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 선수들이 21일 SK렌터카와 팀 리그 파이널에서 이긴 뒤 우승컵과 함께 기념 촬영한 모습. PBA 프로당구(PBA) 팀 리그 역사를 새롭게 창조한 하나카드. 역대 6시즌 중 최초로 파이널 2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나카드는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PBA 팀 리그 2025-2026' 파이널 6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4-1로 이겼다. 7전 4승제 시리즈를 4승 2패로 마무리하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2023-24시즌 첫 우승 이후 2시즌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2회 우승은 하나카드가 최초다. 2020-21시즌 출범한 팀 리그에서 하이원리조트의 전신인 TS·JDX가 첫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웰컴저축은행(2021-22), 우리금융캐피탈의 전신 블루원리조트(2022-23), 하나카드(2023-24), SK렌터카(2024-25)가 정상에 등극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하나카드는 올 시즌 정규 리그 1라운드 우승으로 가장 먼저 포스트 시즌(PS) 진출을 확정했다. 시즌 내내 SK렌터카, 웰컴저축은행 등과 종합 1위 경쟁을 하며 파이널 직행을 노렸다. 그러나 마지막 5라운드에서 3승 6패로 처지면서 정규 리그 종합 1위는 물론 2위도 놓쳐 3위로 떨어져 플레이오프(PO) 직행도 무산됐다.
'당구 여제' 김가영이 흔들린 게 컸다. 5라운드에서 5승 8패로 3위 하락의 원인이 됐던 김가영은 준PO에서도 1차전 2, 6세트를 모두 지면서 탈락 위기를 맞았다. 특히 김가영은 정규 리그부터 여자 단식 9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정규 리그 막판부터 준PO까지 다소 흔들렸던 김가영은 PO와 파이널에서 살아나며 하나카드의 우승을 이끌었다. PBA 여기에 PS를 앞두고 악재까지 생겼다. 에이스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가 PS 전날 부상을 당한 것. 주장 김병호는 우승 뒤 "횡단보도를 뛰어가다가 길에서 미끄러져 손바닥이 푹 파이고 얼굴도 다쳤다"면서 "손바닥에 진물이 날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그 여파 때문인지 하나카드는 크라운해태와 준PO 1차전을 내줬다. 3세트 남자 단식 에이스 대결에 나서던 초클루는 4세트 혼합 복식에만 출전했는데 졌다. 준PO가 3전 2승제인 만큼 우리금융캐피탈과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업셋을 이룬 크라운해태에 다시 희생양이 될 위기였다.
하지만 벼랑에서 하나카드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초클루가 부상에도 준PO 2차전에서 1세트 남자 복식에 이어 마지막 7세트 단식에서 이기며 하나카드가 기사회생했다. 여세를 몰아 하나카드는 3차전에서 모든 팀원이 1승씩을 따내며 크라운해태를 4-1로 잡고 PO에 올랐다.
하나카드 외인 듀오 초클루(왼쪽)-응우옌. PBA 완전히 살아난 하나카드는 웰컴저축은행과 PO를 3승 1패로 마무리하며 파이널에 올랐다. 2년 만에 파이널에서 만난 정규 리그 1위 SK렌터카를 상대로도 초반 2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하나카드는 3, 5차전을 내줬지만 4, 6차전을 잡으며 PBA 새 역사를 완성했다.
파이널 최우수 선수(MVP)에 오른 김가영은 기자 회견에서 "5라운드부터 컨디션 난조로 어려웠지만 옆에서 버텨주고 지켜준 팀원들이 없었으면 내가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기다려준 팀원들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며 눈물을 쏟았다. 김가영은 파이널 1, 2차전에서 2, 6세트를 모두 따내며 확실한 기선 제압을 이끄는 등 시리즈 6승 3패로 맹활약했다.
신정주는 "1라운드 우승하고 좋은 분위기를 잇다 5라운드 때 다소 부침을 겪었는데 조금은 김가영 선수 때문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PS부터 팀원들이 뭉쳐서 우승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진아(왼쪽부터), 김병호의 혼합 복식 경기에 초클루, 신정주가 벤치 타임 때 조언하는 모습. PBA 김병호는 "지난달 31일에 모여 2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합숙을 하면서 힘들었고 험난한 일정이었다"면서도 "그래도 우승을 하면서 값진 메달을 받아낼 수 있어 팀원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초클루가 PS 끝나니까 다 나았다"고 웃으면서 "응우옌꾸옥응우옌(베트남)이 대신 3세트를 맡아서 잘해줬고, 신정주도 제 역할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응우옌은 "초클루가 손 부상을 당하고 내 모든 걸 쏟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면서 "나만 초클루를 대신해 좋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팀원들 모두가 힘을 합쳐서 이겨냈다"고 미소를 지었다. 초클루는 "3년 동안 같은 팀원들과 2회 챔피언에 올랐는데 서로를 믿고 최선을 다했다"면서 "팀원들과 또 같은 순간을
느껴보고 싶다"고 화답했다.
여기에 사카이 아야코(일본)가 올 시즌 뒤 PBA를 떠나기로 하면서 마지막 우승컵을 팀원들에게 안겨주겠다는 아름다운 결심을 불살랐다. 사카이는 "아이가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올해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면서 "떠나기 전 팀에 우승컵을 안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고, 김가영과 김진아는 물론 신정주까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우승 기자 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심경을 밝히는 사카이. PBA 김진아는 2년 전 부진으로 파이널에 출전하지 못했던 아쉬움도 털어냈다. 김진아는 "큰 무대 경험이 적은데 그래도 올 시즌에는 팀이 1라운드에 우승해서 2라운드부터 전 경기를 출전해 경험을 많이 쌓았다"면서 "파이널 6차전에는 출전하지 못했는데 서운하지 않고 팀이 우승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할 뿐"이라고 눈물 속에 미소를 보였다. 김진아는 이번 PS에서 6승 6패로 선방했다.
당구 여제의 멘털 붕괴와 에이스 부상, 팀원의 잠정 은퇴까지 숱한 고비를 맞았던 하나카드. 그러나 7명 전원이 하나로 뭉쳤기에 PBA 팀 리그의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