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요시하라 감독이 24일 GS칼텍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KOVO 프로배구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을 놓고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여자부 준PO. '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은 정규 리그 4위로 준PO에 나서 3위 GS칼텍스에 지면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흥국생명은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GS칼텍스와 준PO 원정 경기에서 1-3으로 졌다. 1세트를 따내며 기세를 올렸지만 2~4세트를 내주며 단판 승부를 마무리해야 했다.
이날 흥국생명은 올 시즌 천적인 상대 주포 실바를 막지 못했다. 실바는 홈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3번의 경기에서 평균 41점을 쏟아부을 만큼 괴력을 보였다. 이날도 실바는 양 팀 최다 42점을 퍼부었고, 공격 성공률은 59%가 넘었다.
흥국생명도 레베카가 23점, 정윤주가 14점, 이다현이 11점을 분전했다. 그러나 레이나까지 17점을 터진 GS칼텍스와 화력 대결에서 밀렸다.
당초 흥국생명은 올 시즌 하위권이 예상됐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 등 최근 제2의 흥국생명 전성기를 이끈 '배구 여제' 김연경이 은퇴하고 구단 어드바이저로 나섰기 때문이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미들 블로커 이다현을 영입하긴 했지만 외국 선수급 공격력은 물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김연경의 공백은 컸다. 흥국생명은 시즌 개막 직후 4연패를 당하며 5위까지 떨어지자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흥국생명 김연경 어드바이저가 24일 준플레이오프를 관전하는 모습. KOVO 하지만 흥국생명은 4라운드를 5연승으로 마무리하는 등 2위로 올라섰다. 정규 시즌 막판 기복이 있는 경기력으로 4위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봄 배구에 진출해 디펜딩 챔피언의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경기 후 흥국생명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은 "졌습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실바의 공격 성공률이 워낙 좋았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192cm의 장신 김연경이 빠진 흥국생명의 아웃사이드 히터진이 실바의 강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요시하라 감독은 올 시즌에 대해 "포스트 시즌(PS)에 무조건 진출해 결승까지 가는 게 목표였다"면서 "V리그는 처음이고, 초반 성과가 안 좋았는데 첫 목표는 PS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팀은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끝까지 업다운이 심했다"면서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전체적으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2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5-2026 V-리그 포스트시즌 여자부 준플레이오프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 흥국생명 선수들이 득점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시즌 우승을 견인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다소 다혈질이었다면 요시하라 감독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요시하라 감독은 "화를 내야 할 때는 내고, 박차를 가해야 할 때는 한다"면서 "그러나 경기 안에서 다운될 때 등 수정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하위권인 전력에도 봄 배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팬들 사이에서는 '요시하라 매직'이라는 찬사도 나온다. 이에 요시하라 감독은 "PS 진출이 매직인가? 그 정도로 평가가 낮았나?"라며 웃음 터뜨렸다. 이어 "그런 평가에 동의한다기보다는 좋은 뜻이면 감사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팀을 이기게 하고 선수를 육성하는 게 감독인데 한국 배구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역할이 뭔지 더 고민해보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시즌 전망에 대해서 요시하라 감독은 "이제 경기가 끝났는데 조금만 시간을 달라"면서 "어떤 멤버가 될지도 모른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연경 은퇴 이후 그래도 연착륙에 성공한 흥국생명의 다음 시즌에 팬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