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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서슬퍼런 신군부 총칼 앞에 숨죽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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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총리실)

    "기자도 서슬퍼런 신군부 총칼 앞에 숨죽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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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인터뷰] 1980년 언론인 대량해직 피해자 권영국 前 C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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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30년 전 이야기가 됐다.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에 의해 언론인들이 군부의 협박에 못이겨 펜대를 놓아야 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군부의 명령에 저항했던 CBS를 비롯한 수많은 언론인들은 ''언론통폐합''이라는 무자비한 ''언론학살'' 조치에 속절없이 직장을 잃고 변변한 직장조차 가지지 못한채 수년동안 거리를 헤매야만 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7일 "지난 1980년 벌어진 언론통폐합에 전두환 등 당시 쿠데타 세력이 정권을 잡기위해 관여했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불의에 저항했던 수많은 언론인들의 행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80년 CBS 기자로 재직하다 해고 대상이 된 권영국(66) 현 강원일보 서울지사장은 "불안한 마음에 가족들을 데리고 고향인 강원도로 도망을 다녀야 했다"며 악몽같았던 기억을 되새김질 했다.

    ◈ 1980년 기자협회 ''군부 검열 거부 선언''에 언론인 숙청 시작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체제가 붕괴되면서 한국사회에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넘실거렸다. 그러나 이런 희망도 잠시뿐, 얼마 안있어 12.12 쿠데타로 신군부가 등장하면서 언론계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 먹구름이 덮이기 시작했다.

    신군부가 등장한 다음해인 1980년 5월 20일 한국기자협회는 당시 각 언론사에 설치돼 있던 ''기자협회분회''의 회장들을 소집하는 총회를 열고 ''군부의 사전검열 거부''와 ''언론자유 수호'' 등의 내용을 담은 3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당시 CBS의 기자협회 분회장을 맡고 있던 권영국 지사장 역시 총회에 참석해 결의문 채택에 찬성했다. 하지만 결의문이 채택되면서 당장 기자실에는 흉흉한 소문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그 때 중앙청 출입기자였는데 6월부터 기자실에 각사의 기자협회 분회장을 비롯한 군부에 반대하는 언론인들을 대량으로 숙청한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어요. 반신반의 했는데 이미 소문이 떠돌때부터 일부 언론사에서는 해고가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거야."

    물밑에서 진행되던 해고사태는 그해 7월 중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끝까지 군부의 명령에 저항하던 CBS와 동아일보도 어쩔 수 없이 해고대열에 동참해야만 했다.

    "CBS는 서울에서만 5명을 포함해 18명이 해고대상이었어요. 그 때 사장이셨던 고(故) 김관석 목사께서 서울에 있던 해고대상 직원 3명 정도를 사장실로 불렀죠.그러면서 ''연말쯤이면 복직되지 않겠나. 그때까지 머리 식히고 공부나 하시오'' 그러시더라구..."

    이 때까지만 해도 군부의 역린을 건드렸던 것이 그토록 오랜시간 동안의 굴레가 될 줄은 상상치 못했다.

    ◈ 군부의 연이은 언론 옥죄기와 해직기자들에 대한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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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은 해직기자들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연말로 갈수록 일부 언론사가 통폐합되고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말들이 오고갔다.

    "당시까지만 해도 다른 기업에서 ''홍보실 근무를 하는게 어떠냐''는 제안까지 와도 당연히 복직될 것으로 생각하고 거절하곤 했죠."

    1980년 11월 신군부는 전격적으로 언론통폐합 계획을 발표하고 CBS의 보도기능과 동아방송을 KBS에 통합시켜버렸다. 몇몇 신문사의 경우는 아예 문을 닫기까지 했다.

    권 지사장은 CBS의 뉴스중단 방송을 들은 뒤부터 혹시나 군부에 의해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도망을 다니기도 했다.

    "언론 통폐합이 발표되자 제 고향인 강원도로 가족들을 데리고 도망을 다녔습니다. 하릴 없이 바닷가를 보고 있자니 하루가 천일 같더군요."

    한번은 같이 해직당한 CBS 선배가 이화여대 앞에서 서점을 열면서 같은 해직기자들이 축하를 해주기 위해 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해직기자들은 개점 축하를 마친뒤 근처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권 지사장은 마침 나타난 직장에 제출할 서류 준비를 위해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몇일 뒤 그는 신문지면에서 신문 1면에서 그 때 식사에 함께 했던 동료 해직기자들이 수사기관에 연행됐다는 기사를 발견하게 된다. 동료들의 연행을 바라본 뒤부터 권 지사장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평상시에 옷 속에다 드라이버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건 흉기는 아니니까.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걸 들고 막으려고 말이죠."

    ◈ 구할 수 없는 직장과 막막한 생계

    당장 해직이 장기화 되면서 생계문제는 현실로 닥쳐왔다.

    "내가 아는 한 중앙일보 해직기자는 바로 삼성그룹 홍보실에 채용이 됐는데 이틀만에 다시 해고됐어요. 군부의 압력이 있었던 거지."

    권 지사장은 그나마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자위했다.

    "동부그룹 홍보실에서 연락이 왔어요. 해직된지 3개월여만이었는데, 운이 좋게 잘리지 않고 계속 갈 수 있었지. 나중에 알아보니 동부그룹에서 나를 채용하는데도 엄청나게 고민을 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설상가상이라고 하던가 구직기간동안 절친한 후배에게 사기를 당해 사재를 날리는 등 36살의 젊은 가장에게는 힘겨웠던 일상들이 이어졌다.

    권력의 탄압에 의해 기자직을 그만둬야 했던 권 지사장은 7년간 동부그룹에서 일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 선언 뒤 뉴스기능을 회복한 CBS에 재입사했다.

    ◈ "지난날 우리는 말하다가 고초를 당했다. 그런데 지금 언론인들은?"

    언론통폐합이 군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드러난데 대해 권영국 지사장은 "어제 말하지 않은 사람은 오늘도 말하지 않는다"는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군부 아래에서 당시 언론인들은 할말을 하다가 고초를 당했죠. 그런데 현재 언론인들은 그런 점이 많이 부족한 거 같아요"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 "무슨 한 개인의 영달을 위해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참으로 우리는 국가 민주주의를 위해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해직언론인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현직 언론인들과 국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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