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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시 쓴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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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현 시인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방송 : FM 98.1 (14:05~15:55)
    ■ 진행 : 김미화
    ■ 손님 : 안도현 (시인, 우석대 교수)

    - 지금 시기는 교묘하게 어렵게 하는 시기- 도종환 시인에게, 소는 내가 키울테니 몸 좀 버려 달라 부탁- 수많은 돈을 4대강 사업에 붓는 걸 보고 수십조 원에 맞서는 시 쓰고 싶었다- 나쁜 것들을 미워할 줄 아는 것도 연애, 연애 감정으로 정치를 봐야 - 국민을 무시하지 않는 겸손한 대통령 원해

    김미화

    안도현 시인 초대 했습니다. 4년? 5년 만에 시집인가요?

    안도현

    거의 5년 가까이 된 것 같습니다.

    김미화

    열 번째 시집?

    안도현

    <간절하게 참 철없이>라는 시집 이후에 열번째 시집입니다. 그동안 열 권 내면서 그전 것에 비해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린 시집입니다.

    김미화

    <북항>. 제목이 무슨 뜻인가요?

    안도현

    북항이라는 항구는 부산, 목포, 인천에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항구 이미지에다가 북이라는 글자가 대한민국 사람에게 단순히 방향만 가르키는 글자가 아니잖아요. 이념도, 눈물도, 원망도 들어가 복잡 다단한 북의 상징, 이미지를 섞어본 시입니다.

    김미화

    기다린 분이 많았어요. 왜 이리 늦었나요?

    안도현

    그동안 시집에 2-3년 만에 한 권씩 냈는데요. 우선 시를 30년 가까이 쓰다보니까 좋은 후배 시인도 많은데 내가 30년 썼으면 됐지 더 열심히 써야 하나 하는 게으름도 있었고요. 시집 내고 나서보니까 MB정부 시작할 무렵에서 끝날 무렵에 나온 시집이더라고요. 시인으로서 현실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고민했던 시기였기도 하고요.

    김미화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고 오히려 바랐다고 하셨어요.



    안도현

    그동안 시를 쓰면서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는 게 부담이 됐던 적이 많거든요. 대중적으로 꽤 알려진 시인이라는 것은 괜찮은데, 어떤 자리에 가니 안도현은 대중시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놀라서... 좀 다른 시인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미화

    다른 시인이라면?

    안도현

    대중이 기억해 주지 않아도 시가 좋은 시인. 연예인들은 대중이 많이 알아주고, 영화나 음반은 대중이 많이 찾아줘야 최고의 작품이 되는데 문학은 좀 다르거든요. 오히려 대중에 더 관심을가지면 시인, 작가에 대해 의심하는 풍토가 있습니다.

    김미화



    멋진 시를 쓰니까 대중에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차지 말라는 시는 제가 좋아하는 시에요. 신작 나오기 전에 단 한편의 시도 시를 쓰지 못한 시간이 일 년이다. 아예 안 쓰셨어요?

    안도현

    거의 한 편도 못 썼던 것 같아요. 일 년동안. 밖으로 보면 정부 출범할 무렵, 또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 신 후에.. 달라진 현실은 달라진 목소리로 노래를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김미화

    시를 못 쓴 일년, 안도현 시인의 제2의 질풍노도시기. 그런데 어두워서 못 썼다고 시대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시인 스스로가 촛불이 되었어야 할 것이 아니오. 이런 애정 어린 질책이 있어요.

    안도현

    저는 촛불 집회에 자주 나갔습니다. (웃음) 시가 말하는 방식이 누구를 반대한다랄지, 무엇을 규명하랄지.. 성명서나 구호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어서. 옛날에도 어려운 시기, 군부독재 시절이랄지 이럴 때 시인들은 늘 발언을 했는데 지금 시기는 교묘하게 어렵게 하는 시기여서.. 그래서 시인도 교묘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계발해야 하거든요. 그런 고민이 있었습니다.

    김미화

    안도현 시인에 대한 궁금증들이 있는데요. 안도현의 사람들. 도종환 시인을 19대 국회의원으로 만든 장본인. 본인은 시 쓰시고 너무 하신 것 아니에요?

