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부경찰서. 고상현 기자지난해 5월 악성 민원 등에 시달리다 숨진 제주 모 중학교 교사 유가족이 교장과 교감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다시 수사가 이뤄진다. 경찰이 협박·스토킹 혐의의 민원 학생 가족에 대한 내사를 무혐의로 종결한 지 두 달여 만이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유가족은 최근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작성, 허위공문서행사 혐의로 교장과 교감을 제주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은 고인이 학생 보호자의 반복적인 민원과 과도한 업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지난해 5월 19일 병가를 요청했지만 이를 승인하지 않고 민원 대응을 우선하라며 병가 사용을 사실상 막아 직무상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다.
또 고인이 숨진 이후 작성된 기관 경위서에서 병가 요청 및 거부 사실을 기재하지 않거나 마치 고인이 자발적으로 병가를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이 같은 경위서를 사학연금재단 등 외부 기관에 제출함으로써 허위로 작성된 공문서를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유가족은 이러한 행위가 고인의 사망 경위를 왜곡하고 관리 책임을 축소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망 교사 추모제. 고상현 기자
이번 고소로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다시 수사에 나서게 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협박·스토킹 혐의로 민원 학생 가족에 대한 내사를 진행했으나 지난해 12월 범죄 혐의가 없다며 종결했다. 당시 경찰은 "민원 내용이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 내에 있어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고인과 민원 학생 가족의 통화 내역과 유서, 동료 교사 진술, 심리부검 결과 등을 종합하면 민원 제기가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것은 사실"이라며 "고인이 심야와 주말에도 출근하고 학생부장을 장기간 맡는 등 업무 부담이 상당했고 건강 문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일 해당 중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은 교장에게 견책을, 교감에게 징계가 아닌 불문경고를 의결해 솜방망이 처분 논란이 일었다. 제주도교육청은 최근 교감 징계 결과에 대해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처음부터 경징계를 요구했던 터라 책임 회피라는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유족과 교원단체는 도교육청이 국회에 사실과 다른 경위서를 제출했다는 의혹과 진상조사 과정에서 심리부검 결과를 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고인은 지난해 5월 22일 새벽 도내 한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사학연금재단은 지난달 26일 교사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