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지난 4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전격적으로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양측은 서로 원하는 바를 강조하며 이익 관철에 나섰다. 겉으로는 '건설적인 대화'라는 말로 분위기를 다독였지만, 각 이슈마다 충돌하는 지점이 적지 않다.
우선 미국은 석유를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중국이 매입해 주기를 원한다. 또 미국이 서반구 등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데에서도 중국이 암묵적으로 동조하길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현안을 테이블로 올려놓고 주고받기식 거래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려 하지만 핵심은 경제적 이익이다.
여러 글로벌 현안에 직접 개입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가 결국 중국의 이해와 맞부딪힌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견제에도 소극적이지 않다. 미국과 벌어진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재확인하는 한편 유럽 국가들과의 스킨십도 강화하고 있다.
경제적 이익에 초점 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여러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그가 나열한 주제 가운데 안보·외교 현안은 △군사(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종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상황 △대만 문제 △4월 중국 방문 등이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제품의 중국 수입 확대가 핵심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미국 석유 및 가스 구매, 중국의 추가 농산물 구매 검토, 항공기 엔진 공급과 수많은 다른 주제 등 중요한 주제들이 논의됐다"며 "모두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산 대두 수출과 관련해선 "중국이 현 시즌 구매량을 2천만t으로 늘리기로 했으며, 다음 시즌에는 2500만t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내 국내 여론을 겨냥해 경제적 성과를 내세웠다고 평가했다.
'대만 문제' 제1순위로 둔 시진핑
중국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시 주석을 발언은 대만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시 주석이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대만은 중국의 영토로, 중국은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반드시 수호할 것이고 대만이 분열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문제를 반드시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관련 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중국은 러시아와 잇따라 접촉을 하며 협력 관계를 다지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역시 대만 문제다. 푸틴의 최측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전 국방장관)가 지난 1일 중국을 찾아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쇼이구 서기는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했다.
석유망으로 포위하는 트럼프
연합뉴스 중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미국산 석유 수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 수입을 강하게 요구한 가운데 최근 부쩍 가까운 러시아와는 '석유 거래'가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막히자 중국이 이를 적극 매입해왔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러시아가 최대 수입국이 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러시아는 중국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이며, 양국의 에너지 파트너십은 상호 이익에 기반한 진정한 전략적 협력 관계"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구매처'에 직접 개입하면서 원유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이미 지난달 3일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를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했고, 핵무기 확산을 이유로 압박하고 있는 이란 역시 석유가 경제적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들은 공교롭게도 중국의 비공식적인 원유 수입국이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이란에 직접 개입하면서 이들 국가로부터 저렴하게 원유를 구매해오던 중국이 압박받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망으로 맞서는 시진핑
둘 간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시 주석은 외교적 외연 확장으로 맞서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이후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과 연달아 통화한 것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전례 없는 외교 행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흔들리는 '대서양 연대'의 틈새를 벌리면서 러시아와 밀착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전화통화를 제안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측에서 먼저 전화를 걸었다"고 확인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말부터 서방 국가들과 손을 맞잡는 일이 빈번해졌다.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이달 5일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 16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까지 두달 새 5명의 서방 정상들이 베이징을 찾았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달 말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또한 오는 4월 중국을 찾을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두 사람의 만남도 예고돼 있다. 오는 4월 중국 베이징에서다. 양국이 얼마나 큰 거래를 성사 시킬지 주목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