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김영준. 한국배구연맹무릎 수술과 사령탑 교체라는 파고를 넘고 팀의 봄 배구 진출을 이끈 우리카드 리베로 김영준(26)이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두고 '반쪽짜리'라는 편견을 깨고 실력으로 주전 자리를 증명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하위권에서 봄 배구 준플레이오프 승리까지, 우리카드의 2025-2026시즌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그 중심에는 무릎 수술을 딛고 일어나 팀의 후방을 든든히 지킨 리베로 김영준이 있었다. 비록 현대캐피탈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 패배를 당하며 여정을 마무리했지만, 김영준은 이번 시즌을 자신의 커리어 중 가장 빛난 순간으로 꼽았다.
사실 올 시즌 김영준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비시즌 기간 국가대표팀에 선발됐으나 무릎 수술을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5개월간 공을 만지지도 못하는 고통스러운 재활 기간을 보냈다. 최근 CBS노컷뉴스와 만난 그는 "윤세운 체력 코치님이 공을 아예 못 만지게 하셨다. 마음만 급해질까 봐 웨이트에만 집중했다"며 "오히려 내가 잘했던 영상을 반복해서 보면서 나쁜 습관을 지우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김영준의 노력은 결과로 나타났다. 시즌 초반 6~7위까지 추락했던 우리카드는 극적으로 4위에 안착, 봄 배구 티켓을 따냈다. 김영준의 투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팀의 극적인 봄 배구 진출을 이끈 그는 "시즌 전엔 가능할 거라 믿었지만 막상 시작하니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시즌 도중 겪은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의 경질은 팀에 큰 충격이었다. 김영준은 "우리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을 텐데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감독님이 팀을 떠나신 뒤에도 연락을 주셔서 큰 힘이 됐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더 잘하자는 각오로 뭉쳤다"고 털어놨다.
박철우 감독 대행 체제에서 팀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김영준은 박 대행에 대해 "감독님보다는 든든한 맏형이나 리더십 있는 주장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특히 디그 상황에서는 '보이는 대로 자신 있게 하라'며 전폭적으로 믿어주신 덕분에 신나게 배구를 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영준은 박 감독이 강조하는 '재미있는 배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다. 특유의 장난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그는 지난 13일 V-리그 시상식에서 '이렇게 귀여울상'을 수상했다. 그는 "형들한테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다. 팀원들이 잘하거나 실수를 할 때면 바로 가서 멱살을 잡기도 한다"며 "형들도 장난을 잘 받아주고,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씨익 웃었다.
김영준. 한국배구연맹
이번 시즌 김영준은 베테랑 오재성과 역할을 분담하며 팀을 이끌었다. 과거에는 배울 점 많은 선배로만 바라봤다면, 이제는 당당한 경쟁자로 서겠다는 포부다. 그는 "예전엔 재성이 형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이제는 영광스럽게도 경쟁할 수 있는 위치가 된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자신을 향한 '반쪽짜리 리베로'라는 시선에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디그에 비해 리시브가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리시브 역시 자신 있다. 단지 기회가 적었을 뿐"이라며 "풀 주전으로 뛰게 된다면 리시브 실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며 완성형 리베로를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또 그는 이번 시즌 자신의 활약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올 시즌은 내가 했던 시즌 중 제일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술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에 잘 마무리했다. 우승까지 가진 못했지만 잘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시즌"이라며 미소 지었다.
프로 데뷔 후 5시즌을 채운 김영준은 이제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그는 "5시즌 동안 팀에서 꾸준히 뛰었다는 증거라 영광스럽다"며 "선수로서 첫 FA가 제일 중요한데, 5시즌을 잘 보내고 나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영준은 시즌 내내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준 팬들을 향한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시즌 초반 실망스러운 모습도 있었지만 끝까지 믿어주신 '장충이'(우리카드 팬 별칭) 덕분에 기적 같은 봄 배구가 가능했다. 앞으로도 김영준과 우리카드를 많이 응원해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