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이 사실상 막을 올렸다. 현직 프리미엄과 탄탄한 지역 조직을 쥔 박형준 부산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주진우 의원과 격전지 박빙 흐름이 확인되자, 강경 보수 상징 인사 영입과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삭발 투쟁까지 병행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반면 주 의원은 경선 캠프 조직을 공개하지 않은 채 숏폼과 대여 공세로 끌어올린 인지도를 바탕으로 '젊은 확장성'을 앞세우고 있어, 이번 경선은 조직과 기세, 수성과 도전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삭발까지 나선 박형준…경선 국면서 대여 투쟁 강화
박 시장의 최근 행보는 분명히 달라졌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리형·설계형 리더십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면, 경선 국면에서는 보수 지지층을 직접 자극하는 선명한 카드들을 연이어 꺼내 들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23일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삭발까지 감행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부산 현안 해결을 위한 절박한 호소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경선 국면에서 대여 투쟁의 강도를 한껏 끌어올린 행보다.
박 시장은 전북·강원 특별법은 통과되는데 부산 법안만 상정조차 되지 않는 것은 "부산 차별"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정조준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23일 국회 앞에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정동만 부산시당위원장과 김미애(해운대을), 조승환 (영도), 정성국(부산진을) 국회의원 등이 함께했다. 부산시 제공이 자리에 함께한 정동만 부산시당위원장과 김미애(해운대을), 조승환 (영도), 정성국(부산진을) 국회의원 등 지역 의원들과 당원들이 결집한 모습은 단순한 현안 대응을 넘어, 박 시장 중심의 보수 진영 결속 장면으로도 비쳤다.
결국 박 시장은 경선 초입부터 '부산을 위해 싸우는 시장'이라는 프레임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주진우 의원이 젊은 이미지와 공격적 메시지로 존재감을 키워왔다면, 박 시장은 현직 시장의 무게감과 지역 현안 해결 의지를 결합해 맞서는 구도다.
박형준, 손현보 목사 아들 영입…보수 선명성·조직력 동시 가동
또 하나 눈에 띄는 장면은 손영광 울산대 교수의 전격 발탁이다.
손 교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의 아들이자 보수 진영 활동 이력이 뚜렷한 인물로, 박 시장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한 청년 인재 영입을 넘어, 경선 국면에서 보수 선명성 경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여기에 박수경 변호사를 공동본부장으로 세우고, 청년선대본부와 대학생본부를 별도로 구성하는 등 30·40세대 전면 배치도 병행했다.
캠프는 '젊음·전문성·통합'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보수 결집과 세대 확장을 동시에 겨냥한 이중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형준 시장 경선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인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아들인 손영광 교수(왼쪽)와 대변인으로 영입한 민주당 출신 무소속 서지연 부산시의원. 선거캠프와 부산시의회 제공논란 있었던 서지연 합류…외연 확장인가, 총력전인가
박 시장 측 인선에서 또 다른 주목 지점은 무소속 서지연 부산시의원의 합류다.
서 의원은 지난 2022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시의회에 입성한 뒤 당과의 갈등 끝에 제명돼 무소속으로 활동해 온 인물로, 지난해 부산시 참모 합류설 당시 국민의힘 일부 내부 반발까지 불렀던 전력이 있다.
이런 인물을 대변인으로 전면에 배치한 것은 단순한 확장 전략을 넘어, 경선 국면에서 외연 확보를 위해 경계선까지 넓힌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강경 보수 상징 인사와 민주당 출신 인사를 한 캠프에 동시에 배치한 점은 메시지 결합이라기보다 '총력 동원'에 가까운 선택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주진우 의원 상승세를 의식한 다급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연 확장이라는 명분과 달리, 경선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무리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주진우의 비공개 전략…조직 약세인가, 본선 대비인가
이에 맞서는 주 의원은 정반대 길을 택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에 뛰어든 해운대갑 주진우 의원. 연합뉴스박 시장이 캠프 조직을 공개하며 세를 과시한 반면, 주 의원 측은 경선 단계에서 조직도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 전략을 두고 해석은 엇갈린다.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박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조직 기반을 노출하지 않기 위한 선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초선 의원인 주 의원이 부산 전역에 촘촘한 조직망을 갖추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주 의원 측 내부 논리는 다르다.
경선 과정에서 캠프 구성을 과도하게 드러낼 경우 본선에서 인재 영입과 세력 확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부산시장 경선에서 치열한 내부 경쟁 이후 본선 원팀 구성에 애를 먹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비공개 전략이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 주 의원 측은 온라인 기획, SNS 대응, 메시지 생산은 30~40대 젊은 실무진이 맡고, 오프라인 조직은 경륜 있는 인사들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신구 조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겉으로 조직을 드러내지 않되, 내부적으로는 이미 실전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숏폼으로 키운 주진우 체급…"박형준도 안심 못 해"
주 의원의 가장 큰 자산은 짧은 시간 안에 체급을 키워냈다는 점이다.
초선 2년 동안 의정활동 전반을 사실상 자신의 정치 브랜드를 알리는 데 집중했고, 유튜브와 숏폼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이재명 정부와 전재수 의원 등을 향한 날 선 비판 메시지도 보수 지지층 결집에 일정한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부산CBS-KSOI 조사에서 해운대·남구·부산진구 등 격전지 3곳 모두에서 주 의원은 박 시장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장 다자대결. KSOI 제공해운대 다자구도에서는 주진우 28.0%, 박형준 12.0%였고, 남구에서는 주진우 20.8%, 박형준 17.9%, 부산진구에서는 주진우 19.3%, 박형준 15.4%로 각각 조사됐다.
이 수치는 아직 경선 전 단계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주 의원이 더 이상 '도전자'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말을 아끼는 기류 속에 "주진우가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는 평가와 "그래도 박형준의 지역 조직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컷오프 논란 이후 남은 변수…기세냐, 조직이냐
이번 경선의 또 다른 변수는 경선 전 불거졌던 컷오프와 단수공천 논란의 후폭풍이다.
초선 주진우 의원의 단수공천으로 '체급을 올렸다'는 평가와 박 시장 쪽에는 '현역 시장을 흔들었다'는 위기감이 각각 형성됐다는 분석이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층 내부에선 박형준 시장을 향한 '짠한 정서'가 축적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즉 오히려 기존 조직이 더 단단히 결집할 여지도 있다.
경선은 여론의 상승세만으로 치를 수 없는 만큼, 실제 조직이 얼마나 결집되고 움직이느냐가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박형준 시장(왼쪽)과 주진우 의원. 연합뉴스따라서 이번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은 단순히 박형준 대 주진우의 인물 대결이 아니다.
삭발과 보수 결집 카드로 위기 돌파에 나선 현역 시장, 그리고 비공개 전략과 온라인 정치 감각으로 체급을 끌어올린 초선 의원의 충돌이다.
박 시장이 조직과 현안 투쟁으로 수성에 성공할지, 주 의원이 상승세와 확장성으로 판을 뒤흔들지는 이제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지금 부산 보수층이 보고 있는 것은 한 가지다.
오래 다져온 박형준의 조직력이냐, 예상보다 빨리 커진 주진우의 기세냐. 경선은 이제 막 닻을 올렸지만, 승부의 결은 이미 선명해지고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부산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3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해운대구·남구 각각 500명, 부산진구 501명 등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응답률은 해운대구와 남구 각각 5.6%, 부산진구 5.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