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이 '적정규모학교 육성계획'이라는 명목으로 학생 수가 작은 시골학교들에 대해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말이 '적정규모학교 육성계획'이지 사실은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이라며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몇 학교를 하나로 묶는 거점학교 방식으로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밀양(미리벌중학교)과 고성(공룡중학교), 하동(한다사중학교), 거창(덕유산중학교) 등 4개 시군, 11개 학교를 통합해 기숙형 거점중학교 설립을 확정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시골학교 통폐합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 "산청·거창 졸속 추진 학교 통폐합 중단하라"산청군에는 중학교가 7개, 고등학교가 6개가 있다.
경남교육청은 이들 중고등학교를 모두 없애고 기숙형 중고교 각 2개씩을 세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학부모에게 찬반 의견을 묻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4일부터 26일까지 초중학교, 고등학교 1학년 학부모 2천200여명에게 찬반을 물어 학교별로 75% 이상 찬성이 나올 경우 추진하게 된다.
그러나 교육시민단체들은 의견조사가 사실상 찬성을 강요한 '주민투표'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등 교육시장화저지를 위한 경남교육연대는 24일 경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조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찬반을 묻는 용지와 거점학교 홍보자료를 함께 첨부해 학부모에게 발송했다"며 "이는 사실상 찬성 강요나 다름없다"고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홍보자료에는 거점학교 설립계획과 추진절차 등이 설명돼 있다.
특히, 소규모학교 운영상의 문제점, 거점학교 혜택 등도 담겨 있다. 찬반을 묻는 의견조사지만 거점학교 설립의 당위성만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찬반 결과 자체가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사실상 주민투표"라며 "왜곡없이 공정해야 하는데 홍보자료를 동봉했다는 것은 찬성 투표를 유도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남교육연대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의견수렴 절차없이 두 달만에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거창군에서도 1면 1개 초등학교를 폐교 또는 분교장으로 전환하려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밖에 합천과 남해에서도 학교를 통폐합하는 거점학교 설립이 추진중에 있다.
이에 대해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산청은 졸속 추진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논의돼 왔던 사안"이라며 "홍보자료도 거점학교에 대한 설명만 들어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최근 설립이 확정된 지역의 기숙형중학교 홍보 동영상을 보고 산청군 의원들이 요청해서 추진한 내용"이라며 "어쨋든 찬성 75% 이상이 안되면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작은 학교보다 큰 학교를 적정규모로 만들어야"경남교육청은 학교 통폐합 추진을 위해 올해 초부터 '적정규모학교육성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작은 학교에 대한 통폐합을 추진하고 거점학교 설립 작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단체들은 학생 수만 따져 통폐합을 하기보단 작은 학교를 먼저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남교육연대는 "실제 대부분 교육 문제는 작은 학교보다 큰 학교에서 발생한다"며 "3,40명의 학생이 모여 교사와 소통할 수 없고 운동장이 좁아 운동을 하지 못하는 큰 학교부터 적정규모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작은 학교를 없애 큰 학교를 만든 것이 적정규모가 아니다"며 "오히려 작은 학교들이 교사와 학생이 가까이서 소통하고 개별학습이 가능하며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진단의 모든 업무는 학교 통폐합으로 되어 있다"며 "학교를 없애고 죽이는 정책을 펴지 말고 학교를 살리고 마을을 살리는 정책을 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