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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의 한 근린 공원에서 대학생 김모(20)씨가 흉기에 수 십 차례나 찔려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들의 말만 듣고 숨진 김 씨가 사건의 계기를 제공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김 씨 지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이 수사발표를 뒤집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숨진 김 씨가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피의자인 이모(16)군과 홍모(15)양과 갈등을 빚어온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고 발표했다.
숨진 김 씨가 홍 양에게 이 군과 헤어지라고 문자를 보내고, 이 군에게는 이른바 ''''신상털기''''를 하겠다고 문자를 발송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는 것.
경찰은 잦은 갈등이 쌓이면서 이 군이 지난달 30일 친구인 윤모(18)씨와 함께 김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문제가 된 채팅방(GH)은 단순히 잡담을 나누는 곳일 뿐 일각에서 제기된 ''''사령카페''''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령카페는 악령을 믿으면서 악령을 소환해 자신을 지키는 방법 등을 공유하는 곳이다.
그러나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경찰이 잡담을 나누는 대화방에 불과했다고 발표한 ''GH''는 사령카페를 옮겨왔고, 악령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장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김 씨의 친구인 A씨가 사건 발생 당일 김 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김 씨는 친구에게 ''''지금은 (사령)카페가 아니고 GH(Grey Horizon)''''라고 말했다. GH 채팅방이 사실상 ''사령카페''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김 씨의 전 여자친구 박모(21.여)씨의 페이스북에서도 박 씨는 ''''오컬트 관련 지인들을 불러다...대화를 했다"며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눈 캡처 화면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GH''는 단순 채팅방이 아니라 악령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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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등 김 씨의 지인들은 ''''김 씨의 여자친구 박 씨가 사령카페에 심각하게 빠져 있었고, 김 씨는 사령카페에서 박 씨를 빼내기 위해 패거리였던 이 군을 만나러 갔다 변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씨는 A씨 등에게 ''''목적은 일단 레카(박씨의 아이디)구출''''이라고 말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은 또 전 여자친구 박 씨가 올해 1월 초에 사령카페에 가입했고, 이어 박 씨의 권유로 이 군과 홍 양이 한 달 뒤 카페에 가입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박 씨와 친하게 지냈다는 B씨는 ''''박 씨가 사령카페에 가입한 시기가 지난해 10월이었고 사령카페에 심취해 있었다''''며 경찰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 "전 여자친구도 계획 알고 있었다"살인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김 씨의 전 여자친구 박 씨에 대해서도 김 씨의 지인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박 씨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달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김 씨를 향해 ''''진심으로 니가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글을 올렸고, 이 군 등은 ''''확인완료''''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김 씨가 A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를 보면 박 씨는 김 씨를 살해한 이 군과 그 친구 윤모(18)군, 홍 양과 함께 숨진 김 씨를 만났다. 다만 박 씨는 사건 발생장소인 공원으로 가기 직전에 일행과 헤어졌다.
A씨는 ''''박 씨가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불구속 입건에 그친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박 씨와의 전화통화 내역을 공개했다.
박 씨는 경찰조사를 받은 직후 A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런 이야기(김 씨 살해계획)가 나온 건 알고 있었다"며 ''''진짜로 할지는 솔직히 몰랐다''''고 말했다.
A씨는 ''''정황상 박 씨가 사전에 공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방조로 불구속 입건한 것은 친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일찍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사건의 주요 원인인 사령카페 부분은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숨진 김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