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폭행
학부모가 초등학교 교실에 난입해 여교사를 폭행한 사건으로 제주 사회가 떠들썩하다.
교권보호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제주도교육청의 도넘은 마녀사냥식 대응은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도내 모 초등학교에서 여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학부모 A(35, 여)씨가 경찰 수사를 받았다.
사건 발생 닷새만인 16일 오전 제주동부경찰서에 출석해 2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A씨는 죄송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지난 11일 자신의 딸이 다니는 학교 교실에 찾아가 담임 교사 B씨와 학년부장 C씨를 폭행한 혐의는 대부분 시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또 폭행 경위에 대해 "옷에 소변을 본 아이를 집으로 데려 가려 했지만 교사들이 막는 것 같아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상해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한 A씨를 이번주안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씨가 경찰 수사를 받은 16일에도 제주 교육계의 강경한 목소리는 이어졌다.
이번에는 제주도 내 초등학교 교장단 모임이 총대를 멨다.
제주도 초등교장협의회는 이날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부모의 여교사 폭행사건을 명백한 교권침해로 보고 강력하게 대응키로 한 교육감의 방침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드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겠다'', ''강력한 법적대응에 나서겠다'', ''경찰에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등 연일 계속되고 있는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의 강성발언에 맞장구를 친 것이다.
교장협의회는 또 이번 사건과는 거리가 먼 학생인권조례까지 들먹여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환심을 사려는 일부 교육 행정가들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면서 학생들의 일탈행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장단에 앞서 15일에는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가 보도자료를 내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사법처리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에도 교권보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교육감이 피해 학교를 찾아 위로했다''거나 ''교장이 경찰서에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등의 보도자료도 교육청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간 폭력이나 교사에 의한 학생 폭력, 배움터 지킴이에 의한 성추행 사건에도 제주 교육계가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학교 폭력이 발생할 때 마다 쉬쉬했던 교육당국이다.
더욱 문제는 사건이 가해자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교육계가 기자회견과 성명, 보도자료를 통해 연일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면서 가해자는 이미 세상에 둘도 없는 흉악범이 되어 버렸다.
어린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권을 무시한 채 여교사에게 10여 분 간이나 폭력을 휘두른 A씨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BestNocut_R]
하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인과관계도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계가 일제히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그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교권보호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기 보다는 다른 학부모들에게 당신도 조심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비판까지 교육청 안팎에서 나온다.
어머니의 잘못된 행동으로 어린 가슴에 생채기가 남은 딸에게도,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은 교사에게도, 폭행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봐 큰 충격을 받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이같은 여론몰이가 도움이 될지는 깊게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