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암은 전성기, 주름은 빈티지"… 김동호 목사의 '죽음 코디'

  • 0
  • 0
  • 폰트사이즈

전북

    "암은 전성기, 주름은 빈티지"… 김동호 목사의 '죽음 코디'

    • 0
    • 폰트사이즈
    핵심요약

    "죽을 수는 있어도, 죽을 때까지 죽지는 않겠다"
    "그 나이면 다 걸려요"… 주치의의 한마디가 깨운 자유
    손가락 하나 까딱 못 할 때 시작한 '날기새', 고통을 콘텐츠로
    보톡스 대신 주름을 택하다… 70대 목사가 예찬하는 '인생 빈티지'
    이어령의 팔씨름과 팀 켈러의 사자, 그리고 김동호의 배짱
    40대 자살률 1위 시대, "자녀들에게 '신앙적 야성'을 가르쳐라"
    묘비명엔 '성도 김동호'… "내 장례식은 눈물 아닌 파티가 되길"
    '신앙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 주제로 대담

    "주름은 젊음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의 빈티지입니다." 세 번의 암 투병을 거친 김동호 목사가 나이 듦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김일환의 예수살롱' 캡처"주름은 젊음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의 빈티지입니다." 세 번의 암 투병을 거친 김동호 목사가 나이 듦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김일환의 예수살롱' 캡처
    "왜 나인가라고 묻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에게 실수하지 않으십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보다 훨씬 멀리, 더 귀한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놓으셨을 뿐입니다."
     
    유튜브 채널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을 통해 매일 아침 34만여 구독자의 영혼을 깨우는 김동호 목사가 이번엔 '죽음'과 '늙음'을 화두로 대중 앞에 섰다. 2019년부터 폐암, 전립선암, 갑상선암까지 3년 사이 세 번의 암을 마주하고 지금도 치열한 투병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역설적이게도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근사한 전성기'라고 말한다. 전북CBS 유튜브 채널 '김일환의 예수살롱'에서 진행된 김일환 목사와의 대담에서 그는 나이 듦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파격적인 위로와 묵직한 도전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 나이면 다 걸려요"… 주치의의 한마디가 깨운 자유

    그에게도 암은 당혹스러운 불청객이었다. 특히 폐암 진단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평생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절제된 삶을 살아온 목회자에게 폐암이란 예기치 못한 사고와 같았기 때문이다. 억울함이 밀려올 법한 순간, 그는 주치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 목사인데, 술·담배도 안 했는데 왜 내가 폐암입니까?"
     
    돌아온 의사의 대답은 기가 막힐 정도로 단순하고 명쾌했다. "목사님, 그 나이 되면 다 걸려요."
     
    김 목사는 이 쿨한 대답에서 거대한 해방감을 맛봤다. "그게 정답이더라고요. '왜 나인가'라는 질문은 부질없는 질문이에요. 낡은 기계가 고장 나듯, 우리 몸도 자연스레 낡아가는 겁니다.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랜덤 같은 거예요. 그때 나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넌 왜 안 돼?' 그 질문이 나를 자유롭게 했습니다."
     
    그는 질병 앞에서 '왜'를 묻는 순간 삶이 무너진다고 경고한다. 대신 그는 '어떻게'에 집중했다. 암에 걸린 현실을 근사하게 '코디네이트'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암 환자, 그리고 노인에게는 소위 '짜증 라이선스'가 있어요. 아프니까 화내고, 섭섭해하고, 우울한 게 당연하다고 여기죠. 하지만 저는 짜증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남은 생이 얼마인지 모르는데, 그 귀한 시간을 짜증으로 갉아먹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암조차 '명품'처럼 소화하고 싶었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 못 할 때 시작한 '날기새', 고통을 콘텐츠로

    그가 말한 '암의 코디네이션'은 관념에 그치지 않았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유튜브 채널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은 아이러니하게도 항암 치료 중 가장 고통스러울 때 시작됐다.
     
    "그때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어요.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라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버거웠죠. 그런데 덜컥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이거 하다 죽자.' 그냥 앓다가 죽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첫 영상을 찍는 데 무려 18시간이 걸렸습니다. 찍다가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찍고…."
     
    남들은 은퇴하고 쉴 나이에, 그것도 죽음이 문턱까지 차오른 순간에 그는 카메라 앞에 섰다. 그 독기와 기개가 지금 34만여 구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날기새'의 원동력이 됐다. 그는 이를 '암 프리미엄'이라 부른다. 암이라는 고난이 없었다면 결코 나오지 않았을 깊은 영성이 그 시절의 투쟁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죽을 수는 있어도, 죽을 때까지 죽지는 않겠다"며 죽음 앞에서도 꼿꼿한 신앙인의 배짱을 강조하는 김동호 목사. 유튜브 '김일환의 예수살롱' 캡처"죽을 수는 있어도, 죽을 때까지 죽지는 않겠다"며 죽음 앞에서도 꼿꼿한 신앙인의 배짱을 강조하는 김동호 목사. 유튜브 '김일환의 예수살롱' 캡처 

    보톡스 대신 주름을 택하다… 70대 목사가 예찬하는 '인생 빈티지'

    이날 대담의 백미는 김 목사의 '빈티지 예찬론'이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늙어감을 슬퍼하는 이들에게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때"라고 치켜세웠다.
     
    "나는 젊어지고 싶지가 않아요. 요즘 거울을 보면 주름이 자글자글한데, 난 이게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약해져 가고,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건 젊은 사람들이 아무리 돈을 쓰고 연출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이 나이가 되어야만 나오는 '빈티지'거든요. 낡은 청바지가 500만 원에 팔리는 이유는 그 낡음이 주는 고유한 멋과 역사 때문이죠. 우리 주름도 그렇습니다."
     
