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동 음란물로부터 안전한가? ICMEC가 서울과 경기도에서 아동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은 아이피를 추적해 지도상에 표시하자 수많은 지점들이 나타났다. (ICMEC 제공/노컷뉴스)
전남 나주에서 잠자던 초등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강변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고모(23)씨는 아동 포르노 중독자였다. 고 씨는 경찰조사에서 "일본 야동을 즐겨 보았고 자신도 어린 여자와 성행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지난 7월 경남 통영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한 뒤 살해한 김점덕(45)의 컴퓨터에서도 여자 어린이가 나오는 음란물 70여 편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2010년 초등생 성폭행 살해범 김수철(47)도 전날 아동 음란 동영상 수십편을 봤다.
국제실종착취아동센터(ICMEC) 동북아지부 임지민 대표는 "아동 포르노를 갖고만 있는 것으로 무슨 죄가 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동 음란물 소지와 아동 대상 성범죄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 미국에서 진행된 ''청소년 온라인 범죄 피해자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아동 음란물 소지죄로 검거된 범인의 40%는 실제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양측성 범죄자''(Dual Offender)''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을 불안에 떨게 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의 행적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미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아동 음란물과 성범죄와의 상관관계는 아주 큰 것으로 나타났지만, 우리나라의 음란물 규제는 선진국의 기준에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ICMEC는 아동음란물 규제와 관련한 5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나라는 현재 미국과 호주, 이탈리아 등 10개 나라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가 음란물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지 않아, 기준에 미달한 나라로 분류돼 있다. 규제가 느슨하다보니 한국은 음란물의 천국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CMEC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5만여 개의 아동음란물이 새로 만들어져 유포되고 있고, 이중 17%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유포되고 있다. 영국 인터넷 감시재단은 한국이 세계 아동음란물의 2.1%를 생산해 세계에서 6번째로 음란물이 많이 생산되는 국가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국민 대다수(4천만 명 추정)가 인터넷 사용자일 정도로 IT 환경이 발달하면서 아동 음란물을 교환하는 경로가 더욱 다양해지고, 아동.청소년을 유인해 성범죄로 끌어들일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BestNocut_R]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은 상업적 제조과정을 거친다기 보다는, 대부분 인터넷 채팅으로 청소년을 유인한 뒤 돈을 주거나 몰래카메라를 동원하는 수법으로 제작.유포된 것"이라고 말했다.
ICMEC 임 대표는 "아동 음란물에 대해서는 공급 측면에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가 아동 음란물이올라오면 직접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령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요 측면에서도 아이피 추적 등을 통해 아동 음란물 소지 범죄를 더욱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단순 소지에 부과하는 형벌(현재 2천만원 이하 벌금)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