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1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주관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강화에 대한 공청회`에서 전경련 해체론이 공식 거론됐다. 여야 의원들은 "전경련이 시대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며, 해체하는 게 국민경제나 재계를 위해 낫다"거나, "전경련을 발전적으로 해체해 씽크탱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 전경련 무용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은 또 지난 6월에 이어 공청회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던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한 시간 늦게 공청회에 참석하자 국회를 무시하는 형태라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여야 의원들은 또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사회공헌 보다는 감세 주장만 되풀이 하는 대기업의 잘못된 형태를 질타했다. 의원들의 전경련 해체 요구에 대해 허창수 회장은 "무슨 말인지 잘 알고 있다"며 "이미 내부에서 발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자세를 낮추었다.
18일 [Why뉴스]에서는 왜 전경련 해체론이 공론화 됐으며 그 해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지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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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해체론이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됐는데?= 1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주관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강화에 대한 공청회`에서여.야 의원들이 전경련 해체론을 공식 거론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개발시대의 이익단체 성격을 벗어나 공생발전 시대에 맞게 전경련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새롭게 국가 미래를 위한 싱크탱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전경련이 사회양극화 해소 등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바뀐 게 없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도 전경련의 최근 로비 문건 파문과 관련해 "전경련을 전국경제인로비연합회로 바꿔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전경련이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만큼 해체하는 게 국민경제나 재계를 위해서도 낫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역할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전경련 해체론이 거론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그렇다고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장들이 사과를 한 건 아니지 않느냐?= 전경련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해체론''에 대해서는 자세를 낮추었지만 대기업의 형태에 대해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일부 대기업의 잘못이 확대됐다며 변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한나라당 이화수 의원이 "대기업들이 사흘에 하나 꼴로 회사를 사들이고 있다. 그러고도 대.중소기업 상생을 얘기할 수 있나?"라고 질타하니까 허 회장은 "좋은 지적이다. 다만 대기업이 사회공헌을 안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하고 있는데 홍보가 잘못됐다든지 더 많이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기업수가 많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답변했다.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이 "대기업들은 고환율, 감세 등 혜택을 받아 성장하지만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는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하니까 허 회장은 "노력은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일부 잘못된 사람 때문에 확대 재생산이 됐다"고 책임을 돌렸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이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빼앗고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것은 악질적인 범죄행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하나?"라고 물으니 허 회장은 "일부 기업의 일로 전체가 욕을 먹고 있다"고 말하면서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허 회장은 전경련이 대기업 총수들의 국회 출석을 막고 로비 문건을 만든데 대해서는 "신문을 보고 알았다. 어떻게 지시하겠나?"라며 "진상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동반성장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대기업이 책임감과 사명감을갖고 앞장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 향상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책임을 중소기업으로 미루는 듯 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대기업들도 나쁜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큰 다국적 기업들과 싸워야 한다는 명제가 있다"며 "국회도 일방적 규제보다는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
여담이지만 김현정 앵커는 한국에서 가장 쎈 단체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
▶글쎄요?= 주한 외국의 한 대사가 한 얘기를 전해들었는데이 이 대사가 "한국에서 제일 힘센 단체는 전경련이다"라고 말을 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까 "한국에서 가장 쎈 사람들이 재벌인데 그 재벌이 모인 단체인 전경련이 가장 쎌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전경련 해체론이 거론된 것이 처음은 아니지 않느냐?= 전경련 해체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99년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던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대우사태로 물러나면서 해외로 도피한 뒤 ''''전경련 무용론''''과 ''''전경련 해체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2003년 전경련 28대 회장에 취임한 손길은 SK텔레콤 명예회장이 구속되면서 또다시 전경련 해체론이 공론화 되면서 전경련은 ''재벌들의 사교클럽''이라는 비아냥거림을 살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전경련 회장 자리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4대 그룹 총수는 물론, 중견 그룹 대표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서 ''''전경련 무용론'''', ''''해체론''''이 흘러나왔다.
사실 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앞서 얘기한 대로 김우중 회장이 낙마하면서 아무도 회장직을 맡으려 하지 않아 중견 섬유업체인 경방의 김각중 회장이 최 연장자라는 이유로 회장을 맡았다.
