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수준 고해상도로 단백질-약물 결합 판별하는 나노포어 센서가 개발됐다. 생명연 제공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AI바이오의약연구소 지승욱 박사와 정기백·황성보·김진식 박사 공동연구팀이 신약개발에 필요한 단백질과 약물의 결합 상태를 한 개의 분자씩 직접 들여다보며 분석할 수 있는 초정밀 나노포어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나노포어(nanopore)라 불리는 수 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의 초미세 구멍을 활용한 센서를 개발했다.
이 구멍은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일 크기로 단백질이 통과하거나 머무를 때 전기 신호가 미세하게 변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이런 신호를 정밀 분석해 단백질과 약물의 결합 상태를 판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암 등 다양한 질병의 발생에 관여하며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중요한 단백질이자 항암제 개발의 핵심 표적인 BRD4(Bromodomain-containing protein 4)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나노포어 기술로 BRD4에 결합하는 다양한 약물을 분석한 결과, 약물 종류에 따라 전기 신호 패턴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주목할 점은 신호 분석을 통해 질량 차이가 단 2.5 Da(달톤)에 불과한 매우 유사한 약물들까지도 완벽하게 구별해냈다는 점이다.
이는 수소 원자 약 2~3개 정도의 질량 차이에 해당하는 극미세한 차이로 나노포어 기술을 이용한 단백질 분석 중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다.
기존 나노포어 기반 단백질 분석 기술이 약 88~116 Da(달톤) 수준의 차이를 구별하는 데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연구는 수십 배 더 높은 정밀도를 구현한 초고해상도 분석 성과다.
연구팀은 높은 정밀도를 구현하기 위해 표적 단백질이 나노포어 센서 내부에서 보이는 위치 변화, 움직임, 전류 신호 패턴 등 다양한 특성을 동시에 분석하는 다중 파라미터 분석 기법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단백질-약물 결합을 약물별로 구별할 수 있는 고유한 전기적 지문을 확보했으며 별도의 형광 표지 없이도 매우 적은 양의 시료로 단일 분자 수준에서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제시했다.
이 기술이 활용되면 수만 개의 신약 후보 물질 중 최적의 물질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어 신약개발의 기간을 단축하고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책임자인 지승욱 박사는 "이번 연구는 원자 수준에서 단백질-약물 결합을 분석할 수 있는 나노포어 센서 기술 개발 성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고해상도를 달성한 의미가 있다"라며 "이번 나노포어 기술은 고효율 신약 발굴을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 정밀의료 및 질병 진단 분야로도 확장 가능한 플랫폼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