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비트코인, 9개월 만에 8만 달러 붕괴…'디지털 금' 위상은?
비트코인이 9개월 만에 8만 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며 급락했습니다. 2일 비트코인은 장중 한때 7만5천달러 선까지 밀리며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습니다.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치로 기록했던 12만5천달러와 비교하면 고점 대비 낙폭은 40%에 육박합니다. 당시 10만 달러 돌파 기대까지 나왔던 분위기를 감안하면 시장 흐름이 완전히 반전된 셈이죠.
이제 시장에서는 '디지털 금은 끝났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인플레이션이나 금융 불안에 대한 대안 자산으로 주목받았던 비트코인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현재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비트코인은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려운데요. 금과 은이 오를 때 비트코인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금 가격이 약 65% 상승한 반면, 비트코인은 오히려 하락하며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트코인이 위기 때 가치를 지키는 '자산'이 아니라, 위기 국면에서 가장 먼저 매도되는 고변동성 위험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죠.
FX프로의 알렉스 쿠프치케비치 수석 시장분석가도 "비트코인은 더 이상 법정 화폐의 대안이나 주요국의 재정 정책에 대한 위험회피 수단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암호화폐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수급 지표에서도 확인됩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석 달 연속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 12개에서 최근 3개월간 빠져나간 자금은 약 57억 달러에 달한다고 해요
이는 정보와 판단이 빠른 기관 투자자들이 이미 포지션을 줄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결국 "정보가 빠른 사람들이 이미 상당 부분 발을 뺐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하락을 방어해 줄 매수 주체를 찾지 못한 채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핵심은 '유동성'…워시 지명이 촉발
오늘 상황을 조금 더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의 본질을 '유동성 회수'에서 찾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면서, 시장은 다시 한 번 긴축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워시 지명자는 최근 금리 인하 필요성에 동의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다릅니다. "워시는 평소에는 비둘기처럼 말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매파로 돌아설 인물"이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즉, 금리는 인하하더라도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빠르고 크게 내리지 않을 수 있고, 동시에 연준의 유동성 회수 기조는 유지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와요.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났고, 금·은 조정 이후 비트코인으로 충격이 전이되는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돈의 흐름이 바뀌자, 유동성과 함께 움직이는 자산인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셈입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락의 직접적인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점령 발언과 대외 관세 압박은 유럽연합(EU)과의 긴장을 높였고, 여기에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까지 겹치며 글로벌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워시 지명이 촉발했지만, 시장은 사실 이전부터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셈입니다. 비트코인은 정말 안전자산이었는지, 아니면 유동성에 기대 올라간 고위험 자산이었는지. 이번 하락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비트코인, 더 떨어질까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연합뉴스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약세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애덤 매카시 카이코 분석가는 "비트코인이 7만 달러 선까지 내려가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특히 유동성이 낮아지는 주말에는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상승에 베팅했던 레버리지 물량이 한꺼번에 청산되면서 이번 하락폭이 더 커졌고, 현재도 이 여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강제 청산이 이어지며 반등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언급한 지정학적 불안과 유동성 환경,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을 종합해보면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