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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 혁 원장은 "연구실험을 마치 취미생활 하듯이 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구원들로 연구원이 가득 찼으면 하는 게 꿈"이라며 "새로운 도약을 통해 다가오는 바이오 경제시대를 선도하는 일류 국책연구기관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취임 석 달째를 맞은 정 원장을 만나 연구원 운영 방침과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내부에서 연구를 하다가 원장이 됐는데, 취임 소감은.
▲생명연에서 처음부터 연구생활 시작한 내부자 출신으로 원장이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연구원 출신이기 때문에 연구소의 사정, 강점, 약점 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원장이 되기 전에도 원장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연구소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간섭도 하고, 현실참여도 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연구소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연구원들이 행복하게 열심히 연구할 수 있도록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연구소의 26년 동안 근무하면서 많은 혜택을 누려왔는데, 이를 연구소로 최선을 다해 돌려줄 수 있는 자리에 앉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지난 5월 4일 취임사에서 "생명연을 생명공학 분야의 싱크탱크(Think Tank)로 역할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바이오 분야, 생명공학 산업은 자타가 인정하듯이 IT산업으로 대변되는 현존산업의 뒤를 이어 차세대 산업이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산업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인적자원이나 물적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우리나라 실정에서 차세대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준비된 전략, 바이오 분야에서 보다 더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적인 생명공학 활성화 전략, 산업구축 전략 등을 짜는데 있어서 국가연구소인 생명연이 정책 기능과 전략수립 기능을 살려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이나 기업도 바이오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 기업, 생명연이 서로 어떤 역할과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가.
▲물리적인 위치로 보면, 국가출연연구소는 대학과 기업의 중간 부분 정도에 위치해있다. 산업체는 역할이 워낙 뚜렷하기 때문에 산업체와 국가출연연구소가 중복될 염려는 없지만, 대학 교수와 출연연 연구자들의 연구 중복문제는 근본적으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누가 더 잘 하느냐의 문제인데, 어차피 중요한 부분이라면 대학 교수들도 하고 출연연 연구자들도 연구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보여진다. 출연연이 대학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조직이다. 많은 박사들이 조직적으로 모여 대학교수들이 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큰 목표를 놓고 큰 원천기술 등에 집중할 수 있다.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만큼, 생명연 입장에서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기술의 사업화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가.
▲국민 실생활이나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연구 초기 단계부터 실용적인 컨셉을 가지고, 연구계획서도 만들고 연구를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연구원들에게 주지하고 있다. 연구결과를 실용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데, 우리는 이를 지원할 벤처캐피탈의 규모나 질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 생명연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성과확산실을 만들어 연구성과 사업화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1, 2, 3호 연구소기업을 설립한 상태이며, 앞으로 서 너 개 정도 더 만들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생명연의 성과확산실은 다른 연구소보다 일찍 설치했고 결과물도 좋아 타 연구소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해외 연구기관과의 연구협력은 어떤 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보는가.
▲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은 단순히 MOU 맺고, 만나서 밥 먹고, 기관장들끼리 악수하는 형식상 협력하는 흉내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자들끼리 실질적으로 협력과제를 수행하고, 전문인력들이 교류되면서 지식을 서로 나누고 같이 뒤섞이는 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동안에는 ''보여주기'' 형태의 형식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았고, 기관장들도 시간낭비를 많이 했다고 본다. 겉모습에 치우치는 협력은 가능한 지양을 하고, 실질적인 협력에 주력해 나갈 방침이다.
-연구는 연구원이 하는 것이다. 연구환경을 어떻게 개선해나갈 방침인가.
