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노컷피플이 소개하는 인물은 ''클럽메이트(ClubMate)''라는 이색 직업을 가진 한국의 젊은이들입니다. 이들은 사이판의 아름다운 자연에 푹 빠져 리조트 투숙객들과 함께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다양한 공연을 펼치는 만능 엔터테이너입니다.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일이 너무 즐거워 자신도 모르게 낙천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사이판에서 클럽메이트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일상을 엿봤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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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5시 사이판 PIC(Pacific Islands Club) 리조트의 마젤란 뷔페 레스토랑. 전 세계에서 모인 젊은이 13명이 크리스마스 캐럴인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의 흥겨운 리듬에 맞춰 저녁에 있을 러시아 크리스마스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율리우스력''을 따르고 있어, 크리스마스가 12월 25일이 아닌 1월 7일이다. 러시아에서는 이날을 전후로 열흘간의 신년연휴가 이어진다.
연중 가장 긴 휴가를 즐기기 위해 가족단위의 러시아 관광객들이 사이판으로 대거 몰려들자, PIC 측에서 특별공연을 마련한 것. 젊은이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이들의 경쾌한 율동을 보고 있노라면, 흥이 절로 난다. 마치 자기들끼리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는 것 마냥 밝고 흥겨운 표정이다. 이들은 모두 PIC 리조트의 클럽메이트이다.
PIC내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클럽메이트는 미국과 러시아, 일본, 한국 등 각국에서 선발된 전문 엔터테이너. 특히 대부분 스포츠강사 자격증을 갖추고 있어, 투숙객들이 윈드서핑과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테니스, 양궁, 골프 등 PIC의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각종 스포츠 강습은 물론 다양한 엑티비티와 게임 등을 진행한다.
공연을 준비하는 13명의 클럽메이트 가운데에는 얼굴이 검게 그을린 한국인 이수정(32) 씨도 끼어 있다.
이수정 씨는 2008년 8월부터 사이판 PIC에서 클럽메이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2006년 4월부터 약 1년 동안 이미 이곳에서 클럽메이트로 활동한 바 있다.
하지만, 귀국한 지 1년 4개월 만에 다시 비행기를 타고 사이판 PIC로 돌아왔다. 밤마다 꿈속에 떠오르는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해요. 2007년 4월 20일.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그만 울고 말았거든요. 세계 각국에서 온 동료들과의 소중한 추억도 떠올랐고, 일도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들도 많았고 사이판의 아름다운 자연과의 작별도 아쉬웠어요. 그렇게 울면서 한국에 돌아왔는데, 잠자리에만 들면 사이판에서 다시 일하는 꿈을 꾸는 거예요. 결국,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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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씨와 로비 소파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녀를 알아본 손님들이 잇따라 반갑게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그녀는 클럽메이트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늘 기대와 설레는 마음으로 사이판을 찾는 여행객들을 대하니 자연스럽게 웃을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녀의 주 업무는 투숙객들과 각종 레포츠와 액티비티, 게임 등을 함께 즐기는 것이니 일이 즐거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녀는 특히 자신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상당 부분 사이판 원주민인 차모로 족 직원들 때문이라고 했다.
"원주민들은 대부분 정이 많고 항상 여유가 있어요. 밝고 낙천적인 기질 때문에 화도 잘 안내죠. 자기가 안 해도 되는 일인데 언제나 먼저 도와주려고 해요.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라며 모든 일을 늘 긍정적으로 보는 점도 배울 점이에요. 비록 소득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휴일에는 일에 쫓기지 않고 편하게 즐기는 모습도 보기 좋아요. 전 한국에서는 늘 뭔가에 쫓기듯이 몸과 마음이 바쁜 아이였는데 여기 와서는 휴대전화도 필요 없는 전혀 새로운 삶을 살게 됐어요."
외국어 실력이 부쩍 는 것도 이수정 씨에게는 또 하나의 소득이다. 우선 영어가 굉장히 유창해졌다고 한다. 모든 회의와 프로그램은 다 영어로 진행된다.
여러 나라에서 온 동료와도 영어로 의사를 소통하며 하루 24시간을 함께 먹고 자고 일하니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녀는 직원들을 위한 사내 외국어강좌를 통해 일본어와 러시아어 기초과정도 마쳤다. 일본인과 러시아인 투숙객들과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어까지 4개국 언어를 구사하는 셈이다.
이수정 씨는 많은 한국인 젊은이들이 클럽메이트라는 직업에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무엇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면서 앞으로 어느 곳에 가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겼다고 했다.
"저는 마음에 끌리는 일이 있으면 나중에 비록 후회하더라도 일단 해보고 후회하는 쪽을 택해요. 지나고 보면 그 일이 나에게 더 좋은 기회를 제공했던 적이 더 많았거든요."
현재 사이판 PIC에서는 총 38명의 클럽메이트가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6명(인턴 4명)이다. 괌 PIC에서도 5명의 한국인 클럽메이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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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사이. 이수정 씨가 베테랑 클럽메이트라면, 지난해 8월부터 인턴으로 일을 시작한 앳된 얼굴의 이지아(여·23) 씨는 아직 햇병아리 클럽메이트인 셈이다.
이지아 씨는 클럽메이트 생활 5개월 만에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자신의 성격이 스스로 놀랄 정도로 밝고 활달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항상 손님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몸에 밴 탓이다. 그러다보니 투숙객의 국적에 따라 독특한 특성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과 러시아 손님들이 여러 면에서 조금 비슷한 것 같아요. 클럽메이트가 인사를 하며 다가가면, 처음엔 굉장히 창피해 하거든요. 어떤 분들은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해도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냥 지나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아마 쑥스러워서 그러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분들도 며칠만 지나면, 클럽메이트와 친한 친구처럼 지내게 되죠."
이지아 씨에게 클럽메이트 생활 중 가장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다. 그녀는 사이판의 빼어난 자연환경이라고 말했다.
"리조트 내 해변에서 종종 바다를 바라보며 물놀이하는 손님들의 안전 관리를 맡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그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강렬한 햇볕이 바다에 반사돼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 세상의 그 어떤 보석보다 아름답거든요. 동료에게 ''이 해변이 제집의 앞마당''이라고 농담으로 이야기하곤 하죠.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한국에서는 밤하늘을 쳐다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여기서는 밤에 틈만 나면 누워서 별을 봐요. 별똥별만 벌써 열 번도 더 봤어요. 별을 보면서 나의 삶을 차분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것도 좋아요."
이지아 씨는 오는 8월 2일 인턴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녀는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 궁금하다.
얼굴은 햇볕에 새까맣게 그을렸지만, 그녀의 미소에는 때 묻지 않은 ''자유''가 듬뿍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