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대한민국 최초 여기자출신 앵커", "방송사 최초 정당출입기자", "방송사 최초 심야뉴스 단독진행"
유난히 ''최초'' 라는 화려한 수식으로 청년 예비일꾼들에게 ''닮고 싶은 여성'' 1순위, 일하는 여성들의 롤모델로 손꼽히는 KT 김은혜 전무.
김은혜 전무(KT GMC전략실)의 지금까지의 이미지는 넘치는 카리스마로 기억되고 매일매일 자신과의 싸움에서 포연을 전하는 종군기자처럼 비장했을 그녀가 울었다.
바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녹화장에서였다.
지난 10월 15일 목동 KT 체임버홀 강당은 5백여 명의 방청객들로 가득 메워졌다.
이날은 한국형 미니 프리젠테이션 강연프로그램으로 인기몰이 중인 기독교방송 CBS-TV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녹화당일로 여러 강연자의 순번을 돌아 김은혜 전무가 강단에 섰다.
앞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댄서라 불리는 ''팝핀현준''의 열정적인 강연으로 청중들은 다소 들뜬 분위기에서 김 전무를 맞이했다.
단선적인 웹툰 일러스트와 개인사의 추억이 담긴 사진 몇 장이 강연장 스크린에 투사되었다. 깔끔한 프리젠테이션 형식과 진심을 담은 강연은 짧지 않는 15분 내내 청중들의 가슴을 쥐락펴락 흔들었다.
김은혜 전무, 소중한 세 인연을 말하다김 전무의 최근 이력을 기억하는 이들은 다소 따분한 정치계 풍문이나 대기업의 실전 스킬을 귀동냥 할 줄 알았지만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김 전무의 사적인 이야기에 방청객들은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김 전무는 ''내게 소중한 세 가지'' 라는 주제로 학창시절 대학 과 동창이었던 수진이라는 친구의 기억을 떠올리며 강연을 시작했다.
겁 많고 소심했던 여대생 김은혜를 세상 밖에 내보내준, 한 줄기 빛과 같았던 학창시절 친구의 이야기에 그 시절을 동감한다는 듯 젊은 방청객의 환호와 웃음이 뒤따랐다.
두 번째 이야기는 김 전무의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다.
911 뉴욕 무역센터 폭탄테러 있던 그 해, 김 전무는 때 마침 미국 연수 중이어서 현장으로 급파됐다. 딸의 안위가 걱정되었던 아버지는 손수 밤을 까서 갖가지 등속을 챙겨 미국으로 날아갔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공항에서 시큐리티 경찰이 보안검색을 하면서 가방 안에 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영어가 서툴렀던 김 전무의 아버지는 우물쭈물하다 있는 그대로 ''밤'' 이라고 했던 것이다.
영어로 ''Bomb'' 말 그대로 폭탄이라는 뜻이다. 익살스럽게 스크린에 투사된 미국인 경찰과 국산 ''밤'' 이미지가 대비되자 방청객들은 소위 ''빵'' 터졌다. ''안 봐도 비디오''인 상황이 연상돼 방청객들마다 웃음 바이러스가 퍼져나갔다.
94년 봄, 국제사면위원회를 통해 1979년 월북으로 간주됐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사실은 북한에 피랍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방송기자였던 김 전무는 남북 대치라는 엄중했던 시절, 온갖 고초를 겪었던 부인을 만나 오랜 설득 끝에 여론화시켰다. 결국, 전국적인 송환운동으로 번졌다. 여론의 반향은 컸고 이 특종으로 방송국 신출내기 기자는 한국기자협회 상까지 받게 됐다.
기자 개인으로서 최고의 영예까지 얻게 된 이야기가 자랑스러울 법도 한데,웬일인지 자신감 넘치던 김 전무는 갑자기 조심스럽고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방청객들은 그 이유를 강연을 위한 자료 그림이 다 끝난 후에야 들을 수 있었다.
가슴에 돋는 슬픔의 부채의식"제 인생의 고비마다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해주신, 제겐 너무 소중한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분들 모두, 지금은 이 세상 분들이 아닙니다."
김 전무의 폭탄과도 같은 몇 마디에 방청객들은 숨이 멎었다. 강연장 곳곳에서 탄성까지 들려왔다. 짧은 시간 웃고 환호하며 김 전무의 추억을 함께 즐기던 시간이 멀게만 느껴진 반전이었다.
친구 수진이는 학창시절을 채 누려보지 못하고 23살 꽃다운 나이에 병마와 싸우다 숨을 거두었고, 강제 피랍된 남편의 송환을 절절하게 염원했던 부인은 가족의 만남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자신에게 세상의 문을 열어준 친구가 먼저 그 문을 닫고 나가버렸고, 자신에게 ''용기''와 ''의지''가 무엇인지 보여줬던 부인의 죽음으로 김 전무는 한때 무엇과도 바꿀수 없던 방송을 포기하려는 방황을 하게 됐다.
처음 바친 효도 선물로 받은 아버지의 시한부 통보2007년 가을은 또 한 번의 슬픔으로 기억된다. 김 전무가 아버지를 위해 처음으로 건강검진권을 사드렸는데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생전 고생만 시켜드린 아버지에게 바친 첫 효도 선물이 ''''시한부 통보''''가 됐다는 사실에 김 전무는 아버진 사진만 보아도 복받치는 모습을 보였다.
김은혜
세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을 주었던 인연들. 소중한 사람들로 인해 그녀는 성장했고 그래서 흘리는 눈물은 그녀의 부채의식과 다름 아니었다.
그리운 친구의 이야기, 안타까운 사연의 피랍자 부인, 그리고 늘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아버지. 이날 강연을 진행하면서 김 전무는 여러 번 눈시울을 적셨다. 그리고 여기저기 방청객들의 눈물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 전무는 강연을 마치면서 방청객들에게 개인사의 이야기를 고백처럼 정리하며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기는 것에만 신경 쓰는 사이, 시간은 더 소중한 것들을 데려가 버렸다."고 김 전무는 말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말없이 지켜주는, 화려하지는 않으나 오히려 무채색의 보호색으로 험한 세상에 상처받지 않도록 우리를 보듬어주는 소중한 사람을 한번 다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도 그분들이 우리와 같은 하늘아래 있을 때 일수록 말이죠!!"
''철의 여인'' 같이 어떤 일이건 똑 부러질 것 같던 김은혜 전무.
이번 ''세바시, 15분'' 강연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내보이기 싫은 상처를 보여주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경험과 삶의 깨달음이 우리네 일상을 되돌아 보게 하는 울림을 전했다.
김 전무가 프리젠테이션 마지막 장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지금, 내 옆에 있을수 있습니다."
김은혜 전무의 강연 영상은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11월 13일 CBS TV 오후 3시에 방송되며 세바시에 참석한 강사들의 모든 강연은 웹과 모바일, KT의 올레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도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다.
페이스북 : www.facebook.com/cbs15min트위터: www.twitter.com/cbs15min홈페이지 : www.cbs.co.kr/cbs15min
세상을>세상을>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