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정부와 제주도가 해군기지에서 15만톤 크루즈선의 입·출항이 가능한지를 검증하기로 합의했다. 검증 방법과 참여인원에 대한 제주도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한 것이지만 검증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선우 제주도 환경경제부지사는 15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기지에서 15만톤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입·출항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 케이스는 해군기지 서쪽에 돌출형 부두가 없고 남방파제에 크루즈선 1척이 접안한 것을 전제로 풍속이 27노트인 상태에서 또다른 크루즈선이 예인선에 의지해 서방파제 우현이나 좌현으로 접안하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이미 양측이 지난 7월 합의한 사안이다.
시뮬레이션은 표준조선법에 따라 동일 조건하에서 정부 추천 도선사와 제주 추천 도선사가 상호 교차 방식으로 주간의 경우와 야간의 경우를 모두 실시한다.
2개 케이스를 주·야간으로 대입하면 시뮬레이션은 모두 8차례 진행된다.
시뮬레이션팀의 책임 연구원은 한국항해항만학회 이동섭 회장이 맡고 정부와 제주도가 각각 추천한 연구원 2명, 도선사 4명이 시뮬레이션 검증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는 제주도가 지난 10월 30일 최후통첩한 ''책임연구원 교체''와 ''시뮬레이션 야간실시''를 정부가 모두 수용하면서 가능해졌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된 국방부의 단독 시뮬레이션에 이윤석 한국해양대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했다"며 "앞으로의 검증과정에서는 책임연구원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방부의 시뮬레이션을 검증하는데 당사자가 또다시 책임연구원을 맡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요구에 정부는 책임연구원을 교체하고 이 교수를 정부측 연구원으로만 참여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측 연구원은 2명이고 제주측 연구원은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 1명 뿐이어서 공정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선우 부지사는 "책임연구원인 이동섭 회장은 객관적인 인물이다"며 공정성 시비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뮬레이션 시기는 ''정부가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제주도에 통보했지만 당장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주해군기지 조감도
김 부지사는 "아무리 빨라도 4~6주의 준비기간이 걸리고 시뮬레이션 실시후에는 보고서 작성에 1주일이 더 소요된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일인 12월 19일 이전 실시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올해안에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제주도는 시뮬레이션 검증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론나면 보완하고 문제가 없다면 공사가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초 정부가 약속한대로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이 제대로 건설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만 이뤄지면 공사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우근민 제주지사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제주도는 "케이슨을 제자리에 설치하는 케이슨 정거치 공사만 진행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보완이 가능하다"며 "정부도 케이슨 정거치 공사를 늦추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군기지 반대 목소리가 여전하고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시뮬레이션 검증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나온다.
강정마을회와 제주 시민단체는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촉구하며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BestNocut_R]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업내용을 재검토하겠다는 대선주자의 공약도 나왔다.
대선 결과에 따라 해군기지의 미래가 좌우되는 상황에서 시뮬레이션 검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