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세상을 떠난 래퍼 제리케이.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 홈페이지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를 정도의 뛰어난 음악성으로 호평받은 래퍼 제리케이(김진일)가 악성 뇌종양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42세.
27일 가요계에 따르면, 제리케이는 이날 사망했다. 제리케이는 지난 2024년 5월 본인 인스타그램에 "저는 갑자기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고 회복하고 있습니다"라며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진다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뇌종양 투병 중임을 알렸다.
1984년생인 제리케이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고, 2004년 미니앨범 '일갈'(一喝)로 데뷔했다. 예리한 표현력으로 '독설가'라고 불리기도 한 제리케이는 2008년 첫 번째 정규앨범 '마왕'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제리케이는 "이번 앨범을 통해 비로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메익센스와는 2인조 힙합 그룹 로퀜스를 결성해 2007년 첫 정규앨범 '크루셜 모먼'(Crucial Moment)을 냈다. 이 앨범에는 더콰이엇, 최적화, 매드클라운 등 당시 소울컴퍼니 멤버들을 비롯해 한국 힙합씬의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제리케이는 '음악성'을 우선시해 수상작을 뽑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세 번째 정규앨범 '현실, 적'은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앨범', 우효가 피처링한 '콜센터'는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또한 제리케이는 사회적 문제에도 본인의 의견을 드러내고 행동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음악가였다. 지나친 권위주의와 소통 부재 등으로 비판받은 이명박 정권 시절이었던 2009년 나온 '탐욕과 통제의 시대를 거스르는 대한민국 음악인 선언'에 참여했다.
음악인들은 "지금은 촛불 하나 거머쥔 시민도 모진 매를 견뎌야 하는 시대"라며 "사라져 버렸으리라 믿었던 감시와 통제의 정치가 스멀거리며 다시 대로를 활보하고 있다"라고 개탄했고,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역주행을 정면으로 거부한다"라고 강조했다.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주상복합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화장실에 들른 앞선 6명의 남성을 건너뛰고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죽인 사건이 벌어졌다. '여성혐오 살인'의 명명됐던 '강남역 살인사건'이었다.
제리케이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관련해 "'당신의 어머니, 딸, 동생, 여친, 아내일 수도 있다'는 문장은 가장 낮은 수준의 설득이다. 문명사회라면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로 충분해야 한다"라며 "조심해도, 덜 겁내도 되는 삶은 특권이다. 남자라는 이유로 얼마나 큰 특권을 누리고 살았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는 추모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비선실세 최순실이 국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킨 '국정농단' 사태 때도 제리케이는 '하야해'(HA-YA-HEY)라는 곡을 발표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여왕마마답게 우아하게 사라질 방법 하나 남아있네 하야해"라는 가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2018년 2월, 데이즈얼라이브 소속 래퍼 던말릭이 미성년자 여성 팬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데이즈얼라이브 수장이었던 제리케이는 '구성원 전원 의견'을 바탕으로 던말릭을 방출했다.
이때 제리케이는 "소속사 차원에서 멤버의 사생활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가까운 위치에서 소속 아티스트를 관리하지 못한 점, 그리고 어떤 정신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을 굳히고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피해자분께 깊이 사죄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2021년에는 제41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개최한 5·18 전야제에 참석해 공연한 바 있다. 제리케이는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MB의 추억'(2012)에서 음악과 스태프를 담당했고, 래퍼 12인의 12색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리스펙트'(2018)에 출연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래퍼 제리케이님(본명 김진일)이 오늘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언제나 예리하고 탁월한 감각으로 세상과 사회를 노래해 온 뮤지션이었고, 노동과 평등과 정의를 이야기해 온 동지였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위로의 인사를 전합니다"라는 글을 남겨 고인을 추모했다.
권 대표는 "제리케이님의 음악을 듣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청소년이 성장해 지금은 우리 당의 빛나는 청년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그처럼 제리케이님이 남긴 노래들은 오래도록 이 세상에 남아 정의와 평등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저는 힙합에는 익숙하지 않기에 무대 위에 오른 고인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의 광장에서, 투쟁 현장에서, 분명히 우리는 만났을 것입니다. 막연한 그리움을 담아,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전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 특실2호에 마련됐다. 입관은 오늘(28일) 저녁 8시, 발인은 29일 오전 9시 20분이며 장지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공감수목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