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가평군 조종면 집중호우 피해 모습. 가평=박종민 기자유독 뜨겁고 종잡을 수 없었던 지난해 이상기후 현상과 피해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기상청과 공동으로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산림 피해를 기록한 대형산불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뜨거웠던 여름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 △108년 만의 극심한 가뭄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기후위기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온·건조·강풍의 삼중고, 역대 최대 산불 피해 초래
국가기후대응위원회 제공지난해 3월 21일부터 26일 사이 전국적으로 5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에 발생하며 총 10만 5084.33헥타르(ha)의 산림 피해가 발생했다. 축구장 14만 7100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로 기록됐다.
산불이 난 엿새간 전국 평균기온은 14.2℃로 역대 가장 높았고,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상대습도가 평년 대비 15%p가량 낮았으며, 고온 건조한 공기가 강한 서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대형산불로 확산되기 쉬운 기상 조건이 형성됐다.
정부는 산불재난 대응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과학적 산불 분석 체계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산불정보시스템(위험예보, 확산예측시스템)을 개편한다는 대응계획을 내놨다.
6월 일찍 찾아온 더위…10월까지 역대급 폭염 지속
국가기후대응위원회 제공지난해 여름은 무척이나 덥고 강렬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이른 확장으로 6월 말부터 이미 한여름 날씨를 보였고, 7월 하순부터는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이 더해지며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으론 역대 최고인 25.7℃를 기록했다.
밤낮으로 무더위가 지속됐다. 구미(55일), 전주(45일) 등 20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최다 폭염일수를 기록했고, 대관령에서조차 처음으로 폭염(7월 26일, 33.1℃)이 발생했다. 가을철인 10월 중순까지도 보령, 완도 등에서는 낮 기온이 30℃를 웃도는 등 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여름철 우리나라 월평균 해수면 온도는 최근 10년 중 월별 최고순위를 기록(7월 25.3℃ 1위, 8월 27.8℃ 2위)했다. 이른 폭염으로 고수온 현상이 전년보다 15일 빠르게 발생해 최장기간(85일) 지속됐다.
정부는 올해 폭염에 대비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운영(5~9월)하고, 기상자료를 활용한 온열질환자 발생 예측 정보의 대국민 공개 등을 통해 온열질환 위험성을 사전에 더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년 우리나라 이상기후 발생 분포도(월 극값 기준). 국가기후대응위원회 제공기록적인 국지적 집중호우 빈발
비는 짧고 강하게 내렸다. 장마 기간이 짧고 무더위가 지속된 가운데 강수는 주로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폭염과 호우가 반복됐다. 가평, 서산 등 15개 지점에서 1시간 최다 강수량이 100mm를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도심 침수, 도로, 교통 기반시설, 산사태 등으로 총 25명(사망 24명, 실종 1명)의 인명피해와 총 1조 1307억 원의 재산피해(최근 5년 평균의 1.8배)가 발생했다. 7월 17일 광주광역시에선 426.4mm의 기록적인 호우로 도로 침수 및 지하철 운행 중단 등 불편도 겪었다.
정부는 AI 홍수예측 정확도를 개선하고, 홍수에 취약한 하천을 실시간 감시하기 위해 수위관측소를 현재 900여 곳에서 2030년 1191개 소까지 늘리고 100곳 남짓한 스마트 유량관측시설도 5년내 5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강릉 단수' 강원 영동, 108년 만에 최악의 가뭄
바닥이 드러난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 일대 하천. 강릉=류영주 기자이처럼 지난해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다른 지역이 집중호우로 몸살을 앓는 동안 강원 영동지역은 108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을 겪었다.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 대비 34.2%(232.5mm)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영동지역은 동풍이 불 때 많은 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년엔 평년보다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주로 불며 지형적 요인이 더해져 강수량이 매우 적었던 탓이다.
강릉 주민 생활용수 공급처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준공 후 최저치인 11.5% 수준까지 떨어지며 단계적 제한 급수가 시행되는 등 심각한 식수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영동지역은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강수량 대비 증발량이 증가해 농작물이 시들고 고사되는 등 농림작물 피해 규모만 158.8ha에 이르렀다.
정부는 올해 농작물 재해위험지도 작성을 위해 기상·재해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전지구적 온난화 가속…이상기후 몸살 앓는 지구촌
연합뉴스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기온이 1.44℃ 상승해 역대 가장 더웠던 해 3위 안에 포함됐다. 또 지난 11년(2015~2025년) 모두 관측 이래(1850년~) 가장 '따뜻'했으며, 특히 최근 3년(2023~2025년)은 역대 1~3위를 기록하며 심각한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전지구 연평균기온 상승 폭은 2024년 1.55℃도로 가장 높고, 2023년 1.45℃로 두 번째로 높았다.
지구온난화의 가파른 상승 속도와 이에 따른 기후변화는 2025년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이상기후를 발생시켰고, 이는 엄청난 피해로 이어졌다.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야기한 산불로 기록된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산불(1월)과 3.92m의 적설량을 기록한 일본의 폭설(2월), 극한 강수 발생으로 국가적 재정 부담이 가중된 파키스탄 홍수(6~7월)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의 가뭄(3~5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폭염(5월), 카리브해 허리케인(10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발생한 동남아시아 폭우(11월) 등 이상기후 현상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보고서 자세한 내용은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