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한 달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빠져나갔다. 이달 들어 일시 휴전 소식 등으로 매수세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크고 작은 총성이 이어지자 금세 빨간불이 켜졌다.
계속되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 해협 재봉쇄와 유가 불확실성 등의 향방이 외국인 투자자 귀환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인 35조 매도' 기록의 3월…전쟁이 들었다 놨다 한 4월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의 거래 순매수액은 1조 2417억 원대에 달했다(사실상 한국에 거주하는 '기타 외국인'은 제외).
'사기'보다 '팔기' 흐름이 두드러졌던 지난 달 외국인 순매도액이 35조 8806억 원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월초 반등을 이룬 셈이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개인·기관) 투자는 우리 기업의 성장성과 투자 환경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인정을 상징하는 주요 지표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스피시장 외인들은 줄곧 매수 규모를 줄여왔다. 특히 지난 2월 28일 중동전쟁 개전 전후로는 매도세가 한층 더 강해졌다.
다만, 이번 달 들어 중동전쟁 '2주 휴전'이 일단 성사됐고, 시장 '대장주'들의 실적, 배당 기대감이 섞이며 외인 투자는 반전을 맞이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 2천억 원이란 전례 없는 실적을 공개했고, 오는 23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 역시 시장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이번 달 우리나라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로 편입되면서 환율을 다소 안정화한 점 역시 외국인 투자 유입 등 증시의 상방 압력 요인으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500원대까지 폭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전쟁 리스크 완화로 현재 1470원대로 진정된 점이 외국인 순매수 에너지를 부여하는 요인"이라며 "외국인 수급 전망은 이제 순매도보다는 순매수 쪽으로 상정해 놓는 것이 적절해진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변수 못 넘고…외인, 이틀 만에 변심 '팔자'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막대한 변수다. 극적인 '2주 휴전' 합의에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재봉쇄에 나선 가운데, 앞선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해 왔던 외국인 투자가 전날 급격히 빠져나간 점이 상징적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9732억 원을 순매도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피 외국인 투자 귀환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나 중동전쟁"이라며 "현재 휴전 상태는 미국이 원하는 '승리'의 방향이 아닌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 못 할 다양한 '시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크게 남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해협에 전 세계 지수가 묶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중동 상황과 관련한 특정 사건들을 상수로 보고 투자 방향을 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론 코스피 상위 종목들의 업종 다변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도 요구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3월 유가 등 문제로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빠져나갔을 당시 주 종목인 반도체의 영향이 컸고, TSMC가 있는 대만 시장 역시 그랬다"면서 "장기적으론 외국인들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더라도 다시 투자를 고민해 볼 법한 상위 업종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