▲26년 연구소 생활하면서 연구원이 된 게 늘 행복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가능하면 저 같이 연구원 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연구원들만 연구소에 가득 차 있으면, 원장이 누가 되던지, 정권이 어떻게 바뀌던지, 국가에서 출연연을 어떻게 들었다 놓았다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연구는 자발적으로 해야 피로도 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오고 하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가능하면 그런 마인드를 가져주기를 바란다. 연구원이라는 직업은 자기 일만 잘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고 결과만 잘 나오면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원들도 개개인이 긍정적 생각을 갖고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세상의 누구도 부럽지 않은 직업이다''라는 자긍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원장으로서도 주변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주고 각종 복지시설도 가능하면 많이 제공해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의미 없는 회의를 자주 소집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들을 가능한 많이 제거해줄 생각이다. 연구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인정해주는 게 필요한데, 일시적으로 뒤쳐진 분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배려하고 뒤쳐진 원인을 찾아 연구소에서 해결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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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평가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중요한 것이고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연구원들의 노력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참으로 어렵다. 기업의 평가는 숫자로 몰아붙일 수 있는데, 연구원들은 논문, 특허출원, 기술이전료 등을 평가하게 된다. 논문만 보더라도 분야마다 중요한 분야가 있고, 유행을 타서 잘 나가는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다. 좀 소외 받는 분야라고 해서 과학사회에서 전혀 필요 없는 분야는 아닌데, 그런 가중치를 감안하고 해야되기 때문에 쉽지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결과에 대해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가능한 공정하다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 평가의 3대 핵심요소는 객관성, 전문성, 공정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전문성만 제대로 충족이 되면 객관성, 공정성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본다. 그동안의 평가시스템을 보면 객관성, 공정성에 시비를 안 걸리기 위해서 전문성을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그 분야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평가한다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10명중에 최소한 3분의 2(6-7명)는 그 분야에 실력 있고 비교적 공정만 마인드를 갖고 있는 전문가로 평가위원을 배치해야 전문성 있는 결과가 나온다. 평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원장과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다 무너진다. 평가 시스템은 끊임없이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조금씩 수정 보완해 나가야한다고 본다.
-''감자박사''로 유명한데 인공씨감자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식량문제 관심이 많았고, 연구소 들어오면서 감자와 인연이 됐다. 그래서 연구소 들어온 것을 천운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연구소에 들어오니까 전임자가 감자와 마늘, 2가지를 연구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안 만져본 감자를 경험해보자 하고 시작을 했다. 시작하자마자 평생을 바쳐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물이고, 또 그런 연구테마라는 것을 바로 느꼈다. 1-2주만에 결과가 보여 바로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연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고, 계속 자라나니까 흥분됐다. 지금도 흥분이 되는데, 바로 빠져들어서 취미생활 하듯이 연구를 해왔다. 그동안 실용 상업화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지금은 실패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이 굳었다고 보여진다. 시기적으로도 식량문제로 전 세계적으로 화두로 떠오르면서 감자가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중이다. 대량생산은 연구소 내 연간 200만개 생산 규모의 시범 공장이 돌아가고 있고, 국내의 경우 3천만개 짜리, 해외에는 4-5천만개 짜리 공장이 2-3년 안에 너, 댓 군데 수출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 대한 국민이나 지역사회의 이해도는 기대만큼 높지 않다. 오히려 황우석 사태 이후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역사회나 국민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가 좋은 결말로 갔으면, 전 국민들이 열광하고, 바이오 산업도 엄청난 기폭제로 작용했을텐데, 아쉽게도 되려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졌다. 그 여파로 바이오 분야 연구자들, 생명연 등은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공우주 분야라고 하면 우주발사체가 떠오르는 듯이 다른 분야에서는 큰 덩치의 프로젝트가 있지만, 생명공학 분야는 원래 성격 자체가 소량 다품목으로 가랑비에 옷 적시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은 생명연하면 딱 떠오르는 게 없다고 느낀다. 그게 생명공학 분야의 아킬레스건이자 태생적인 한계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결과물을 내놓으려고 노력하는데, 정부가 요구하는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신약, 난치병을 해결할 수 있는 치료기술 등을 창출하기에는 아직도 역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제 시작하는 분야이고 태동기이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의 통합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통합했을 때와 통합하지 않았을 때의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하는데, 통합했을 때 득이 ''1'' 정도라면 그 과정의 발생되는 손해가 ''9'' 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입장 변화 없이 무조건 반대이다. 합쳐서 엄청난 지원을 한다든지, 연구원들이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면 모를까 통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깊은 성찰부터 해야 할 것이다. 생명연 연구원들이 일시적으로 교수가 된다고 해도 대부분 쫓겨나고, 행정직은 기관중복에 의해 구조조정을 당해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기관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어차피 구조조정은 누군가 피를 흘리게 돼있는데, 흘리는 피의 양이 아주 적거나 흘리는 피에 비해 훨씬 더 건강해지거나 하는 경우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어버릴 게 뻔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과학자는 정말 자기가 취미만 있고 좋아만 하면 이 세상 최고의 직책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을 취미생활같이 하기가 가장 쉬운 직업이 과학자이다. 명예도 가질 수 있고, 부도 가질 수 있고, 사회적 존경심 등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릴 수 있는 게 과학자이다. 과학자가 노력한 결과는 소수가 아니라 전 세계 수 십억 명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말 똑똑하고, 창의적인 학생들은 과학의 길로 많이 들어와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