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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학 학자금 대출 제도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등 ''학자금 부담 경감''이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대학생들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다.
"획기적인 대학 학자금 대출 제도"라며 정부는 지난해 1학기부터 ''ICL'' 즉, ''취업후상환학자금대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ICL은 대출 원리금 상환 의무를 졸업 후 취업해서 일정 수준 이상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 유예해 주는 제도이다.
청와대는 ''2009년 15대 정책뉴스''의 ''친서민 정책''에 ICL을 포함하면서 "수혜자가 100만 명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ICL은 지난해 2학기 이용자가 일반상환학자금대출제도 이용자 절반도 되지 않는 11만 7,000여 명에 그치는 등 외면을 당하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팀장은 "ICL은 고금리에다 온갖 제한 장치를 두고 있어서 국민 처지에서는 굉장히 이용하기 어려운 제도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BestNocut_R]
안진걸 팀장은 특히 ICL 신청 자격을 B학점 이상(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학생으로 제한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대학들이 엄격한 상대평가제를 하면서 무조건 25% 안팎은 B학점 미만이 나오게 되어 있고, 저소득층 학생일수록 부업에 시간을 뺏기면서 학점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팀장은 "사정이 이런데 B학점 미만이라고 학자금 대출 신청 자격조차 주지 않는 것은 해당 학생에게는 너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ICL은 군 복무 기간에도 연 5%대 이자가 쌓이고, 취업해 상환을 시작하면 그동안 유예됐던 이자에 또 이자가 붙는 복리가 적용돼 상환 부담이 한꺼번에 크게 늘어난다.
''ICL로 2,000만 원을 빌렸다가 여차하면 9,700만 원이 넘는 돈을 갚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모든 금융기관이 이자를 갚지 않으면, 복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금융기관이 하는 대로 할 거면, 굳이 정부가 2009년 5월 장학재단을 세워 기존 ''정부보증 금융기관대출'' 방식에서 ''정부직접대출'' 방식으로 바꾼 이유는 무엇인지….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정부의 재단 설립 취지는 온데간데없다.
한국장학재단은 학자금을 빌리는 대학생들이 부담할 필요가 없는 보증료 296억 원을 부당하게 물렸다가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정부 설립 장학재단이 보이는 행태가 오로지 이윤추구가 목적인 일반 금융기관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학자금을 빌렸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은 지난 4월 현재 3만 명을 넘었고, 쌓여만 가는 대출 원리금은 지금도 학생들을 학업 중단의 길로 내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