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부산대 부마민주항쟁탑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함께 참배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부산을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개헌 추진에 속도를 내며,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의 협조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국회 의결 정족수 확보에 약 10표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 의장의 이번 방문은 개헌 성사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부산 정치권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일정에 동참하며 여야를 초월한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원식 "부마민주항쟁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
우원식 국회의장이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헌법 전문 수록 촉구 간담회에 참석했다. 정혜린 기자
14일 부산을 찾은 우원식 의장은 오전 10시 10분쯤 부산민주공원에서 민주 열사들 넋을 기리는 헌화와 분향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우 의장은 민주공원 방명록에 '부마민주항쟁의 숭고한 뜻을 헌법에 새겨 대한민국 민주주의 뿌리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적었다.
이후 열린 '부마민주항쟁 헌법 전문 수록 범시민추진위원회'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우 의장은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 의장은 "부마민주항쟁은 지역의 자부심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시민들이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일어난 대중적 항쟁"이라며 "부마민주항쟁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헌정 질서의 역사적 계보를 보여주고 국민 주권을 분명히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불법 계엄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회 해제권을 승인권으로 바꾸고, 헌법 전문에 민주주의 정신을 확실하게 새겨 넣자는 것"이라고 개헌의 필요성을 힘주어 전했다.
개헌안 국회 통과 위해 국힘 10표 필요…부산 의원들 지지 호소
14일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헌법 전문 수록 촉구 간담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정혜린 기자우 의장은 지난 3일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개헌 발의안을 국회의원 187명과 함께 국회 의안과에 공동 제출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7명 전원은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개헌 공고안에 대해 의결하면서 국회 표결과 국민 투표가 다음 절차로 남았다. 그러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위해선 국민의힘 의원 최소 10명의 표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 의장의 부산 방문은 부산 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부마민주항쟁을 헌법에 수록하는 개헌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14일 오후 부산시의회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 강민정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부산시의회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지방선거일인 6월 3일에 국민투표를 진행해 개헌을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의결 정족수 확보와 관련해 "현재 약 10여 명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부마민주항쟁이 발생한 부산 지역 국회의원 18명, 특히 국민의힘 의원 1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간담회에서 시민단체 역시 한목소리로 부산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헌법 개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10·16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 정광민 이사장은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이라면 우리 고장의 역사를 헌법에 새기는 역사적 과업에 반대할 그 어떤 명분도 없다"며 "부산 지역 의원들이 당리당략을 넘어 역사와 시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재수도 부마민주항쟁탑 참배 동참…"여야 이견 없는 개헌"
14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우원식 국회의장과 함께 부산대 부마민주항쟁탑 참배에 나섰다. 정혜린 기자 이날 오후 이어진 부산대학교 부마민주항쟁탑 참배 일정에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동참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일한 부산 현역 국회의원인 전재수 후보는 개헌 발의안에 우 의장과 함께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이번 일정을 앞두고 부산 지역 모든 국회의원과 기초지자체장, 지방선거 후보자 등에게 참석을 요청했다"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날 전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와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는 것과 불법 계엄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내용"이라며 "그럼에도 이 행사에도 혼자 참석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 부산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최소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 해나가는, 원숙한 정치력을 발휘해 줄 것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중요 순간 매는 '연두색 넥타이'…"부산이 개헌 위한 열쇠"
지난 2024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당시와 부산을 찾은 14일 같은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있는 우원식 국회의장 모습. 황진환 기자, 정혜린 기자 이날 오전 민주공원에서 검은색 넥타이를 맸던 우 의장은 같은 날 오후 부산대에서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이 넥타이는 지난 2024년 12월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처음 진행됐을 당시 착용한 것으로, 우 의장은 이에 대해 "중요한 결단의 순간마다 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본회의 때도 동일한 넥타이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유사한 색깔의 다른 넥타이였다. 해당 넥타이는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유품으로, 당시 우 의장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후 '속으로 김근태 형님에게 용기를 달라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 의장은 "부산 지역이 이번 개헌을 위한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했다"며 "탄핵 소추안 표결 당시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부산 방문에서 같은 넥타이를 맸다"고 의도가 담긴 복장임을 밝혔다.
우 의장은 다음날인 15일에도 경남 창원에서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와 경남대학교를 방문하는 등 부마민주항쟁 관련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