    안도현

    도종환 시인은 국민들이 사랑해주시니까 국회의원이 된 거죠.

    김미화

    국회의원보다 자유롭게 계셔야 할 분인 것 같은데.

    안도현

    그건 제가 그렇게 하고요. (웃음) 도종환 시인은 시인 중에서도 성실하고 날카로워요. 제가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기보다 소는 내가 키울 테니까 몸 좀 버려달라고 설득을 했었죠.

    김미화

    도종환 시인께서 처음부터?

    안도현

    첨에는 잡아뗐죠. 제가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심사를 할 때 추천을 했는데, 심사위원들이 전원 도종환 시인을 모시자고 했어요. 이 분이 시인이기도 하고, 교육운동을 했던 분이라 교육과 문화 쪽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분이라고 봤죠. 전원 만장일치로 추천했고, 제가 도종환 시인에게 시를 못쓰게 하는 악역을 맡았죠.

    김미화

    담쟁이를 낭송하시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도종환은 도 시인이고 도 의원이신데, 안 시인은 안 시인이 거든요. (웃음) 전직 교사셨죠? 요즘 우리 교육 어떻게 보세요?

    안도현

    우리 교육문제만큼 안 풀리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저도 교사였고, 전교조에 동참해 해직도 당해봤는데.. 제일 문제는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이죠. 이게 바뀌지 않으면 학교는 입시를 위한 학원으로 기능할 수 밖에 없거든요. 이것도 정부의 교육정책이 경쟁 위주의 교육을 중심으로 해서 생긴 문제가 더 크다고 봅니다. 요즘 교과부에서 하는 대학평가라는 게 있어요. 대학의 모든 일들을 취업률 등 계량화해서 예산을 지원하는데, 이런 방식은 대학 길들이기지 제대로 된 대학교육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미화

    다음 아이디 여웅 씨가 이런 글을 달았어요.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안도현 시인께서 담임선생님이었는데 참 훌륭한 스승이었습니다." 어떤 스승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안도현

    그 때 제가 학생들 많이 때리고 그랬는데.(웃음)

    김미화

    그게 학생들이 애정이 담겨 있는지 본인의 화풀인지 다 알아요.

    안도현

    저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 선생이 아니고 학생하고 같이 놀아주는 사람으로서 선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이 많이 어렵다고 해요. 교실이 붕괴된다는 얘기도 있지 않습니까.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걸 가르치려 하지 말고 옆에서 잘 놀아주고 거들어주는 선생님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미화

    이경규 씨는 어떻게 아세요?

    안도현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이경규 씨는 부산에 있었습니다. 이경규 씨가 제가 부산에 교류하던 학교의 문예반장의 절친이었습니다. 이경규 씨는 응원부장. 우리가 시화전 하는 데도 놀러오고, 우리도 부산으로 놀러가고 했는데. 그 때도 이경규 씨 꿈은 코미디언이었어요. 무슨 짓을 해도 웃기는 사람. 제 꿈은 시인이었어요. 지금도 친구들 만나면 고등학교 때 꾸던 꿈을 이룬 사람은 두 사람 밖에 없다고 웃더라고요.

    김미화

    작품 얘길 해보면, 원래 시 제목은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발로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라도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는가이 시에 나오는 연탄재처럼 뜨겁게 살아 보신 적이 있으세요?

    안도현

    이 시는 80년대 후반 해직교사 시절에 썼습니다. 제목이 ''너에게 묻는다''인데 여기 ''너''는 시를 읽는 독자가 아니고 나거든요. 저 자신이에요. 해직되고 앞으로 교육운동에 헌신해야할 나 자신에게 ''너 좀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라고 저한테 질책하는 시입니다. 이 시를 읽으신 분들이 나는 그동안 남에게 뜨거운 사람이 못 됐다고 반성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김미화

    뜨끔하신 분 많으세요. 저도 그렇고요. 안도현은 몰라도 연탄재는 안다고 해요.(웃음) 시인에게 이 시는 어떤 존재인가요?

