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고등학교에 무단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와 기간제 교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제1형사단독 손영언 판사는 14일 특수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학부모 A씨에게 징역 4년6개월을, 기간제 교사 B씨에게 징역 5년을, 범행을 도운 행정실장 C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유출된 시험지를 받아본 뒤 시험을 치른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A씨의 딸 D양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손 판사는 "이 사건 범행으로 해당 학교의 시험 운영과 굥규 행정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신뢰가 크게 추락했으며 나아가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 전반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하여 사회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결과가 초래됐다. 또한 이 사건 범행은 해당 학교 학생들의 정당한 학습권과 공정한 평가를 받을 기회를 중대하게 침해함으로써 치열한 입시환경 속에서 성실히 노력해 온 다수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깊은 허탈감과 분노를 안겨줬을 뿐 아니라 사명감을 바탕으로 교육 현장에서 묵묵히 직무를 수행해 온 다수의 교직원들의 직업적 자긍심마저 훼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교육의 본질과 공적 교육 기관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든 중대한 범죄로서 피고인들의 죄책이 매우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덧붙였다.
손 판사는 범행이 적발되자 A씨와 B씨가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점도 지적했다.
다만 A씨의 경우 수사에 협조한 점, B씨는 학교에 1억 원을 공탁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C씨는 이 범행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는 점, 학교 이사장이 C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양형에 반영됐다.
손 판사는 D양에 대해서는 "다른 학생들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여야 함에도 절취한 시험지를 이용해 시험을 치러 최상위 성적을 얻는 등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면서도 "아직 인격과 가치관이 미성숙한 미성년자로서 성적에 대한 중압감 속에서 어머니의 강한 요구에 따라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앞서 A씨와 B씨는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5학기 동안 11회에 걸쳐 경북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총 7회 시험지를 절취하고 이를 재학생 D양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B씨가 해당 학교에 재직 중이던 2024년 2월까지는 B씨가 시험지를 빼돌렸고, B씨의 퇴직 이후부터는 A씨와 B씨가 함께 학교에 무단 침입해 시험지를 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 이후였지만 학교 출입 시스템에 등록돼 있던 지문 정보 등이 남아 있었고 행정실장 C씨가 문을 열어두거나 비밀번호, 열쇠를 제공하는 등 A씨와 C씨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7월 학교 침입 당시 교내 경비 시스템이 울리면서 발각됐다.
또 B씨는 D양이 중학생일 때부터 D양에게 불법 개인 과외를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과 과외의 대가로 A씨는 B교사에게 3천여만 원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D양은 고등학교 내내 내신 전교 1등을 석권해왔다. 범행이 드러나자 학교는 D양의 전 학년 성적을 모두 0점 처리하고 D양을 퇴학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