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원회 제공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사망 원인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관련 진실규명 신청을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낸 이의신청 기각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진실화해위가 2024년 A씨에 대해 내렸던 진실규명 결정을 뒤집은 것에서 비롯됐다. 진실화해위는 A씨가 한국전쟁 시기 국민보도연맹과 관련돼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새로운 자료가 확인되자 결론을 변경했다.
국민보도연맹은 이승만 정부가 1949년 좌익 활동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교화·전향을 위해 만든 조직으로 6·25 전쟁 발발 이후 군·경의 집단학살 대상이 됐다.
앞서 A씨 유족은 1950년 전쟁 전후 A씨가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행방불명됐다며 2020년 12월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2023년 11월 A씨가 보도연맹과 연관됐다는 이유로 대전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고 판단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진실화해위는 A씨에 대해 1951년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판결문을 발견했다며 재조사를 결정했고, 기존 진실규명 결정의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보고 결정 취소 및 각하처분했다. 이에 유족들은 불복해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기존 진실규명 결정을 취소한 것 자체는 적법하다고 봤다. 사망 원인과 시기, 장소 등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된 경우 행정기관이 종전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규명 신청을 각하한 결정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등군법회의 판결에 판결 이유가 기재돼 있지 않은 점, 교도소 기록에 '사형출소'가 아닌 '사망출소'로 기재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 내용이 그 자체로서 명백히 허위이거나 이유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조사를 진행해 사망이유, 사망시기, 가해자, 불법성 등을 확인한 후 진상규명결정 또는 진상규명불능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폈어야 할 것임에도 피고가 이러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각하 결정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