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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폭발'' 또 인재(人災)....아비규환의 현장

''목욕탕 폭발'' 또 인재(人災)....아비규환의 현장

  • 2005-09-02 23:05

`목욕탕 폭발'' 불량기름 사용가능성 수사

2일 오후 4시3분께 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시티월드 옥돌사우나 5층 건물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인근 병원이 신속히 부상자를 옮길 이동 침대를 준비했다. (대구=연합뉴스)

 


0... 2일 발생한 대구 ''목욕탕 폭발사고''는 ''주먹구구식'' 안전관리에 따른 또 하나의 인재(人災)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이 수사의 초점을 혼합유 등 ''불량기름'' 사용 가능성, 무자격자에 의한 안전관리 소홀, 소방안전장치 정상 작동여부 등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특히 사고가 난 건물 일대가 재개발 지역으로 대부분의 상가와 주택 등이 보상을 받고 떠난 상황도 경찰이 부실 안전관리에 주목하는 이유중 하나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경찰과 소방당국의 조사로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고경위는 지하 보일러실에서 ''쾅, 쾅''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발생했고 이 불길은 삽시간에 5층 건물 전체로 번졌다.

경찰은 우선 지난 25일 퇴직한 보일러 기사 신모(59)씨가 사고 8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 8시께 목욕탕 주인 한모(51.여)씨를 만나 ''지속적인 보일러 관리''를 요구받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고 시점까지 후임 유자격 전문가가 채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도 주인 한씨가 신씨에게 전화를 걸어 "간간이 (보일러실을) 봐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경찰조사에서 "(사고당일)냉정수기 부분만 청소해 주고 다른 곳에 채용이 돼서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보일러 관련 자격증이 없고, 위험물관리 및 방화관리 자격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관리 소홀과 함께 정상적인 경유 대신 혼합류 등 ''불량기름''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또 다른 핵심수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은 "폭발사고 현장에서 유독가스가 많이 난 점으로 미뤄 정상적인 기름 대신 값이 싼 혼합유 등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볼때 ''보일러 관리부실''이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은 이밖에 사고건물 일대 재개발에 따른 일부 상가가 철수했는데도 목욕탕이 계속 영업을 한 배경과 건축물 준공검사시 필수적인 소방안전시설의 사고 당시 정상작동여부 등도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오작동 등을 고려해 소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꺼놓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도로 양편에 세워진 차량들로 소방차의 진입이 늦어지면서 조기대응에 차질을 빚었다는 목격자들의 지적도 나왔다.

양모(58.대구시 수성구 범어1동)씨는 "목욕탕 맞은편 이발소에서 염색을 하다가 갑자기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 뛰쳐 나왔다"면서 "사고현장 인근에 소방파출소가 있지만 소방차 출동이 늦었다. 아마 주차 차량들 때문에 진입이 늦어진 것같다"고 말했다.

아비규환의 현장

0.... 2일 오후 발생한 대구 목욕탕 폭발사고 현장은 화재가 진화된 뒤 수색작업이 진행되며 처참했던 아비규환의 현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날 10여차례의 연쇄폭발이 났던 대구 수성구 수성3가 시티월드 옥돌사우나 5층 건물은 1층 콘크리트 바닥이 완전히 내려앉고 건물 외벽, 천장 등 곳곳이 무너졌으며 유리창문이 모두 터졌다.

당초 사망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화재진화 후 정밀 수색결과 건물 1층 주차장 입구에서 남자 사체 1구가 발견됐고 이어 1층 미용실에서 여자 사체 3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미용실 주인 박순화(39.여)씨는 "폭발 당시 미용실 바닥이 꺼져 몸 절반이 콘크리트 더미에 묻혔다가 가까스로 빠져 나왔다"며 "숨진 여자들은 단골 손님인데 나혼자 목숨을 건져 어찌할 바 모르겠다"고 오열했다.

사고가 난 목욕탕 건물 지하층의 기계실 등은 폭격을 당한 것처럼 완전히 부서졌다.

폭발 과정에서 사고 건물과 주변상가, 주택 등의 유리창이 파손되면서 파편이 곳곳에 날아들어 사고현장 일대는 마치 폭탄을 맞은 듯한 상황이다.

사고현장 일대는 재건축지역으로 주택가에 사람들이 거의 없어 다행히 주변에는 피해가 크게 확산되지 않았지만 폭발과 함께 박살난 유리 파편이 도로 건너편 상가와 주택가 주변 골목길까지 덮쳤다.

사고건물 앞과 주변에 주차됐던 차량 수십대가 건물 콘크리트 파편에 맞아 부서지는 등 훼손됐다.

주변 건물의 유리창도 폭발의 충격으로 처참하게 박살났다.

불이 난 건물에 ''찜질방 사우나''라고 적힌 가로 3m, 세로 1m짜리 간판이 불에 완전히 타 내부 배선시설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고 건물의 유리창 파편이 수십m 날아가 행인을 맞혀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목격자들은 사고 직후 2-3층 남녀 목욕탕에 있던 손님들이 맨몸으로 건물에서 투신해 부상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폭발사고에 이은 화재로 인근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고 교통 신호등도 작동하지 않아 교통체증을 빚었다.

진화를 맡았던 소방관들은 "지하에서 일어난 불이 1층 미용실 등으로 옮겨 붙어 순식간에 2~3층의 남녀 목욕탕, 4층 찜질방, 5층 헬스장까지 번져 건물 전체를 태웠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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