전경련 회장 자리는 고 이병철 삼성 회장,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 회장, 구자경 LG화학 명예회장 등 한국을 대표하는 쟁쟁한 기업의 오너들이 맡아왔던 자리로 그만큼 힘이 있는 자리였다.
전경련은 김각중 회장 이후부터 실세 회장의 연결이 끊겼다. 다음 회장으로 선출된 손길승 전 SK그룹 명예회장이 구속으로 중도 퇴진했고 그 이후에는 연장자인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선출돼 회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전경련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면서 2007년에는 ''''전경련을 해체하고 대한상의와 합치자''''라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좀 다른 것 같은데?= 그렇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재벌체제가 환란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부채에 의존해 기업 확장을 추구해온 재벌의 경영방식이 환란을 초래했다는 인식이널리 퍼졌고 그러면서 전경련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여기에다 대우사태 등이 터지면서 정치자금 제공과 대정부 로비로 살아온 생존방식이 국민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정경유착의 표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98년부터 2007년까지는 반기업 정서가 높아지면서 전경련이 사회책임 경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시기였다.
그렇지만 전경련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위상이 회복되는 듯 했다.
전경련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산업정책을 제안할 인재들을 각 기업에서 뽑아 인수위에 파견하기도 했고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취임하면서 재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전경련이 재계의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서의 기능 이상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전경련이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전경련의 로비 문건과 허창수 회장의 국회 공청회 불참 등국회 무시 행보가 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전경련 비판에 여.야 구분이 없고''전경련 해체론''이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전경련의 탄생 배경이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 그건 그렇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설립은 1960년 4·19혁명 이후 부정축재자 처리과정에서 잉태됐다. 당시 과도정부는 자유당 정권 아래 급성장한 삼성과 삼호그룹, 럭키화학, 현대건설 등 기업 총수 24명을 부정축재자로 지목, 조사에 착수했다.
과도정부는 이듬해 4월10일 ''''부정축재자 처리법''''을 마련,5월17일까지 자수기간을 주기로 하고 처벌수위를 검토하던 중 5·16 군사쿠데타가 발생했다.
군사정부도 초기에는 탈세혐의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연행,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였으나 6월26일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과 이병철 삼성 회장이 면담을 가진 후 방향을 급선회했다. 군사정부는 6월30일 연행된 기업인들을 ''''부정축재 기업인들에게 산업재건에 이바지할 기회를 준다''''는 명분으로 모두 풀어주었다.
이 사건으로 재벌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단체를 결성해야겠다는 방침을 굳혔고 이를 통해 정부와 재벌 간에 정경유착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석방된 기업인들은 61년 7월 정부의 공업화 추진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경제재건촉진회''''를 만들었다가 다음 달 임시총회에서 정식명칭을 ''''한국경제인협의회''''로 개칭했다. 그 후 부정축재 기업인들이 자숙하지 않고 정부지원을 배경으로 사업을 키워나간다는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재계는 협의회 문호를 개방, 회원을 확대하고 68년 전경련으로 이름을 다시 바꾸게 된다.
전경련은 정부의 경제개발정책에 협력, 밀월관계를 유지하면서 국가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데는 일조했지만 정치자금 제공과 대정부 로비로 살아온 생존방식이 태생의 한계로 남아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전경련 해체론이 나온 게 그냥 나온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전경련의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전경련을 보는 눈은 매섭고 차갑다"라는 언급을 했듯이 국민들이 느끼는 전경련은 재벌들의 이익단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대기업 집단과 재벌에 대해서 부도덕하고 탐욕자로 비춰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대기업의 7가지 정도의 안 좋은 점으로 "불공정하도급, 일감몰아주기, 무차별 계열사 확장, 중소기업 업종침해, MRO, SSM, 기술탈취"를 꼽았다.
전경련은 해체론이 그냥 제기된 건 아니라는 반증이다.
전경련이 재벌의 이익집단으로만 행세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생발전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 존속 가치가 있을 것이다.
사실 대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웠지만 대기업은 혼자 성장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특혜, 국민과 중소기업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했음을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만큼 대기업의 경영형태가 바뀌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중산층이 무너진다면 대기업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개혁할 의지가 없다면 기업총수들이 모여서 골프치고 덕담을 나누는 친목모임으로 바꾸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