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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에 대해 외교통상부가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외교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여기에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지난 8월 30일 내려진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문은 이렇다.
"청구인들이 일본국에 대하여 가지는 배상청구권이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2조 1항에 의하여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한일 양국간 해석상 분쟁을 위 협정 제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아니하고 있는 피청구인의 부작위는 위헌임을 확인한다."
전형적인 판결문 답게 무척 길게 돼 있는 한 문장의 주문인데 골자를 살피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이른바 한일협정에 따라 소멸됐는지에 대해 한국과 일본 양 정부간에 해석상 분쟁이 있다. 그리고 이 분쟁을 협정 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고 있는 피청구인(한국정부)의 부작위(행위를 하지 않음)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일 청구권 협정 3조는 또 무엇인가?
3조는 3개항으로 이뤄져 있는데 1항은 ''이 협정의 해석과 시행에 대해 양국간 분쟁이 있으면 우선은 외교적인 경로를 통해 해결한다'' 이다.
2항은 ''이렇게 해서 해결되지 않으면 두 정부 가운데 하나가 중재를 요청하는 공식서한을 상대국에 보내고 이 공한이 접수된지 30일 아내에 각국 정부가 임명하는 중재위원 1명씩 해서 우선 2명을 구성한다. 또 이 두 중재위원이 합의하는 제 3의 중재위원이나 제 3국 정부가 지정하는 위원을 포함해 3명으로 구성되는 중재위원회에 결정을 위해 회부한다''이다.
그리고 3항은 제 3의 중재위원을 어떻게 선임할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는 그동안 이 협정 3조 1항에 따른 외교적 노력을 거듭해 왔다고 항변한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유엔 인권위 회의를 통해서 계속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미국 의회가 결의안을 채택해 위안부 문제에 일본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하기도 했다느는 설명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부작위라고 지적한 것은 3조 2항의 ''중재위 회부''인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문제전문가인 한국외대 이장희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제는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중재위로 가는 문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외교부도 이부분을 깊이 검토하고 있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그 문제를 포함해서 위안부 피해배상 대책에 대한 외교부 입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외교부가 실제로 위안부 문제를 중재위로 바로 가져가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간에는 이것 말고도 의제가 너무 많다"며 위안부 문제를 중재위로 가져가는 것이 쉬운 결정만은 아니라고 에둘러 말했다.
[BestNocut_R]또 다른 당국자는 "중재는 일종의 재판인데 재판이라는 것은 어떤 문제해결의 최후수단"이라면서 다른 외교적 노력을 거듭해 본 뒤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간의 문제들은 각각이 하나씩 독립되기 보다는 서로 연결된 것들이어서 하나의 측면만 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도 내놨다. 위안부 문제 말고 원폭 피해자 배상문제 등과도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일본측이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자는 입장인 반면 우리는 안된다는 입장인 점도 고려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문제를 일종의 재판이랄수 있는 중재위에 회부하는 것이 자칫 독도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행과 결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헌재의 결정까지 난 마당에 이른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이른바 부작위를 계속할 수도 없어 외교부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