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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 일본 서해안의 중심에 위치한 니이가타현(新潟縣)에 머무는 닷새동안 그곳은 온통 눈 천지였다. 니이가타 공항에 내린 첫날부터 종일 굵은 눈발이 흩날리고 도로주변은 2-3미터 높이의 눈이 쌓여 있었다. 키가 높은 삼나무엔 큰 솜뭉치같은 눈덩이들이 층층이 쌓여 있어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접경지역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설국>의 첫 대목).
과연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첫 대목 장면이 이런 거로구나 하는 실감났다.
니이가타 사람들은 눈이 많이 내리는 것에 익숙해 있다.첫날 우리 일행을 맞은 일본인 초청자 3명은 아예 우산을 들고 다녔다. 그 중 젊은 여성안내자 두 사람은 장화를 신고 있었다.이곳에서는 부츠 대신 실용적인 장화가 애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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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가타는 근세에 조공미 수송선의 기항지가 되면서부터 발전하여, 메이지 시대에 5대 개항장의 하나가 되었다. 특히 눈이 많고 산이 높은 니이가타는 일본 스키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또한 눈이 많아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일본 제일의 쌀농사 지역일 뿐만 아니라 쌀을 원료로 하는 일본 전통주, 사케의 명산지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온천이 많아 료칸(온천욕을 겸한 숙박업소)이 발달한 곳이다. 바다를 끼고 있어 스시를 비롯한 해산물 요리가 풍부하다.겨울의 니이카타는 아름다운 설경에서 스키를 즐기고 온천욕으로 몸을 푼 뒤 시원한 사케에 맛깔난 스시 안주를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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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은 니이가타에는 100년 전인 1911년 묘코시 가나야 산에서 오스트리아 군인 레르히가 처음 일본에 스키를 전파했다고 해서 이를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그를 기리는 동상을 세우고, 박물관을 짓고, 기념축제를 벌인다. 스키가 보급되기 전 일본 아오모리에서 일본 군인들이 눈으로 인해 대규모 조난사고를 당하자 일본군은 스키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군인으로부터 본격적인 스키교육을 받은 것이 일본스키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두가지 설이 있는데,스키를 좋아하는 그가 일본에 파견되면서 스키장비를 가져와 일본군에게 자연스럽게 교육을 시켰다는 설과 일본군의 요청에 의해 일부러 스키교육을 목적으로 일본에 파견되었다는 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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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박물관에는 스키전파의 유래와 스키장비의 발달,스키훈련의 자료사진 등이 잘 구비되어 관람객의 흥미를 끌었다. 1930년대 기모노 차림의 여성들이 스키를 타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또한 스키붐이 일어 스키춤이 탄생하는데, 기모노복장을 한 여인들이 스키춤을추는 장면이 이채로웠다.
스키날과 스틱의 변천사도 흥미로웠다. 초기에는 투박한 나무 스키날에 대나무 스틱이었다. 스틱도 지금처럼 양쪽이 아니라 처음엔 하나의 스틱으로 스키를 탔다. 요즘처럼 신발을 고정하는 장치라든지, 스키날이 세련되고 날렵하게 일본에서 개발된 것은 1960년대 중반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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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방문했던 1월 15일은 스키 전파 100주년 기념 축제가 열리던 날이었다. 아카쿠라관광리조트 스키장 아래 광장에 무대를 설치하고 니이가타시 부지사를 비롯해 외국의 스키관광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진행했다. 굵은 눈발이 하염없이 내리는 가운데, 북소리와 고수들의 춤이 어우러지며 분위기를 돋구었다.
