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ㅁㅁㅁㅁㅁㅁ
이명박 정부가 추진중인 신공항 사업을 둘러싸고 나라가 네 동강날 지경에 처했다.
영남권은 30일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폭풍 전야에 휩싸여 있고 호남권은 군산공항 국제선 유치를 둘러싸고 광주 전남과 전북이 대립하고 있다.
◈ 백지화돼도 총선 대선 영남권 분열 불가피입지평가위원회의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설이 퍼지자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신공항 유치를 주장해온 대구 경북과 부산 지역 의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부산 지역보다는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의 반발의 강도가 더 거셌다.
유승민 대구시당위원장을 비롯한 대구지역 의원 9명은 2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신공항 백지화설과 관련, "임기말에 와서 백지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백지화에 결사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백지화가 사실이라면)정부 스스로 대국민 사기극임을 증명한 것"이라며 "정부의 최종 결론이 발표되면 우리의 입장을 즉각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의원도 "30일 발표를 국민이 믿고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면 정부는 참으로 어리석은 집단"이라며 "신뢰를 잃은 정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경북 지역 의원들도 29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신공항 백지화 결론이 나올 경우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대구 경북지역 의원들은 신공항이 백지화될 경우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대정부 규탄집회를 열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덕도 유치를 추진해온 부산 지역 의원들도 신공항 백지화에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당초 신공항 이야기가 나왔던 것은 김해공항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라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15~20년 걸리는 김해공항 확장사업 대신 가덕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부산지역 의원들은 다만 신공항 백지화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발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부산 출신 의원들은 31일 국회에서 허남식 부산시장과 당정협의 형식의 모임을 갖고 최소한 김해공항확장안은 지킬 것을 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다.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영남권 갈등이 폭발하면서 이 문제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여권 분열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더라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이슈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해진 의원은 "정부가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더라도 지역 정치인들은 신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울 수 밖에 없고 대선 후보들도 마찬가지"라며 "결국 신공항 추진문제는 재점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 문제를 조기에 정리했다면 갈등이 이렇게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백지화할 경우 조기 레임덕이 초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군산공항 국제선 유치, 호남권 분열책?호남에서도 군산 공항의 국제선 취항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영남에 이어 호남에서도 지역 분열을 일으키려 한다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전라북도와 광주, 전라남도 의원들 사이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어 내부 갈등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먼저 강운태 광주광역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가 지난 23일 ''무안공항 활성화를 저해하는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 반대 공동건의문''을 국토해양부에 보내면서 서남권 공항 갈등에 불을 붙였다.
강 시장과 박 지사는 건의문에서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 검토는 우리 지역민(전남)에 엄청난 충격"이라며 "무안공항에서 불과 100㎞도 안 되는 군산공항에 국제선을 허용하면 군산공항과 무안공항이 함께 침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BestNocut_R]이에 대해 전라북도는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정헌율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갖고 "무안공항은 건설 당시부터 적자가 예견됐으며,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육성하는 데 필요한 군산공항 국제선 취향과는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전북 대 광주, 전남으로 입장이 나뉘는 양상이다.
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북도당이 각기 다른 성명을 발표했으며 국회의원들도 지역에 따라 입장이 엇갈린다.
전북 군산이 지역구인 강봉균 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새만금 개발로 완전히 새롭게 생겨나는 항공 수요에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남권 공항과는 개념이 다르다"며 "무안 공항도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는 지역개발에 열중하면 될 일이지 군산 공항으로 시비를 걸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춘진 의원은 "군산과 무안이 수요가 중첩되는 것이 없다"며 "전라남도에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무안이 지역구인 이윤석 의원은 "무안공항은 애당초 국제공항으로 출범했는데도 정기 국제선은 전무해 사정이 어렵다"며 "군산에 국제선이 들어가면 무안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광주가 지역구인 김영진 의원도 "기왕에 설치된 공항들이 있기 때문에 지역의 사정을 봐가면서 조율해야한다"고 거들었다.
일각에서는 호남권 갈등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수 의원들은 "정부가 국책사업을 정치 상품화하다 보니 지역민들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영남권에만 지역갈등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호남권에도 있다는 식으로 흥미거리를 제공하는 느낌"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