않을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직접 만나신 거죠, 부모님을? 결정을 내릴 때 눈빛이 기억나세요, 부모님들.

    ◆ 박성광> 그럼요. 이 세상의 제일 힘든 결정이셨을 텐데. 계속 우셨죠. 뵐 때마다 우셨는데 특히 어머님은 항상 눈물을 달고 사셨죠. 그런데 지금 죽어가고 있는 다른 아이의 부모님 심정을 생각하면... 생명을 얻고 얼마나 기쁘시겠어요. 그런 부모님들 생각해서 이렇게 기증을 결정하셨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부모님이 15일 내내 우셨군요. 그러면서도 우리 아이로 인해서 다른 부모의 눈물이 마를 수 있다면, 아이의 장기를 나누어주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저도 진아 사진을 인터넷에서 봤거든요. 아마 성탄절에 무슨 축제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산타모자를 쓰고 4살 아이 진아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그냥 천사더라고요.

    4명에게 새 생명 준 정진아 양

     


    ◆ 박성광> 저는 살아 있을 때는 본 적이 없지만 부모님 말씀으로는 진아가 목소리가 우렁차고 아주 밝고 쾌활한, 똑똑한 아이였다고 해요.

    ◇ 김현정> 똑똑하고 밝은 아이, 건강한 아이... 하지만 의료진이 가망 없다고 하자 바로 장기기증의사를 밝히신 겁니까?

    ◆ 박성광> 네. 병원에 온 지 며칠 지나서 회복 불가능이라는 말씀을 듣고 부모님이 그런 말씀을 먼저 꺼내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수많은 장기기증자를 보셨을 텐데, 우리 센터장님.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까, 전에도?

    ◆ 박성광> 드물죠. 드물었습니다.

    ◇ 김현정> 4살짜리 이렇게 어린아이의 경우는 특히.

    ◆ 박성광> 5살짜리가 있었습니다, 준호라고.

    ◇ 김현정> 이름도 기억하세요? 준호?

    ◆ 박성광> 몇 년 전입니다마는 부모님들이 결정하시기 힘들었죠.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참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기증을 해서 또 여러 사람을 살리고 아기한테 쓴 편지를 보내오셨어요.

    ◇ 김현정> 준호에게 쓰는 편지요?

    ◆ 박성광> 준호에게 쓰는 편지 해서... 이렇게 짧은 인연이었지만 참 못해준 것을 좀더 잘해 줄 걸 그랬는데 우리 더 좋은 천국에 가서 만나자. 그때 더 예뻐해줄게 하는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참 세상에 천사 같은 부모님들도 많으세요. 이 진아의 부모님도 역시 젊은 부모들인 거죠, 30대?

    ◆ 박성광> 그렇죠. 젊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미 본인들의 장기기증서약까지 한 분들. 대단합니다.
    진아의 장기, 어떤 부분이 어디로 간 거죠?

    ◆ 박성광> 심장은 만성심장질환을 앓는 아기한테로 갔습니다.

    ◇ 김현정> 심장마비로 숨졌는데 심장이 갈 수 있나요?

    ◆ 박성광> 그리고 나서 회복이 돼서 기능검사를 했는데 심장기능이 괜찮아서 기증을 할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마비가 왔다가 다시 회복이 돼도, 이미 뇌는 다친 상태기 때문에 뇌사가 되는 거군요?

    ◆ 박성광> 심장기능이랄지 그런 기능들이 다 회복을 했습니다마는 뇌기능만 회복을 안 해서 다른 장기를 기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김현정> 심장은 다른 아이에게 갔고. 그리고요?

    ◆ 박성광> 신장은 하나는 아이에게 갔고 하나는 젊은여성한테 갔습니다.

    ◇ 김현정> 신장 두 쪽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하나씩?

    ◆ 박성광> 그리고 간장은 만성간질환을 앓는 성인남성에게 갔습니다.

    ◇ 김현정> 성인남성 하나, 여성 하나, 아이 둘 이렇게 살리고 갔네요. 진아, 아마 하늘에서도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의사 선생님 고맙습니다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센터장님, 장기기증센터에는 얼마나 계셨습니까?

    ◆ 박성광> 20년 했죠.

    ◇ 김현정> 장기기증일만 20년. 참 여러 가지 사연들을 만나셨을 텐데. 또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 박성광> 피 맺힌 사연이 없는 분이 없습니다. 기억이 나는 것은 몇 년 전에 전주천에서 초등학생들 2명이 물놀이를 하다 급류에 휩쓸려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외삼촌이 있다가 아이들을 밀어내고 삼촌이 돌아가셨어요.

    ◇ 김현정> 아이들 구하다가요...

    ◆ 박성광>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물속에 오래 있어서 한 아이가 뇌사상태에 빠져서 그분들도 어렵게 장기기증을 했습니다. 그래서 보다 보면 생명의 릴레이 같아요. 그렇게 외삼촌은 조카들을 살리고 또 조카는 뇌사에 빠져서 또 다른 사람을 살리고.

    ◇ 김현정> 그 말씀이 맞네요. 생명의 릴레이다...
    많은 분들이 장기기증 운동에 동참하실 수 있도록 센터장님이 꼭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서요.

    ◆ 박성광> 한 분이 기증을 함으로써 9명이 혜택을 본다고 하거든요.

    ◇ 김현정> 9명이나요?

    ◆ 박성광> 췌장도 있고 폐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장기를 기증함으로 인해서 새생명을 찾게 해 준다는 것은 어떤 일보다 더 값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