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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시철도 3호선을 달리던 전동차가 갑작스럽게 멈춰서 승객들이 암흑천지에서 공포에 떠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다 사고열차를 이동시키기 위한 구원열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추돌하면서 승객들이 뒤엉켜 넘어져 부상을 입는 등 객실 내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당시 열차에 타고 있었던 승객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상황을 짚어봤다.
22일 오전 8시 15분쯤, 부산도시철도 3호선 배산역을 출발한 대저행 3038 열차가 물만골역을 100m가량 앞두고 터널 안에서 갑자기 멈춰섰다.
열차가 멈춰서자마자 4량 1편성 열차의 첫 칸을 제외한 모든 열차 내부의 전원이 나가면서 암흑천지로 변했고, 승객들은 우왕좌왕하며 휴대전화 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대학생 박 모(20.여)씨도 친구와 함께 등교를 하기 위해 전동차에 타고 있었다. 박 씨에 따르면 갑자기 열차의 속도가 줄어들면서 멈춰서는 동시에 열차 내부 전원이 모두 나갔다.
버스 파업 소동 등의 여파로 평소보다 더 붐볐던 열차 안은 승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어수선해졌고, 스피커를 통해서 "열차가 기관 고장으로 잠시 멈춰섰다. 문을 억지로 열지 말고 잠시만 기다리면 곧 출발 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Podcast 다운로드]하지만, 약 15분이 지나도 이렇다 할 추가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자 승객들은 저마다 119, 112 긴급전화로 신고를 하거나 가족들에게 사고 소식을 알리는 등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러던 중 기관사가 뛰어나와 칸마다 다니며 승객들에게 "큰 사고가 아니다. 진정하라"고 말했고, 일부 승객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문을 열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8시 30분쯤, 열차 마지막 칸에서 희미한 불빛으로 다른 열차가 빠른 속도로 접근해 오는 것이 보였다.
승객들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 들이받을 것 같다"는 등 고함을 지르며 맨 앞칸으로 이동했지만, 달려오던 열차는 그대로 ''쾅!, 쾅!'' 두번의 굉음을 내며 들이 받았다.
충격 여파로 출근길 빽빽하게 열차에 갇혀 있던 승객들 일부가 넘어져 뒤엉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두를 신고 있던 박 씨도 인파 속에 넘어져 밟히면서 발목을 다치고, 손에 타박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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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교통공사 관계자들이 문을 수동으로 열어 승객들을 내리게 한 뒤 100m가량의 암흑천지 터널을 걸어서 대피시켰다. 승객 대피는 사고 발생 30여 분 뒤인 45분쯤 완료됐다.
박 씨는 "객실 내부가 어두워서 앞을 분간할 수도 없는데, 갑자기 엄청난 충격으로 열차 추돌사고까지 발생하자 이러다가 큰일 나겠구나 라는 생각에 앞이 깜깜했다"면서 "승객들이 모두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데 교통공사측의 비상상황에 대한 대처나 안내방송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더 불안감을 키웠다"고 말했다.
물만골 역에 도착하자마자 노인과 아이를 데리고 있던 주부들은 승강장에 털썩 주저앉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BestNocut_R]현재 사고 여파로 타박상 등을 입은 승객 40여 명이 대동병원 등 부산지역 5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도시철도 3호선 수영역에서 물만골역까지 양방향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교통공사는 차량을 대저기지창으로 옮겨 정확한 사고 인원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