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전단지 내용. 휴무일을 전후로 한 금^토^월요일에 대폭할인 행사를 열고 있다. (CBS 박초롱 기자)
우리사회에서 ''상생 협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경제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지만 현실은 과연 그럴까.
CBS는 상생을 외면하는 대기업의 사례들을 통해 문제점을 제시하고 대안까지 모색해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편집자註)
주말을 앞둔 지난 1일, 신도림역 맞은편 홈플러스에서는 ''대폭할인'', ''파격가 쇼핑찬스!''등의 광고문구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50% 할인 문구가 붙은 계란 매대 앞은 2팩 이상씩 집어가려는 주부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물건을 담고 있었다.
같은 날, ''이번주 영업합니다''란 대형 포스터를 붙인 구로구 롯데마트에서는 ''金, 土 특가세일'' 코너에서 판매되던 삼겹살이 몇 분만에 동이 났다.
이마트는 ''7만 원 구매시 5천 원 할인쿠폰''으로 고객의 발길을 붙들었다. 의무휴점일 바로 전까지만 쓸 수 있는 유효기간 1주일짜리 쿠폰으로 의무휴점일 전에 장을 보도록 하는 전략인 셈이다.
◈ "의무휴무일 전에 손님 모아라"…대형마트 공격적 영업매월 2, 4째 주 일요일에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대형마트 의무휴무제가 실시된지도 한 달 남짓.
대형마트들은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과 토요일에 대폭 할인을 하고, 할인쿠폰 등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개정된 유통법이 영업시간을 오전 0~8시에만 규제한다는 점을 노려 영업시간을 앞당겨 오전 8시나 9시에 문을 여는 등 변칙 영업을 하는 곳도 있었다.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오전 11시까지 1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포인트를 대폭 지급한다는 전단지 광고도 눈에 띄었다.
홈플러스는 아예 대놓고 의무휴무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포스터까지 부착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점에 반대하는 포스터 (CBS 박초롱 기자)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의 주말 강제휴점은 서민들에게 큰 불편과 많은 부작용을 초래합니다''란 제목의 포스터를 매장 곳곳에 붙여놓았다.
대형마트 의무휴무가 ''맞벌이 부부에게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거나 ''3조원 이상 소비감소로 내수 경기가 침체된다'' 등 대형마트 휴점에 반대하는 6가지 이유를 담고 있다.
마트 측은 "소비자들에게 대형마트 휴무의 부작용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러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서, "한 달에 일요일 2번 휴무는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장을 보던 김모(62, 女)씨는 "같이 살자는 것인데 이런 포스터를 붙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면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의무휴무제를 실시하지 않는 용산구의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던 박영은(25, 女)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매우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65일 매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배려해야 하고 재래시장 상인들과 상생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에 한달에 1~2번 정도는 (의무휴무제를)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상인연합회 이동조 실장은 "일부 불편한 것도 있겠지만 영세상인들은 불편함을 넘어선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휴식권과 전력보호 등도 중요한 문제다"라며 좀 더 큰 틀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 "휴점은 남 얘기"…쇼핑센터 속 대형마트는 ''영업 중''
한편, 법적인 허점때문에 의무휴무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버젓이 영업하는 대형마트도 있어 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곳도 상당수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로 등록된 곳은 모두 63곳. 이 중 다음달부터 의무휴무제를 실시하는 강남구와 최근 조례개정이 거부된 용산구, 그리고 개정이 진행 중인 동작구를 제외하면 대형마트 61곳이 오는 10일 휴점에 들어간다.
하지만 ''쇼핑센터'' 등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형태로 개점한 곳은 유통법 개정안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마트 영등포점이나 홈플러스 목동점, 롯데마트 김포공항점 등 10여곳이 넘는 ''대형마트 아닌 대형마트''들은 휴점없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다. [BestNocut_R]
한 달에 단 2번이라도 대형마트 대신 재래시장이나 동네 슈퍼마켓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유도해보자는 의무 휴무제. 대형마트들은 공격적 영업전략과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그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