사케 술통을 나무망치로 깨뜨리는 의식으로 막을 열자,100주년을 기념하는 100개의 횃불에 점화를 한 뒤 이 횃불을 든 사람들이 달집 2개에 빙 둘러 서서 달집을 태움으로써 이곳 스키시즌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어 불꽃축제가 열렸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포 쏘는 소리는 들리건만 화려한 불꽃은 보이지 않고,어렴풋이 그 흔적만 보일 뿐이다. 눈이 하늘을 뒤덮은 나머지 공중의 불꽃을 먹어버린 것이다. 희한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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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가타 묘코시에는 9개의 스키장이 있다. 2,245미터 높이의 묘코산 줄기에 펼쳐져 있는 이들 스키장은 모두 묘코고원역에서 차로 30분권내로,스키장 사이도 가까워 하루에 여러곳의 스키장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길고 와일드한, 개성 풍부한 스키장은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아카쿠라관광리조트 스키장은 1937년 일본에서 최초로 국제스키장으로 지정받은 유서깊은 스키장으로, 해발 1,500미터에서 미끄러져 내리는 롱 다운 힐이 있다. 2009-2010 시즌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스키스쿨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아카쿠라관광리조트 스키장과 스키노하라 스키장에서 이틀에 걸쳐 스키체험을 하였다.
나는 초보자인지라 호주출신 젊은 남녀강사의 지도를 번갈아 받으며 스키를 배웠다. 친절한 지도덕분인지 별 두려움이나 어려움 없이 빅스탑과 턴을 배울 수 있었다. 첫날에 두번 넘어졌다고 했더니 일행이 아주 잘한 거라고 치워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곳 스키장의 장점은 자연설이기 때문에 슬로우프가 푹신해 안전하다는 것이다. 단지 눈발이 강하기 때문에 스키나 보드를 타며 속도를 낼 때 얼굴이 약간 아플 정도라고 한다.
국내 스키장에서는 선글라스를 끼고도 가능하지만 이곳에서는 고글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마스크를 해야 한다. 이 곳 스키장에서는 장비를 대여하는 곳이 스키장 인근에 별도로 있다. 스키,보드,신발,스키복은 대여하지만, 장갑,고글,모자는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라듐온천의 명소, 니이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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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가타현의 무라스키 온천은 라듐성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공기 중에 라듐이 퍼져 있어 이 곳의 숲을 산책하는 것은 라듐을 마시는 효과가 있다고 있다. 라듐은 혈액순환에 좋고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우리 일행이 묵은 곳은 료칸이 몰려 있는 무라스키 온천의 쵸세칸(長生館)이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이 곳의 야외온천을 즐겼다. 사방에는 가지마다 눈뭉치를 이고 있는 삼나무들이 둘러싼 가운데, 부드럽게 흘날리는 눈송이를 맞으며 대기의 차가움과 지하수의 뜨거움을 한 몸에서 느껴본다.
아득한 원시의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순간, 삼나무 가지에서 눈덩이 떨어지는 소리에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다.
"풍덩, 개구리 뛰어드는 소리/스르르 툭, 눈 떨어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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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스키 온천에는 8개의 료칸이 몰려있다. 공중목욕탕도 있었다.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즐기는 곳이다.연간 10만명이 다녀간다. 동네 꼭대기쪽으로 올라가자 야산 자락에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샘이 보였다. 항상 25도를 유지한다.
온천샘 주변 야산에 약사당이 있다. 약사당 계단을 오르자 그 옆에 동네 노지온천탕이 있다. 지금은 눈을 설동백이 붉게 피어 있다. 봄에 활짝 핀 벚꽃 아래서 온천욕을 즐기면 운치가 있다고 한다. 온천지구에서 걸어서 20분정도 나가면 오두산 산책로 입구가 나온다.
공기중에 랴듐이 많은 이곳에서 오두산 산책은 필수코스라 한다.무라스키 온천은 니이가타 공항에서 버스로 1시가 거리다. 쵸세칸(長生館)의 경우 2인1실에 1박 2식 숙박료가 1인당 15,000엔이다.
고급 사케의 고장, 니이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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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청주)는 니이가타의 명물이다. 니이가타의 사케는 투명하면서도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그 특징이다.사케의 발효는 저온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겨울에 안정적인 저온환경이 필요하다. 눈이 많은 니이가타는 최적의 환경을 지니고 있다.
뛰어난 술맛을 위한 3대 요소는 쌀과 물, 장인의 기술이다. 니이가타에는 사케의 원료인 쌀의 품질이 좋고 눈이 지하에 스며들어 깨끗한 물이 풍부하다.그래서 이곳에는 양조장이 96개로, 현 단위로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양조장을 보유하고 있다.
