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5일 오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양양군청 7급 공무원 A씨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채로 법정을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함께 일하던 환경미화원들에게 이른바 '계엄령 놀이' 등을 하며 상습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은 혐의로 구속 기속된 양양군청 공무원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부(이은상 판사)는 14일 오전 강요와 상습폭행, 협박, 모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양군청 소속 7급 운전직 공무원 A씨(40대)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A씨는 사실상 지휘 관계에 있던 20대 환경미화원 3명(공무직 1명, 기간제 2명)을 상대로 60차례에 걸쳐 강요와 협박을 일삼고, 10차례 협박과 7차례 모욕 행위를 반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특정 주식이 오를 때까지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내 말을 안 들으면 제물로 바쳐 밟아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피해자 1명에게 이불을 덮고 엎드리게 한 뒤, 다른 동료들에게 이를 발로 밟게 하는 이른바 '멍석말이' 폭행을 지시했다.
또한 "주가 상승을 위해 빨간 속옷을 입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빨간색 속옷 착용 여부를 강제로 보여주게 하는 행위를 반복했고, 특정 주식을 매수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있다.
이와 함께 담배꽁초 투척, 비비탄 총발사, 불이 붙은 성냥 투척, 물 분사, 발로 차는 행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십 차례 상습 폭행하기도 했다. A씨는 쓰레기 수거차를 운전하며 "다 같이 죽자. 보험금 5천만 원 나온다"며 운전대를 급히 틀어 위협한 혐의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피해자를 향해 "저 XX를 보면 밥맛이 떨어진다" 등 7차례 모욕적인 발언을 한 혐의도 공소장에 적혔다.
이날 법정에 나선 A씨는 "모두 인정한다"고 직접 말하면서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있었다. 피해자들도 법정에 출석해 "엄중하게 처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재판부는 "사안이 가볍지 않고 국민적 관심도 큰 사건"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진지한 사과와 피해 회복의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A씨 측은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위해 기일 속행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다음 공판을 오는 3월 11일 오후 3시에 열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1월 23일 인지수사를 통해 A씨를 입건하고, 같은 달 27일 양양군청과 A씨의 주거지·근무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다수의 관련자들을 조사해 피해사실을 특정한 뒤, A씨를 구속 송치했다. 이번 사안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자 양양군은 A씨를 직위해제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직권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확인하고, 양양군청이 즉시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점과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총 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