    안도현

    많은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는 않고요. 이 시가 인터넷 상에서 연탄 시인으로 만들어 준 시이기도 하고요. 시를 읽으며 많은 분들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고 해서 좋았고요. 그런데 시를 읽고 나서 시인도 뜨거운 사람으로 혼동을 하시는데, 저는 스스로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미화

    왜요?

    안도현

    제가 휴대폰도 없고, 저 편하자고 없는 거거든요. 특히 글을 쓰는 시간에는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김미화



    <북항>이라는 시집의 머릿글을 보니까, 투명과 불투명의 사이, 명징함과 모호함의 경계쯤에 시를 두고 싶었으나 뜻대로 잘되지 않았다. 개판 같은 세상을 개판이라고 말하지 않는 미적형식을 얻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다. 이런 구절이 나와요. 지금 세상이 개판인가요?

    안도현

    지금 세상이 개판이라는 것을 시로서는 말할 수 없고, 이런 자리에서는 말할 수 있습니다. 분명 개판입니다.

    김미화

    시를 쓰기 위해 연애를 많이 하라는 말씀하셨잖아요. 대상을 볼 때 연애의 감정으로 바라보는 것이란?

    안도현

    쌍용차 문제, 언론 노조의 파업, 12월 연말 대선이 있는데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게 점잖다고 생각하는 것... 저는 연애 감정으로 정치를 보고 대선 정국을 보면 훨씬 더 좋은 토론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미화

    <북항>에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쓴 시 하나 소개해주세요.

    안도현

    너무 노출된 시들도 많은데요. 수많은 돈을 4대강 사업에 쏟아 붓는 걸 보고 그 수십조 원에 맞서는 시를 쓰고 싶었는데, 꽤 성공한 것 같지는 않아요. <강>이라는 시가 있어요.

    김미화

    제가 한 번 읽어 볼게요. 내가 강에 나갔을 때 강은 삐걱거렸다. 허리가 시큰하다 하였다. 나는 보았다. 강에 나갔을 때 통속한 굴삭기와 식탐 많은.. 쭉 이어지네요. 페이지가 많아요. 그런데 제목이 다 자연적이에요. 그 집 뒷뜰에 사과나무, 설국, 매화꽃, 목둘레. 이렇게.

    안도현

    61년생이니 농경문화적인 곳에서 성장했고, 자연 가까이에서 살아서 그런 게 나왔어요. 저는 도시에 살면서도 도시를 시로 노래할 자신이 없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까 자연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시를 많이 쓰게 되는것 같아요.

    김미화

    안도현 시인에게 최근 이슈가 된 인천공한 매각, 민간인사찰... 이런 문제를 연애의 감정으로 바라보신다면?

    안도현

    좋아하는 대상에게 집중하게 되면 그 대상을 둘러싼 고 있는 나쁜 것들을 미워할 줄도 아는 것도 연애라고 생각합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을 저지른 사람들, 그것을 공공연히 알면서 잘 캐내지 못한 검찰. 이런 사람을 미워할 줄 아는 것도 연애입니다.

    김미화

    안도현 시인이 바라는 나라, 대통령은?

    안도현

    그 이야기를 하려면 길어져서.(웃음) 간단히 할게요. 군대를 갔다 온 대통령.. 국민을 무시하지 않는 겸손한 대통령... 또 권위주의를 등에 업고 있지 않는 대통령... 기왕이면 좀 잘생긴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웃음)

    김미화

    <북항> 중에 마음에 드는 시 한 편 낭독 부탁드려요.

    안도현

    제일 처음에 나오는 <일기>라는 시 읽겠습니다. <일기>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 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난 감나무를 고쳐 주러온 의원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 추녀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단 말인가.

    김미화

    일흔세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셨군요. 이 시가 2011년 문인들이 뽑은 최고의 시예요.

    안도현

    출판사에서 이벤트를 한건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죠.(웃음) 비평가들과 동료가 뽑아 준 것이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하면 안 되는 게 시인이기도 합니다.(웃음)

    김미화

    오늘 시간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도현

    고맙습니다.

    CBS 김미화의 여러분 바로가기 http://bit.ly/LCTn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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