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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초단시간 노동 부채질하는 주휴수당, 폐지도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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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I "초단시간 노동 부채질하는 주휴수당, 폐지도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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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시간 노동자 보호 확대될수록 사각지대 놓인 초단시간 노동자 찾는 사용자 늘어
    월 60시간 기준으로 갈리는 노동자 보호 제도…25~40% 비용 차이로 초단시간 더 고용하게 돼
    "초단시간·장시간 노동 동시 자극하는 주휴수당 재검토 필요…파급력 커 신중히 추진해야"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사각지대에 놓인 채 급증한 초단시간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면 주휴수당 등 제도를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일 발표한 KDI포커스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 요인과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특정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노동비용 변화가 과도한 문제를 완화해야 초단시간 노동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일반적으로 4주 평균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노동자이지만, 연구를 진행한 KDI 정수환 연구위원은 월간 근로시간 자료를 근거로 사용해 부득이 월간 소정근로시간 60시간 미만의 노동자를 '초단시간 노동자'로 봤다.
     
    이에 따르면 임금노동자 중 초단시간 노동자는 2012년 3.7%(48만 7천 명)에서 2024년 8.5%(153만 8천 명)로 12년간 2배 이상 증가했는데, 특히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신규 노동자 중 초단시간 노동자의 비율은 2020년대 들어 20%를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 비율과 시간대별 사회보험 가입률 추이. KDI 제공초단시간 노동자 비율과 시간대별 사회보험 가입률 추이. KDI 제공
    문제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사회보험 등 기초적인 노동자 보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에 가입하는 속도 역시 다른 단시간 노동자들보다 느리거나 심지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연구위원은 단시간 노동을 통해 여성·고령층 등이 노동시장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비교적 고용의 질이 개선되는 속도가 느린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에는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초단시간 노동이 노동자 보호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원인으로, 정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제도가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봤다. 실제로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연차 유급휴가·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퇴직급여·2년 초과 기간제 고용 금지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뒤집어 말하면 사용자로서는 월 60시간을 기준으로 평균 노동비용이 25~40%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초단시간 노동자를 더 고용하려는 유인이 생기기도 한다.
     
    소정근로시간대별 사회보험 가입률의 변화. KDI 제공소정근로시간대별 사회보험 가입률의 변화. KDI 제공
    다만 이러한 구조적 요인은 큰 변화가 없는데도 초단시간 노동이 최근 들어 급증한 까닭으로 정 연구위원은 2010년대 이후 이러한 노동자 보호 제도를 지키는 비율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애초 지켜지지 않는 유명무실한 보호 제도는 노동시장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데, 노동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효과를 발휘할수록 역설적으로 관련 비용이 증가하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초단시간 노동자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사회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2012년 월간 60~100시간 근무하는 노동자 중 실제 사회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40%에 불과했다가 지난해 80%대에 이르렀다. 특히 가입률이 낮았던 도매 및 소매업, 음식점 및 숙박업, 예술 ·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 저임금 서비스업종도 2012년 16.6%에서 2022년 69.4%로 급증했다.
     
    그런데 2012년~2024년 월 60~99시간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약 40%p 향상되는 동안 전체 노동자 중 초단시간 노동자의 비율은 4.8%p 늘었다. 정 연구위원은 산업-사업체 규모 수준별 월 60~99시간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1%p 향상될 때 전체 노동자 중 초단시간 노동자의 비율은 0.065%p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2010년대 이후 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보호 제도 준수율이 향상된 데 대해 "일반 단시간 노동자의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이라면서도 "이 과정에서 월 소정근로시간 60시간 전후에서 비용이 급변하게 됨으로써 초단시간 노동이 증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지점에서 평균 비용이 최대 40% 이상 변화하는 현행 노동시장 구조는 비용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비용 격차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휴수당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 연구위원은 △저임금 노동자의 최소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는 같은 목적의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됐고 △국제적으로 주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는 경우가 드물며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사용자에게는 초단시간 노동수요를, 월급제 노동자에게는 장시간 노동 수요를 자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휴일을 무급화하면 비용 격차를 줄여 초단시간 노동 수요의 증가를 완화함과 동시에, 초과근무수당 등을 높여 장시간 노동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단순히 주휴수당을 없애면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진행하면서 최저임금을 인상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손실을 완화하는 등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휴수당 폐지는 노동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점을 고려해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으로는 "사회보험의 시간 기준을 완화하여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현재 시행 중인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이나 유사한 보조금 제도를 활용해 사업주의 비용 부담 증가를 완화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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