ㅊㅊ
우리가 방문한 기린산 주조회사에서 현대식 사케제조시설을 견학할 수 있었다.누룩 배양과 효모의 발효과정 등 정밀한 제조과정은 어떻게 그렇게 감칠만한 사케의 맛을 탄생시킬 수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사케는 최고급주(다히긴죠),고급주(긴죠),보통주(혼죠)으로 나뉘는데,니이가타현에서 사케 고급주 출하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동경인도 찾아오는 기와미 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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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의 맛을 받쳐주는 것은 니이카타의 명물인 ''기와미''초밥이다. ''기와미''란 니이가타시의 광역시 승격을 기념해 초밥에 정통한 니이가타의 요리사들이 만들어낸 엄선된 특상의 초밥이다.
니이가타 지역의 특산 생선에 성게, 참치뱃살,연어알을 더해 니이가타 지역 특산 생선의 진정한 맛을 만끽할 수 있다.우리가 방문한 초밥집 산가(山賀)에는 스시재료로 농어,방어,광어,조개 눈볼대,분홍새우,화살오징어가 올라왔다.
10개에 3,000엔(된장국 포함)이다. ''기와미'' 초밥은 동경에서도 먹으러 온다고 한다.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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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와 향토음식을 결합해 장사를 하는 곳도 눈길을 끌었다.하타고 이센이 그 곳이다.하타고는 료칸 이전의 옛 주막같은 시설인데, 하타고 이센은 현대식으로 부활시킨 것이다.
하타고 이센은 사케를 직접 제조하고, 여기에 맞는 안주요리를 개발했다. 사케는 1년산과 3년산이 있다. 1년산은 신선하고 향이 확 터지는 맛이며, 3년산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사케 안주로는 메인요리로 돼지고기와 방어가 나온다. 느타리버섯과 메밀가루 튀김,당근 등이 곁들여진다. 접시에 뿌려놓아 음식을 찍어먹는 소금은 해초와 함께 건조시켜 독특한 맛을 낸다.
일본의 민속을 한눈에 보는, 북방문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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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문화박물관은 니이가타의 민속과 문화를 속속들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를 거쳐 니이가타 제일의 대지주인 이토가의 저택을 박물관으로 꾸민 곳이다.
130년 전인 1882년부터 8년간에 걸쳐 세워진 이토가는 방이 65개나 되는 순일본식 주거형태를 지니고 있다. 고용인이 60명이 되었던 이 저택은 부엌이 70평이나 되었다.연회 차림표는 가로10미터에 이르는 종이에, 3일에 걸쳐 제공되는 음식의 종류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요리접시는 큼지막하여 2명이 들어 옮겼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일본의 서예와 묵화,도자기와 목조불상 등 예술작품이 많아 이방 저방 돌아 다니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삼각형 구조로 된 삼락당은 독특한 건축물로서 실용이 아닌, 멋을 즐기는 일본 건축문화를 엿볼 수 있다.
ㅊㅊ
니이가타, 겨울관광 프로모션 실시중 니이가타현은 니이가타현에서 2박 이상 숙박하는 한국인 관광객에게 ''스키장 1일 리프권''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모션을 이용할 수 있는 여행상품은 아래 여행사에서 취급하고 있다. 내일 여행,모두투어, 브라보 재팬컴,스키 익스프레스, 에나프투어,여행달인, 일본스키닷, 투어&스키, 하늘땅 여행, 한진 투어 등이다.
▣ 여행정보
스키장비 대여 www.myokosnowsports.com
무라스키 쵸세칸 www.chouseikan.co.jp/ 전화 0250-66-2111
양조장 견학 http://www.niigata-kankou.or.jp/niigata/ajiwaza.html
기린산 주조주식회사 http://www.kirinzan.co.jp 전화 0254-92-3511
니이가타현 초밥 상생활위생동업조합 전화025-246-3020
하타고 이센 http://hatago-isen.jp
초밥집 산가(山賀) 전화 025-223-3457
북방문화박물관 http://hoppou-bunka.com 전화 025-385-2001설국>설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