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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990억 감경·쿠팡은 강경?…공정위 '리니언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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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설탕 990억 감경·쿠팡은 강경?…공정위 '리니언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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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봐주기 아냐" 반박했지만…기업 협조 없인 담합 적발 한계
    과징금 강화에도 리니언시 의존 구조는 더 커질 가능성
    설탕은 감경·쿠팡은 강경? 비협조 기업 제재 부담도 확대
    해외도 리니언시 유지…데이터 분석 등 자체 탐지 역량 강화

    '설탕 담합' 사건 심의결과 설명하는 주병기 공정위원장. 연합뉴스'설탕 담합' 사건 심의결과 설명하는 주병기 공정위원장.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설탕 담합 사건에서 제당 3사의 과징금을 약 990억원 감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공정위는 관련 규정에 따른 감경이라고 반박했지만, 강제수사권이 없는 공정위가 은밀한 담합을 밝혀내기 위해 기업 협조와 리니언시(Leniency)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함께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합 감경…"중대 위반"과 "조사 협조" 사이

     
    8일 관련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설탕 담합 사건을 제재하면서 조사·심의 협조를 이유로 과징금을 대폭 감경했다. 제당 3사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국내 설탕 가격을 8차례 담합했고, 공정위는 이를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판단했다.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3사 모두에 20% 감경이 적용됐고, 감액 규모는 약 990억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제당 3사가 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와 진술을 제출하는 등 조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문제는 사건의 무게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이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제당 3사가 부당이득을 추구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조사·심의 협조를 이유로 과징금이 1천억원 가까이 줄어들면서 엄정 제재 기조와 실제 산정 결과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제당 3사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공정위가 조사·심의 협조를 이유로 대규모 감경을 인정했지만 결국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공정위도 이런 비판에 대해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관련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임의조사로 은밀한 담합의 증거와 전모를 파악해야 하는 만큼 기업의 협조가 사건 처리에서 매우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담합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공정위가 이를 밝혀내려면 내부 자료와 관계자 진술, 자진신고 감면 제도인 리니언시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설탕 담합 감경 논란은 이런 구조가 실제 대형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쿠팡 등 비협조 기업 제재 부담도 커져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공정위는 최근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했다. 담합 과징금 부과 기준율 하한을 높이고 반복 담합에 대한 가중 수위를 강화하는 한편, 조사·심의 협조 감경 폭은 기존 최대 20%에서 10% 이내로 축소했다.

    그러나 이런 개정이 리니언시 의존 구조 자체를 약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공정위는 과징금 자체를 크게 높이면 담합 참여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먼저 신고하려는 유인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자진신고 혜택을 줄이면 신고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과징금 자체가 대폭 올라가면 기업들의 계산은 달라진다"며 "먼저 신고한 기업은 제재 부담을 줄이고, 남은 기업은 더 큰 과징금 부담을 지게 되는 만큼 리니언시는 계속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구조는 공정위에 또 다른 부담을 남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협조 기업에는 감경 혜택을 줄 수밖에 없는 반면, 협조하지 않는 기업에는 강한 처분을 내려야 하는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정위는 강제수사권이 없음에도 사건별 제재 수위 차이를 설명할 더 촘촘한 증거와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설탕 3사 담합이나 쿠팡 문제처럼 국민 피해가 큰 사건일수록 "협조했다는 이유로 봐줄 수 있느냐"는 비판과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세게 제재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최근 공정위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쿠팡에 대한 제재가 미국 측 문제 제기로까지 이어지며 통상·외교 부담으로 번졌던 만큼, 공정위도 앞으로는 사건 처리 근거와 논리를 더욱 치밀하게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최근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했고, 와우멤버십 끼워팔기 의혹과 쿠팡이츠 최혜대우 요구 의혹, 인기상품 가로채기 의혹 등 다른 사건 처리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담합과 같은 반(反)시장 행위가 반복될 경우 시장에서 영구 퇴출하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엄벌 기조를 강조한 점도 공정위에는 부담이다. 정책 메시지는 강경하지만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는 증거 확보와 협조 유인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해외도 리니언시 유지…자체 탐지 역량 강화해야

     
    해외 경쟁당국도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담합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터라 자진신고 제도는 여전히 핵심 적발 수단으로 남아 있지만, 리니언시에만 기대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담합 리니언시 제도 관련 논의에서 효과적인 담합 적발을 위해 리니언시뿐 아니라 다양한 탐지 수단, 강한 제재, 일관된 집행 체계가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각국 경쟁당국이 리니언시를 유지하되 공공입찰 데이터 분석, 시장 모니터링, 내부고발 채널 등 자체 탐지 역량을 강화하는 배경이다.

    유럽연합(EU)도 리니언시 제도를 유지하면서 기업이 담합 관련 자료와 진술을 제출하기 쉽도록 온라인 시스템인 'e리니언시(eLeniency)'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자진신고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당국의 사건 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미국은 리니언시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형사 수사 권한을 함께 활용한다. 미 법무부 반독점국은 담합 사건에서 자진신고를 중요한 수단으로 두는 한편, 압수수색 영장과 대배심 절차, 녹취·감청 등 강제 수사 수단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 공정위가 강제수사권 없이 임의조사와 기업 협조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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