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요즘 TV방송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박근혜 위원장. 지난 2일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일, 종편 채널들이 개국하던 날도 일제히 박근혜 위원장 특집 방송이 쏟아져 나왔다. SBS는 상업방송답게 버라이어티하게 다뤄 대박이 됐고, 종편 채널들은 마치 신문사 창간기념 대담하듯이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 쪽박을 찼다.
TV조선의 찬양 자막이 최고 히트작.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 한 아우라''''? 조선일보의 낯 뜨거운 권력자 찬양의 변천사를 잠깐 들여다 보자.
조선일보 1937년 1월 1일 신년호 제목, <天皇陛下의 御聖德(천황폐하의 어성덕)> - 일본 천황 폐하의 거룩하고 성스러우신 덕망. 1980년 8월 23일 자 조선일보 기사 제목, <''''인간 전두환'''' - 육사의 혼이 키워낸 신념과 의지와 행동>. 조선일보에게서 찬양받는 건 자랑하고 다닐 일이 못 된다. 박근혜 위원장도 괜한 찬사에 오히려 손해를 봤을 듯.
권력은 소통이다권력이란 억압과 무력만이 아니다. 권력은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을 장악하는 힘이다. 자신의 잘 꾸며진 이미지와 선전을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대량으로 흘려 내보낼 수 있는 힘이 권력이다.
최근 사건 중 정봉주 의원 수감될 때 상황을 보자.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정치인들이 환송식에 몰려갔다. 국회의원 배지도 못 달고 있는 전직의원이고 다음 선거에 출마도 못하는 끈 떨어진 정치인에게 왜 정치권력자들이 몰려갔을까? 그것이 소통의 힘이다.
인기 있는 정봉주 의원과 자신이 친하고 가깝다는 이미지를 다수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있으니 그러는 것이다. 자기가 ''''레알 BBK 스나이퍼(?)''''라 자기가 잡혀 들어가야 되는데 정봉주 의원이 대신 잡혀 들어가 안타깝다는 둥, 정봉주 의원은 정말 훌륭한 나의 친구라는 둥 완전 깔때기를 들이밀지 아니 하던가. 만약 정 전 의원이 ''나꼼수''로 뜨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 몇 사람이나 왔을까?
특히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치권력은 자신의 이미지와 치적을 전파하기 위해 본격적인 이미지 정치를 시작한다. 이미지 정치란 정치인이나 정당이 상징 조작과 인위적인 연출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행위이다. 실제의 정책비전이나 정치적 능력, 품격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으려 허상을 만들어 뿌린다. 이미지 정치는 실상이 아닌 허상 앞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이미지를 주입시키는 작업이다.
꼼수도 실력, 짝퉁도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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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예를 몇 가지 들어 보자.
모 정당 대표 A 씨가 새해를 맞아 노숙자 무료 급식소를 찾아가 떡국을 퍼주는 장면이 방송됐다. 바쁜 중에도 사회봉사까지 한다고 ''''사람 괜찮네''''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용산 노숙자 무료 배식소에서 300명 분 떡국 배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통상 3시간, A 대표가 떡국 퍼 준 시간은 딱 5분이었다.
모 정당 B 대표(男)가 전라도 순창 종가집에서 1일 며느리 체험을 했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됐다. 그러나 그날 종가집을 방문해 한 일이라고는 내내 종가집 며느리들한테 둘러싸여 얻어만 먹다가 마지막에 설거지만 잠깐 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면 쫓아간 언론들은 앞과 뒤를 찍어 일도 별로 안 하고 일 하는 척 했다고 보도해야 한다. 그런데 찍어달라는 대로 찍어 신문방송에 내 주니 문제다. 허황된 이미지라는 마약 제조와 유통에 정치집단과 언론이 공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8년 광우병으로 시끄러울 때 충청도 소 키우는 동네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흐뭇한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나중에 학생들은 경찰과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억지로 웃느라 고생했다고 뒷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김윤옥 여사와의 야구장 키스는 이미지 연출로는 압권이었다. 다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좀 거시기 했다는 사람들도 있어 평가는 엇갈리지만….
이렇게 부작용도 따른다. 대표적인 예가 나경원 후보. 장애 아동을 취재진 앞에서 목욕시킨 것은 상당히 역효과를 거두었다. 이런 것에 비교하자면 안상수 대표의 포탄 보온병 이미지는 진솔하고 사랑스럽지 않은가 말이다.
오세훈 후보는 TV를 통해 선하고 신사다운 변호사의 이미지를 선보이며 국민을 매료시켰다. 특히 정수기 CF 선전이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효과가 컸다. 1급수의 청정한 사람일 듯한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러다 국회의원이 되고 한나라당 쇄신을 외치고 17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것이 권력에 욕심없는 쿨한 정치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바로 차기 대통령감 1위로 오르기도 했던 것.
실재 이미지와 가상의 위조된 이미지가 있을 때 실재를 감추는 것도 권력이고 꾸며낸 위조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도 권력이다. 오늘의 시대를 이미지의 과다실재화 (hyperreality)라 부른다. 위조본이 원본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더 원본처럼 구는 시대이다. 짝퉁을 팔아 대박을 내고 화장에 속고, 성형수술로 고친 얼굴을 아예 실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대이다.
사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다. 누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실제보다 나은 이미지를 내보이려 하고 자기 주장과 입장을 전파하려 하고 남보다 우위에 서고 싶어 한다. 그런 것은 인정하자. 다만 우리를 지배하려는 정치권력의 힘을 이용한 연출된 감동에 빠져들거나 속지 말자는, 그래서 귀중한 한 표를 잘못 던지지 말자는 이야기이다.[BestNocut_R]
오늘날 언론은 정치집단이 의도하는 정치적 상징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이용당하고 있다. 오히려 언론이 들떠 조작에 나서고 있다. 유권자인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하니 참 고달픈 세상이다.
(다음 편에 계속!)天皇陛下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