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 포스터
지난 2000년 국내에 소개돼 인기를 모은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나온 로마 검투사들이 건장한 체구와는 달리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3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고고학과 칼 그로스슈미트교수는 "로마시대 검투사들의 유골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오늘날 격투기선수들처럼 날씬한 근육질이 아닌 일본 스모선수처럼 비대했고 채식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로스슈미트는 과거 로마속주 소아시아의 수도인 현 터키령 에페소스에서 지난 1993년 발견된 검투사들의 공동묘지에서 유골 70구를 정밀 조사했다.
그 결과, 유골에서는 땅속에 주로 있는 스트론튬과 아연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그로스슈미트는 "이들이 고기를 먹었다면 이런 성분이 나올 리 없다"며 "적어도 곡물류만 아주 많이 먹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로스슈미트는 또 "이 정도 양을 먹었다면 몸에 곡물에서 나오는 열량으로 인해 체지방층이 형성됐을 것"이라며 "아마 체지방을 이용, 몸안의 혈관이나 신경이 상대의 칼에 찔리지 않게 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연구진은 "스트론튬의 경우 주로 지하수에 많은 광물질로 이 지하수로 경작을 할 경우 곡물에도 많이 함유된다"고 설명했다.
그로스슈미트는 "당시의 의술이 놀랄 정도 수준"이라며 "간혹 뼈가 부러진 흔적이 있는 유골도 있었는데 정밀한 디지털방사선기계가 아니면 골절흔적도 찾기 어려웠다"며 극찬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검투사들은 평상시에는 곡식만으로 식사해 살을 찌운 뒤 시합을 앞두고 강한 근육훈련을 통해 근력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그로스슈미트는 "이들 검투사들 가운데는 목에서부터 척추를 따라 심장방향으로 칼을 찔려 숨진 사람이 많다"며 "로마시대 검투사에 대한 처형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민족이 함께 살던 로마에서는 로마 시민의 경우 사형이 참수형인데 비해 이민족은 십자가형이 행해졌다. 예수의 경우 로마시민권이 없는 유태인이어서 십자가형에 처해졌다.
군단의 군인들은 검투사들처럼 목뒤에서 칼을 찌르는 형식의 처형이 이뤄졌다.
CBS노컷뉴스 이서규기자 wangsobang@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