    이에 함께 대담에 참여한 청년 패널 크썸이 "제 꿈이 예쁜 할머니가 되는 것인데, 목사님을 보니 정말 가능하겠다는 기대가 생긴다"고 화답하자 김 목사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신앙은 모든 형편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억지로 보톡스를 맞으며 안 늙으려고 발버둥 칠 필요 없어요. 주름진 얼굴 그대로, 살아온 세월만큼 깊어진 눈빛 그대로 당신은 충분히 명품입니다."
     

    이어령의 팔씨름과 팀 켈러의 사자, 그리고 김동호의 배짱

    죽음 앞에 선 시대의 거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심연을 통과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고 이어령 교수는 죽음을 '생명과의 팔씨름'으로 묘사했다. 그는 죽음이라는 거대한 힘이 팔을 넘기려 할 때, 포기하지 않고 핏대를 세우며 끝까지 버티는 지성적 사투를 벌였다.
     
    2023년 소천한 미국의 영성가 팀 켈러 목사는 더 솔직했다. 췌장암 투병 중 그는 "설교할 때 죽음은 우리 안에 갇힌 사자 같았는데, 막상 닥치니 그 사자가 우리 밖으로 나와 나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며 인간적 공포를 정직하게 고백해 큰 울림을 주었다.
     
    김동호 목사는 이들과 또 결을 달리한다. 그는 죽음을 '신앙적 배짱'으로 극복한다. 공포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공포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게 두지 않겠다는 노목사의 기개이다. "죽음은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관문입니다. 그 사자가 덤벼든다 해도 비굴해지기보다 약해진 나를 긍정하는 힘, 그것이 진짜 신앙입니다. 암세포가 내 몸은 침범했을지언정 영혼의 품격까지 내어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40대 자살률 1위 시대, 자녀들에게 '신앙적 야성'을 가르쳐라

    대담 후반부에서는 최근 발표된 무거운 지표가 언급됐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사상 처음으로 40대 사망원인 1위가 암을 제치고 '자살'(고의적 자해)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중추이자, 김 목사(시니어 세대)의 자녀들이 속한 40대가 마주한 실존적 위기다.
     
    김동호 목사는 이 깊은 절망에 대해 단순한 위로보다는 '야성'의 회복을 주문했다. "우리 세대가 자식들을 너무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운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보행자와 걷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세상이라는 거친 말과 경주하겠습니까? 힘들면 죽는 게 아니라, 뚫고 나가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50세에 얻은 늦둥이 아들을 위해 학교 수위 일을 하며 "내 자식 밥 먹이려면 똥지게라도 지겠더라"고 했던 그 시절 아버지들의 강인한 책임감을 언급했다. "취업 안 되면 우유 배달이라도 하면 됩니다. 굶어 죽지 않습니다. 죽을 용기로 덤벼들면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강합니다. 무서우면 등 보이지 말고 덤벼드는 것, 그것이 정답입니다."

    대담 중 김동호 목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김일환 목사. 유튜브 '김일환의 예수살롱' 캡처대담 중 김동호 목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김일환 목사. 유튜브 '김일환의 예수살롱' 캡처

    묘비명엔 '성도 김동호'… 내 장례식은 눈물 아닌 파티가 되길

    인생의 마침표를 준비하는 그의 태도는 파격적이다 못해 유쾌하기까지 하다. 그는 자신의 장례식이 눈물바다가 아닌 '천국 환송 파티'가 되기를 소망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이사가 아닙니까? 내가 평생 사랑한 주님 곁으로 가는 길인데 왜 슬퍼만 합니까? 나는 내 장례식이 잔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쁜 음악이 흐르고, 남겨진 이들이 '김동호, 참 잘 살다 갔다'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파티 말입니다."
     
    그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마지막 이름표 또한 소박하지만 묵직하다. 묘비명에 '목사'라는 직함 대신 '성도 김동호'라고 적히길 원한다. "목사는 직업적 소명이지만, 성도는 평생 삶으로 빚어내야 할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내가 누구였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예수 믿는 사람', 성도로 불리고 싶습니다. 그게 내가 남길 수 있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거창한 재산 대신 '믿음의 야성'을 유산으로 남기려 한다. 그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슴에 품고 후대에 전하고 싶은 성경 구절은 명확하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디모데후서 4:7).
     

    신앙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

    김 목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항암 치료라는 선한 싸움을 이어가며 깨달은 가장 큰 은혜를 '버릴 것이 없는 삶'으로 요약했다. "서양 속담에 하나님 나라에는 쓰레기통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 안에 있으면 암조차도 버릴 게 없습니다. 나는 암에 걸리기 전보다 지금이 더 전성기입니다."

    결국 이번 대담의 핵심 질문이었던 '신앙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그는 말이나 신학적 논리가 아닌 자신의 깊은 주름과 꼿꼿한 배짱으로 답을 대신한 셈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가 던진 한마디는 강렬했다. "죽을 수는 있지만, 죽을 때까지는 죽지 않겠습니다." 대담을 진행한 김일환 목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덧붙였다. "김동호 목사님의 닳아빠진 육체에서 나오는 저 꼿꼿한 기개를 보며, 나 역시 내 인생을 남김없이 닳도록 써버리고 싶다는 뜨거운 소망을 갖게 됐다."
     
    ※ 김동호 목사의 전체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채널 '김일환의 예수살롱'에서 확인할 수 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