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아닌 숫자를 보라"… 지정학 리스크 뚫고 솟구친 '실적의 힘'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대세 하락장'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공포와 관련해 송재경 디멘전 투자자문 대표는 CBS '경제적본능'에서 냉철하게 선을 그었다. 현재의 변동성은 지정학적 이벤트에 따른 심리적 측면이 상당하고, 시장의 하방을 지지하는 '기업의 실적'과 '제조업의 기초 체력'은 아직 견고하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막연한 예단보다는 유가와 신용 시장의 데이터를 확인하며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시기 변동성은 상당 기간 갈 수 있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반도체 슈퍼 갑(甲)은 여전… "기분 나쁘면 안 팔 수도 있다"
시장의 중심에는 AI 혁명이 만든 반도체 공급자 우위 시장이 있다. 송 대표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협상에서 메모리 가격 100% 인상을 요구했음에도 애플이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는 사실은 현재 시장이 얼마나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송 대표는 "내년 초 중국의 증설 물량이 나오기 전까지는 메모리 분야의 실적 랠리가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도주의 생명력이 여전함을 시사했다.
K-방산의 체질 변화… '테마'에서 '구조적 추세'로
이번 폭락장에서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던 방산주는 한국 증시의 새로운 엔진으로 부상했다. 송 대표는 이를 "트럼프 시대가 불러온 각자도생의 결과물"로 규정했다. 과거에는 분쟁 발생 시 반짝 오르는 테마주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납기'를 정확히 맞추고 제조업 패키지 딜이 가능한 한국 방산에 구조적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무기 판매를 넘어 현지 공장 유치와 기술 협력까지 이어지는 '토탈 솔루션' 능력은 한국 방산의 밸류에이션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외국인 매도의 역설… "규모가 아닌 비중을 보라"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외국인의 '조 단위' 매도세에 대해서도 송 대표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한국 시장의 덩치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졌기 때문에 4~5조 원 규모의 매도는 시가총액 대비 비중으로 보면 0.3%포인트 수준의 미미한 변화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여전히 50%대를 유지하며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 대표는 "외국인이 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확보 차원의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유가와 사모대출… 불확실성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
송 대표는 향후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지표로 '유가'와 '미국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을 꼽았다. 유가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 가능성은 낮지만 산유국과 소비국 모두의 이해관계가 걸린 만큼 향후 2주간의 운송 흐름이 중요하다고 봤다.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AI 투자의 돈줄인 사모대출 시장이다. 송 대표는 "AI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공급하는 사모대출 시장에 균열이 생길 경우, 이는 유가 급등보다 더 직접적으로 기술주 투심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지금은 공포에 질려 시장을 떠날 때가 아니라, 레버리지를 줄이고 기업의 실적과 매크로 지표를 면밀히 살피며 '진짜 가치'를 선별해야 하는 시기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