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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일각에선 "카다피는 여전히 혁명가"

  • 2011-10-25 12:39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살아있을 때 아프리카 대륙의 일부 가난한 국가들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가난한 국가들을방문하면서 길거리 걸인들에게 돈을 나눠주기도 했다.

서방에서는 카다피 사망을 독재정권의 붕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아프리카에서는 사정이 아주 다르다.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그의 지원으로 건설된 모스크들에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카다피가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순교자 혹은 은혜를 베푼 사람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리비아 자본으로 건설된 한 호텔 근처에서 새들을 팔고있는 체르노 디알로는 "다른 지도자들은 리무진을 타고 홱 지나가지만, 카다피는 차에서 내려 경호원을 밀치고 우리 손을 잡아주었다"고 회상하면서 "말리 사람들은 모두 그의 죽음에 상심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다피에 대한 이 같은 기억은 아프리카의 잔인한 독재자들을 지원한 이력과는 전혀 딴판이다.

카다피는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이 최후의 발악을 할 때 600명의 병력을 파견해 그를 지원했다.

또 카다피가 자금을 댄 라이베리아 반군은 어린이들까지 강제징집을 하는가 하면 시에라리온 내전 중에는 상대방 피해자들의 사지를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감비아의 한 상인은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에서 사망한 수천명 목숨보다 카다피 한 사람의 목숨이 더 중요하냐"고 반문하면서 일부의 감상적인 동정론을 경계했다.

카다피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가운데 일부 관측통들은 카다피 정권이 아프리카 빈국들을 중심으로 1천500억 달러를 원조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다피가 지원해 건설한 시에라리온의 한 모스크에서 만난 세이크 무탈 빈은 "카다피는 가난한 국가들의 국민을 지원한 진정한 혁명가"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시에라리온에서는 이슬람교도들이 카다피를 위한 철야 추도회를 준비 중에 있다.

카다피는 또 우간다에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모스크를 건설해 준 것은 물론 각종 회사에 자금을 제공했는데 기업 가치 총액은 3억7천500만 달러에 이르고 종업원이 3천명이다.

그가 우간다는 방문할 때마다 길거리에는 그를 환영하는 어린이들이 길게 줄을 섰다. 한 선생님은 "카다피는 많은 우간다 사람들에게 대부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게다가 카다피는 우간다 한 부족의 왕궁을 건설해 주기도 했다.

카다피는 지난 2002년 아프리카연합(AU)을 창설하고 순번제 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AU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리비아에 공습을 감행하자 앞장서 나토를 비난했다.

카다피는 아프리카에서 최대 부자국가로 꼽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지원했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백인정부의 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할 때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ANC 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되기까지 지원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나토의 공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카다피를 생포해서 그가 정식재판을 받도록 해야 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NC 청년조직은 카다피가 "반 제국주의에 싸운 순교자"라고 정의하고 "그가 아프리카 대륙이 다시 식민지화되는 것을 막은 용감한 군인이며 투사"라고 치켜세웠다.

카다피의 많은 지지자는 카다피를 죽음으로 몰고간 서방 국가들의 공습이야말로서방간섭과 네오식민주의의 표본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콩고공화국의 한 여교사(52)는 나토가 감행한 공습은 "서방의 오만"이라고 규탄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프랑스 등은 아프리카의 독립을 진정으로 원한 적이 없는 것이 분명하며 그래서 강력한 통일된 아프리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죽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그리고 카다피가 아프리카 대륙의 순교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을 잊지 않았다.

역사학자 스테판 엘리스는 벵가지 외곽에 있던 카다피의 `세계혁명본부''는 "아프리카 혁명가들에게는 하버드나 예일 대학과 같은 존재"라고 규정했다. 지난 1980년대 라이베리아의 찰스 테일러, 시에라리온의 포데이 산코 그리고 콩고의 로랑 카빌라 등이 이곳에서 혁명의 기초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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